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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씨넷코리아 Aug 03. 2015

윈도우10 "업그레이드 하세요, 두 번 하세요"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10 리뷰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10은 윈도우7과 윈도우 8.1의 장점을 결합한 새로운 운영체제다. 기존 시작 메뉴에 라이브 타일을 결합해 프로그램 실행 없이도 원하는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다. ‘서비스 방식의 윈도우’ 개념을 도입해 긴급 패치나 보안 업데이트, 최신 기능이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통해 제공된다.


투인원 이용 형태에 따라 데스크톱 모드와 터치 모드를 오가는 컨티뉴엄, 맞춤형 음성 비서인 코타나, 새롭고 빠른 웹브라우저인 엣지를 내장했다. 태블릿이나 투인원용 오피스 모바일 앱도 윈도우 스토어를 통해 제공된다. 일일이 비밀번호를 입력할 필요 없이 지문이나 얼굴 인식으로 로그인 가능한 윈도우 헬로 기능도 추가되었다.


윈도우10은 최신 업데이트를 빠짐없이 설치한 정품 윈도우7 서비스팩1이나 윈도우 8.1 업데이트 등 기존 운영체제에서 2016년 7월 말까지 무료로 업그레이드 가능하다. 볼륨라이선스 계약을 맺은 기업이나 단체, 학교 등 기관에서는 계약 조건에 따라 무료 업그레이드 여부가 결정된다. 8월 5일부터 국내 공급되는 처음사용자용제품(FPP) 가격은 홈 버전이 17만 2천원, 프로 버전이 31만원으로 윈도우 8.1과 동일하다.


- 익숙한듯 다른듯한, 무언가 낯선 시작메뉴


윈도우8(그리고 윈도우 8.1)이 저질렀던 실수는 매우 간단하다. ‘모든것은 터치로부터’ 시작되는 세상이 금방 펼쳐질 것이라고 너무 순진하게 믿었던 것이다. 하지만 순진한 신앙에 대한 대가는 너무나 컸다. 데스크톱과 태블릿도 가리지 못하고 무작정 타일 메뉴를 화면 가득 채우는 시작 화면에 사람들은 등을 돌렸다. 윈도우 8.1이 윈도우10 무료 업그레이드 덕에 간신히 윈도우XP의 점유율을 넘어선 것이 두 달도 채 안됐다.   

     

사실 이것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였다. 시작 버튼을 한 번 눌러서 필요한 프로그램을 펼쳐 쓰는 것과, 화면 가득히 펼쳐진 타일을 헤치고 이리 저리 스크롤을 거쳐야 필요한 프로그램을 찾을 수 있는 것은 분명 큰 차이가 있다. 사람들은 윈도우 95부터 10년 이상 익숙해졌던 습관을 버리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를 원하지 않았다. 

윈도우10은 윈도우7의 시작메뉴에 윈도우8의 타일 메뉴를 더했다.

윈도우10은 3년간 떠돌던 시작 메뉴를 다시 불러들였다. 윈도우 키나 시작 버튼을 누를 때 낯선 화면이 나타날까 두려워할 필요도 없다. 옆에 나타나는 각종 앱이나 타일 메뉴 크기도 마음대로 줄일 수 있다. 오히려 여러가지 신기능보다 이런 ‘비정상의 정상화’를 반기는 목소리가 더 높다. 윈도우 8.1처럼 시작 버튼 위에서 마우스 오른쪽 버튼을 눌러 여러 관리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방식도 쓸 수 있다.    

    

그렇다면 반대로 서피스3 프로 등 투인원으로 터치 인터페이스에 익숙해진 사람들도 시작 화면을 버려야 할까? ‘컨티뉴엄’ 기능은 이런 문제를 해결해준다. 키보드를 붙이면 데스크톱 모드로 작동하고, 키보드를 떼어내면 태블릿 모드로 작동한다. 시작 메뉴와 인터페이스 모두 자동으로 바뀐다. 유일한 문제를 하나 꼽자면 이 기능이 이제서야 적용되었다는 것이다. 사후 약방문이지만 그나마 다행이다. 

- 낯설지 않은 기능들 “어디서 봤는데⋯” 


윈도우10 새 기능 중에는 낯설지 않은(?) 기능도 제법 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모니터 하나를 여러 개처럼 쓸 수 있는 가상 데스크톱 기능이다. 사실 가상 데스크톱을 구현하기 위한 밑바탕은 이미 윈도우 운영체제 안에 모두 마련되어 있었지만 이제 와서 기본 기능으로 포함시키는 건 카피캣 음모론자에게 좋은 이야깃거리다.        

윈도우10에 새로 추가된 액션 센터만 해도 그렇다. 마우스 화살표를 화면 오른쪽 아래로 가져가거나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터치하면 나타나던 참바를 대신했다고는 하지만 기능이나 생김새는 OS X의 알림 센터와 상당히 흡사하다. 다만 불러내기 불편하고 쓸모 없었던 참바보다 유용하다는 것만은 확실한 사실이다. 

윈도우10은 가상 데스크톱 기능을 처음으로 기본 내장했다.

반대로 OS X 엘캐피탄에 수출(?)될 정도로 괜찮은 기능인 창 정리 기능은 한층 더 강화됐다. 정리할 창 크기를 화면 절반이나 1/4 수준으로 조절할 수 있고 남아 있는 공간에 자동으로 여러 창을 배열한다. 화면 가장자리에 앱을 밀어 놓은 다음 남은 공간에 앱을 바둑판 모양으로 배열해도 된다. 40인치 이상 대형 모니터를 쓰는 사람들에게는 상당히 유용하다.    

    

사실 이런 기능을 가리켜 베꼈느니, 안 베꼈느니 설전을 벌이는 것은 무의미하다. 편리한 기능이 개발되면 운영체제나 플랫폼을 가리지 않고 골고루 보급되면서 편의성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개방성과 확장성이 덕목인 요즘 세상에 서로 서로 닮아가는 것은 어찌 보면 필연적인 현상일지도 모른다. 

창 정리 기능은 한층 강화됐다.

- 개인화된 윈도우, 나를 이해하다 


전세계에 한국 소비자만큼 비밀번호와 보안에 민감한 사람들이 또 없을 것이다. 우리네 개인정보는 하루가 멀다하고 뚫리고 유출되고 털려서 한 명당 30원짜리 수출 역군이 된지 오래다. 문제는 이런 일이 터지면 자꾸만 비밀번호를 길고 복잡하게 바꾸라고 여기저기서 채근한다는 것이다. 이제는 라스트패스 등 비밀번호 관리자 프로그램을 안 쓰면 그야말로 대책이 없다. 심지어 라스트패스조차도 해킹을 당하다 보니 믿을 곳이 없다.        


윈도우10부터 도입된 생체인증 기술인 윈도우 헬로는 3차원 인식 기술인 인텔 리얼센스 카메라로 이런 문제를 해결한다. 얼굴만 가져다 대면 눈깜짝할 사이에 로그인이 되지만 얼굴 사진으로는 로그인이 되지 않는다. 비밀번호는 안전한 장소인 윈도우 패스포트에 저장했다 필요할 때마다 불러온다. 보안장치인 TPM칩이 달린 데스크톱PC나 노트북이 있다면 인증 정보를 가장 안전하게 보관하며 그렇지 않은 경우라도 PC 내부에만 가둬둔다.


나를 알아보고 이해하는 윈도우10의 새로운 기능은 또 있다. 윈도우폰에서 출발해 PC까지 흘러온 음성비서, 코타나다. 날씨나 시간, 약속이나 저장 후 어디론가 도망간 파워포인트 파일까지 찾아 준다는 꽤 괜찮아 보이는 기능이다. 어색한 영어 발음도 곧잘 알아 듣는다. 하지만 한국어는 배우지 못했다. 언제 배울지 기약도 없다. 당분간 국내에서는 쓸 일이 없어 보인다. 마지막 퍼즐 하나를 맞추지 못한 셈이다. 

윈도우10에 내장된 생체인증 기술 ‘윈도우 헬로’. 리얼센스 카메라로 등록된 사용자만 인식한다.
지능형 음성비서, 코타나는 현재 한국어를 지원하지 않는다.

- “관공서와 은행이 윈도우10을 싫어합니다” 


이제 인터넷 익스플로러는 ‘과거의 유산’이 되었다. 국내에서도 액티브X 없이는 옴짝달싹 할 수 없는 은행이나 쇼핑몰 이외에는 모두 구글 크롬이나 모질라 파이어폭스를 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한 술 더 떠 바닥부터 새로 만든 웹브라우저인 엣지를 윈도우10 기본 웹브라우저로 밀었다. 대한민국 선정 14년 연속 히트상품, 인터넷 익스플로러는 보조 프로그램으로 저 멀리 밀려났다.        

사실 엣지 대신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써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 일단 ‘신상’이고, 요즘 웹사이트 치고 안 쓰는 데가 없는 ‘힙한’ 기술인 자바스크립트 처리 속도도 훨씬 빠르다. 무엇보다 액티브X니 브라우저헬퍼오브젝트(BHO)니 하는 구닥다리 기술을 모두 들어내 보안 면에서도 훨씬 안전하다. 메모 기능이나 공유 기능, 코타나 연동 기능은 ‘덤’이다. 

새 브라우저 ‘엣지’. 가볍고 빠른 웹브라우저를 목표로 완전히 새로 개발됐다.

하지만 한국에서 엣지만 써서 인터넷 환경을 누리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국내에 윈도우 새 제품이 나올 때마다 관공서와 금융기관은 ‘혼돈의 카오스’에 빠져든다. 새 운영체제에 기본 탑재되는 인터넷 익스플로러로 접속하면 액티브X가 정상작동되지 않거나 컴퓨터를 다운시킨다.

     

엣지는 이런 경우를 대비해 일부 사이트는 자동으로 인터넷 익스플로러로 연동시켜주는 기능도 갖췄다. 꼼꼼하지만 슬프다. 심지어 일부 관공서나 은행은 “지금은 곤란하다, 조금만 기다려 달라”며 윈도우10 업그레이드 예약을 취소해달라고 읍소한다. 

액티브X 등 인터넷 익스플로러 11에 적합한 사이트로 접속하면 자동으로 안내문을 띄운다.

- 결론 : 윈도우8은 잊어라. 그리고 갈아타라. 


윈도우10은 우리가 알던 윈도우지만 예전의 윈도우는 아니다. 익숙한 시작 메뉴로 돌아왔지만 속내는 전혀 다르다. 한 번 세상에 나오면 다음 버전이 나올 때까지 몇 년 동안 변함없던 윈도우는 이제 끝났다. ‘서비스 방식의 윈도우’ 개념을 도입해 긴급 패치나 보안 업데이트, 최신 기능이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통해 제공된다. 한마디로 항상 ‘신상’이다.        


이쯤에서 궁금해진다. 과연 ‘서비스 방식의 윈도우’는 안전할까. 윈도우10 정식 출시 직전에 배포된 보안 업데이트 프로그램 하나가 운영체제를 다운시키는 황당한 버그를 만들어냈던 사실은 우리 모두 알고 있다. 심지어 윈도우10 홈 버전은 각종 업데이트를 아예 끌 수 없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검증된 패치나 업데이트만 공급하겠다고 밝혔지만, 스마트폰 운영체제를 업데이트했다가 와이파이 인식 등 문제에 시달렸던 사람이라면 쉽사리 안심하기는 힘들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윈도우10은 업그레이드 할만한 가치가 있다. 정품 운영체제를 쓰면 무료 업그레이드가 가능하고 윈도우XP 시절의 컴퓨터를 계속 쓰는 것이 아니라면 대대적인 하드웨어 업그레이드도 필요 없다. 2.5GHz 듀얼코어에 메모리 2GB만 나눠준 가상머신에서도 제법 부드럽게 돌아간다. 어렵거나 복잡한 준비 필요 없는 쉬운 업그레이드도 매력적이다.


단 게임이나 특수한 업무용 프로그램, 인터넷뱅킹 등을 주로 실행한다면 신중해질 필요가 있다. 인터넷 익스플로러 11은 여전히 윈도우 보조프로그램에 살아남았지만 액티브X나 각종 보안 프로그램이 윈도우10과 충돌을 일으킬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윈도우10용 드라이버가 없는 오래된 하드웨어나 특수한 주변기기를 쓰고 있다면 일단은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이런 경우가 아니라면 큰 맘 먹고 갈아타도 좋다. 윈도우7의 진정한 후계자가 지금 등장했다.


By 권봉석 기자  /  bskwon@c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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