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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튜 May 24. 2022

어느 순간의 사라진 글.

사라진 기록은, 사라진 인생인가.

정말 언제 왔는지도 돌아보기 전에 곧있으면 올해의 중반을 달려가는 시간이 오는 것 같다. 삶의 안정을 위해 정신없이 달려왔던 순간들이 점차 마무리되며, 다시금 뒤를 돌아본 그 길에는 무엇보다, 내가 그토록이 좋아하던 기록의 공백만이 남았다. 


그 누구보다도 기록을 좋아하던 나였다. 적절한 익명성에 가려서 불특정다수에게 글을 쓰는 것이 단순히 일기를 쓰는 그것보다 좋았다. 딱히 주제는 없었다. 그저 내 하루하루를 기록했다. 지금와서 돌이켜보면 부끄러운 글도 많이 존재하지만, 그대로 놔두었다. 그리고 나는 묵묵히, 내 생각을 이 블로그라는 공간에서 정리하곤 하였다.


하지만 왜 기록은 사라졌을까, 내가 그토록이나 바뻤을까, 아니다. 난 그저 두려웠다. 내 삶의 일부분을 공유한다는 것에 자신이 없었다. 그토록이나 혼돈 속을 헤매고 나왔던 지금, 어여쁜 딸과 원하던 곳에서 원하는 일을 하며 안정을 찾은 지금, 그 어느때보다도 나 스스로를 잘 다스릴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오산이었을까. 생각처럼 난 나를 잘 다루지 못했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올해의 거의 절반이 사라졌다. 물론 육아라는 전혀 알 수 없는 미지의 세계를 겪어와서 생긴 또 다른 예측불가능한 삶이었지만, 그토록 자기관리에 자신하던 나의 모습은 언제부터인가, 밤마다 맥주와 티비를 끄적이며 보내는 것에 불과하게 되었다.


사실 바쁘다는, 육아라는, 온보딩이라는 모든것은 핑계에 불과했다. 어쩌면 나는 필력을 잃었다. 주제를 잃었다. 프로그래밍, 특히 스타트업을 모티브로 하던 이 브런치 속에서 나는 스타트업을 접었다. 그래서 쓸 말이 없었다. 결국 내가 그토록이나 스타트업 내에서 펼치던 이론과 가설이 결론적으로는 실패라는 결과를 얻은 셈이라서 그랬을까. 그래서 난, 글감을 잃었고, 흥미를 잃었다. 



역설적으로 내가 글감에 흥미를 잃은 순간부터 삶에 큰 공백이 찾아왔다. 쉽게 말해, 심심했다. 아무리 책을 읽고 다른 취미활동을 끄적여봐도, 글쓰기 만큼의 그것을 가져오지 못했다. 왜 글쓰기를 그만두었다고 삶이 재미없어졌는가? 왜 삶이 루즈해졌는가? 끝 없이 고민했다. 수개월간의 고찰은 끝내 그 답을 가져오지 못했고, 나로하여금 다시 어떤 글이든 쓰도록 만들어준 것이다.


어쩌면 난 또다른 욕심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글쓰기도 하나의 '컨텐츠' 생산인데, 이 컨텐츠를 영상으로 만들면 유튜브 컨텐츠가 되는 것이고 거기서 어쩌면 수익이 생길 수 있다 생각했다. 영상 편집은 오래전 해봐서 대강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자신이 있었지만 결국, 난 제대로된 컨텐츠 하나도 만들어보지 못하고 수년을 흘려보냈다. 마치 2009년에 한참 아이폰 개발열풍이 불었을 때, 맥북과 앱스토어 개발자 등록을 다 해놓고도 objective-c의 그 난해함을 극복하지 못하고 코딩 한줄 하지 못했을 때랑 비슷했다. 


결론은 어쨌든간에 어떤 주제로든 글을 써야겠다는 것이었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 그런것도 사실 욕심이다. 난 그저 기록이 좋다. 생각을 공유하는게 좋다. 그래야지만 내가 원하는 삶을 가져올 것 같다. 희안하게도, 을 쓰지 않음으로써 난 생각속에 같혔다. 나 속에서 같혔다. 십년 전만 해도 SNS에 이리저리 끄적이면 손쉽게 공감을 얻을 수 있었는데 타지에 온 순간부터 나는 답답함을 느꼈고, 이를 잘못된 방향으로 해소하려 하다가 알콜중독 등 수 많은 문제를 겪었다. 



그래서 "레터 드 메튜" 라는것을 만들었다. 나중에 소개하겠지만, 나는 글이라는 자체를 하나의 편지라고 생각한다. 그게 누군가를 대상으로 글을 쓰던, 나를 위해 쓰던지 말이다. 그래서 난 나의 편지에 나의 이상을 담고 싶다. 나의 본래 글을 쓰던 목적인 "이상과 현실의 조화"를 담고 싶다. 그래야지만 내가 살 것 같다. 그래야지만 내가 이세상에 존재해야 하는 이유와 목적을 알 것 같아서이다.


가지고 싶은 것을 다 가질 수 있다고 한들 인생의 의미를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삶의 의미는 무엇일까, 어떤 삶이 내가 원하는 그런 삶일까, 그래서 나는 글을 쓴다. 나와의 대화를 위해서, 나와 내 미래의 alignment를 위해서. la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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