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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튜 Jun 17. 2019

다시, 자기관리

게으른 나에게 보내는 편지.

항상 글이란 것은 쓰고자 하는 생각이 꽤나 깊은 반면에, 막상 바쁜 시간에 쫒기다 보면 써야지 써야지 하던 모든 것들이 하루 이틀 그렇게 한달, 두달, 일년이 되고 결국엔 그랬던 모든 습관들이 없어지기 마련이다.


사실 브런치를 처음 시작했을 때에는 뭔가 거창한 결심보다는 막연히 꾸준히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컸다. 블로그를 세 개나 다른 컨셉으로 운영하면서도 욕심이 컸던지, 인스타그램에도 계속해서 내 일상과 생각을 기록하고, 그걸 누군가가 봐주면 거기서 이상한 뿌듯함 같은게 느껴졌다. 블로그를 써서 누군가 좋아요와 댓글을 써준다면, 그것만 해도 나 스스로는 인생을 헛되게 살지 않았다는 일종의 증표같이 느껴졌던 것이다.


올해가 시작한지 얼마가 되었을까 라고 잠시 달력을 봤을때 아뿔싸, 벌써 절반이 훌쩍 넘어가 있었다. 올해 초 세운 목표들은 지금 얼마나 이루어져 있었을까? 참고로 올해 초에 나는 새로운 스타트업에 합류했고 초기 프로토타입때문에 정말 쉴새없이 바쁜 나날들을 보냈다. 그런 와중에 관심분야는 블록체인으로 좁혀졌고, 블록체인과 암호학 보안 등에 대해 예전에도 관심이 있었지만 좀더 심화된 공부를 해보자.. 라는 생각과 함께 몇몇 학회에도 참가했고, 석사시절 교수님을 통해 이리저리 지도를 받으며 공부를 하고 있다. 어찌 보면 블록체인이라는 자체는 올해 내 목표에는 없었던 것인데, 사실 어느 방향부터 공부해야 할지도 몰랐지만 어쨌든 공부를 시작했다.


그런데 어쩌면, 바쁜 와중에 나는 스스로를 놓치고 있었다. 스스로와 약속했던 많은 것들을 말이다. 나 스스로와 가장 크게 한 약속은 4시기상이었고, 아침에 할 일들을 꾸준히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게 없었다. 바쁘다는 생각은 계속해서 시간날 때 마다 누워서 티비만 보고 아무 생각도 하지 않게 만들었다. 실제로 엄밀하게 따져보면 사실 바쁜 것도 아니었고, 그저 내게 익숙하지 못한 일들이었는데 나는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2주 전, 나는 오랜만에 유럽에 와이프와 여행을 다녀왔다. 일주일 넘게 아무런 개발도 안하고 생각도 안하고 그저 여행이라는 목표때문에 달려왔던 9일이었다. 여행 이후 나는 나를 한번 돌이켜봤다. 3월까지 꾸준히 쓰던 감사일기는 두달째 못썼고, 4시 기상 이후 꾸준히 찍어오던 운동 인증샷은 올해는 거의 없었다. 몸무게는 거의 제자리걸음이었고, 브런치도, 개인블로그에도 글이 거의 가뭄에 콩나듯이 있었다. "나"라는 컨셉이 없어졌다. 개인프로젝트도 손도 못댔고, 정말 하루하루를 "되는대로" 살아왔다. 이 모든게 내가 나를 놓고 있다는 증거가 된 셈이었다. 그걸 여행 이후에 아주 달갑게 느낀 것이다.


2019년의 "나" 라는 자체는 마치 오랜시간 정리되지 않은 방구석과도 같았다. 어디서부터 정리해야 할지 손에 잡히지 않았다. 버릴 것은 버리고, 정리할 것은 정리하고, 보수해야 할텐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사실 이런 생각을 이번에만 한 것도 아니고, 몇번이고 주말이 끝나면 생각했었다. 하지만 결국 바쁜 일상이 시작되면 모두가 다시 원상복귀 되었다. 솔직히 말해, "개인시간"이 많이 없어졌고 회사일을 하루이틀 몇일을 밤새서 하다 보니, 물론 중요한 시기였긴 하지만 그 만큼 나는 망가지고 있었고, 그토록이나 스스로 자기관리를 잘한다 생각했던 나는 더없이 무너져가고 있었다.


주말인 어제는 오랜만에 대청소를 했다. 거의 5시간 가량을 청소에만 투자했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어쨌든간에 청소를 하면 무언가는 정리가 될것이니깐. 그게 내 마음일 수도 있고, 내가 바라보는 무언가일 수도 있을테니깐. 그리고 느꼈다. 결국 나는 4시기상이 없으면 안된다는 것. 4시 기상후 아침에 하는 일과들, 그것들을 꾸준히 했을 때 비로서 나는 나를 바로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4시기상을 하려면 8-9시에는 취침해야 하고, 그게 가능하려면 식사도 3-4시간 전에 끝내야 하고 회사일도 미리 끝내서 잘 준비를 해야한다. 이런 것이다. 자기관리라는게 별거 있나? 결국 그것도 습관일 뿐인데 말이다.


이 글을 쓰면서 나는 다시금 스티븐 코비 박사와 하이럼 스미스 박사의 책을 두루 살펴보았다. 20대에는 간혹가다 자기관리가 정말 안된다 싶으면 다시금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류의 책을 보고 다시금 마음을 다잡고 계획하곤 했다. 30대가 되니 인생이 백지같다. 백지하나에서 예술가들이 자신의 철학, 자신의 기술을 가지고 만들어내는 미술작품처럼, 지금은 내가 그간 배운것 뿐만 아니라 앞으로 배울 것들, 그리고 그것들이 총체적으로 무엇을 추구하는지를 내가 스스로 계속해서 리서치하고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솔직히 좀 어렵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수시로 포기해왔다. 30대가 된 3년이란 시간동안 목표를 위해 달리는 나보다는 작은 시간이라도 뒤집고 들어가서 티비만 바라보는 내가 더 늘었던 것 같다.


이런게 바로 일종의 터닝포인트인 것 같다. 스스로를 돌려놓을 중요한 순간 말이다. 그래서 나는, 어쩌면 터닝포인트가 될 수도 있는 이 시작을 이 글과 함께 작성해둔다. 무엇보다, 지금 유라임 (내가 개발한 자기관리 서비스) 을 기다리는 많은 분들께 죄송하기도 하고, 이를 개발한 나 스스로가 제대로 자기관리도 못해서야 어째 자기관리 서비스를 한단 말인가. 스스로를 계속 놓고만 있었던 나, 혼자만의 시간에 격하게 아무것도 하고싶지 않았던, 그런 무기력한 스스로를 평생 가져갈것인지, 일어날 때를 알고 일어날지, 그것은 선택의 자유인 것 같지만, 어쨌든 아직까지의 내 마음은 후자에 가깝다. 그래서, 다시금 알람을 3:50에 맞추고 잠들러 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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