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실리콘벨리 진출기.
최근에 미국 IT업계로 진출하고자 하는 분들이 많아지는 것 같다. 내가 경험한 한국사회는, 그래도 가족을 위해 열심히 사는 사람들의 사회였고, 다시 내가 근 8개월을 있어서 보는 미국에서의 삶은, 노력한 만큼의 더 큰 보상을 주는 공간이었다. 하지만 생각건데, 단순히 더 큰 보상을 받자고 미국에 오는 것, 혹은 디지털 노마드를 꿈꾸는 자체는 난 그다지 내키지 않는다. 생각보다 실리콘 벨리의 사람들은 실력이 높다. Geek가 많고, 프로그래밍이라던가 Dev-Ops등을 정말로 ‘사랑’ 한다. 어느 한 분야에만 미쳐있는 사람도 있고, 나처럼 조금 다방면으로 좋아하는 풀스택도 많다.
이곳 실리콘벨리로 오니, 아직까지는 내가 일하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정말 나는 우물안의 개구리였구나 라는 생각도 든다. 내자랑은 아니지만, 나도 그래도 20년 전부터 웹프로그래밍을 해 왔고 진정한 의미의 풀스택이 되려고 힘껏 노력했는데도 이곳은 너무나 Geek들이 많다 보니 그렇게 눈에 띄지 않는다. 단순히 HTML이나 파이선 조금 했거나, CS를 졸업했거나 학원을 다녔거나.. 해서 이곳에 와서 지푸라기라도 잡는다 생각하면 글쎄, 일단 최근 미국처럼 스타트업이 활발한 한국에서 찾는 인재가 먼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잠시 내 생각을 이야기 해보며 미국 IT 진출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대해 이 글을 읽는 분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조금 긴 글을 써본다.
언어중의 기본인 영어도 그렇다. 나도 처음에는 프로그래밍이니깐 뭐 괜찮겠지 싶었는데 그래도 어느정도 영어를 해야한다. 왜냐면 일단 의사소통을 해야하고, 어느정도 레벨이 된다면 내가 설계한 로직에 대해서 말 그대로 ‘논리적’으로 설명을 해야하니깐. 영어를 못하면 한문장으로 얘기하면 될 것을 정말 길~게 늘여서 말하게 된다. 그럼 듣는 상대방도 질리고, 본인도 힘들다. 질리게 되니깐, 미국에 와보면, 일단 백인들 영어는 너무 빠르고 굴리기도 해서 웅~ 하고 마치 벌이 지나간 듯, 끝난다. 인도애들은 너무 인도강세가 뚜렷해서 적응되지 않으면 이게 영어인지 힌디어인지 모른다. 말이 안통하면 주늑들고, 자신감이 줄어들고, 결국 현실도피로 한국 컨텐츠나 찾게 되는데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결국엔 한국에 가고싶을 것이다. 목적이 조금 전도된다 해야 할까,
나도 이제야 인도나 백인애들 영어가 들리기 시작한다. 미드공부니 뭐 그런것보다 솔직히 공부할 시간도 별로 없더라. 그냥 실제로 부딪치며 영어를 많이 써보는 것이 가장 큰 도움이 되었다. 사실 나는 영어를 정말 못했다. 이렇게 되기까지 정말 오랜 시간이 걸린 것 같다. 내 영어실력 솔직히 말해보자면, 수능에서 영어는 4등급 받았고 스물다섯 첫 토익은 신발사이즈였다. 영어공부를 싫어한 건 아니지만 따로 시간내서 해본적이 없고, 기껏해야 아리랑 라디오를 꾸준히 들은게 전부이다.
그래도 영어에 대한 욕심만큼은 잃지 않았다. 영어를 하고싶은 이유는 첫째는 여행을 다니며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기 위해서, 둘째는 기술의 최전방인 실리콘벨리에 오기 위해서, 셋째는 내가 좋아하는 게임들의 원서를 읽고 싶었다. 내가 좋아하는 게임들(Call Of Duty, World of Warcraft, Starcraft, Rainbow Six) 이나 미드(Game of Throne) 의 원서를 읽는다는 것은, 결국 그 세계관을 확장해서 알고싶은 것이다. 이외에도 영어로 된 무진장 많은 지식이 나를 엄청나게 유혹했는데, 나는 채 두세장을 읽다보면 모르는 단어가 너무 많아 지치고, 그러다 몇 주간 손을 놓게 되더라.
영어공부를 본격적으로 한 것은 4년 전 미국여행에 앞서 어학원 한달을 다니면서부터인 것 같다. 그렇게 처음 실리콘벨리에 와보고, 몇번 백인들한테 무시를 당하고 나니 오기가 생겼다. 교환학생을 결심하며 방학 내내 토플이라는 시험을 준비했고, 조금 성적이 나오자 교환학생 대신 대학원을 준비하며 GRE라는 시험과 어학원을 몇 년간 다니고, SOP등 수 많은 다른 과정들을 준비했다. 이런 과정을 한번 겪고 나니 신기하게도 원서가 읽힌다. 속도가 못해도 전보다는 10배는 빨라졌고, 어떤 때에는 원서를 한번에 내리 10여장을 읽기도 한다. 아직은 뭐 원어민에 비해서는 새발의 피이지만, 확실한 것은 4년전에 비해서 지금은 정말 많이 늘었다. 미국에 와서도 영어는 항상 고민이지만, 직접 생활속에 부딪치는게 가장 좋다는 생각이다.
그렇게 영어를 극복한다면, 남은 것은 정말로 이 외로운 과정을 겪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가 아닐까. 나의 경우는 워낙 타지생활의 서러움(?)을 많이 듣고 나와서 그런지, 나와 뜻이 맞는 와이프를 만나 결혼했고, 함께 미국에 왔다. (덕분에 정말 든든한 힘이 된다.) 서론에도 언급했듯이, 본래 미국에서 대학을 나오지 않은 이상 사실 좁은 한국사회에 쉽사리 발을 담그기 힘들다.
이건 나의 경우이지만, 나는 한국에서의 그 거의 매일같이 있는 술자리가 싫어서 미국에 온 것도 있기 때문에 오히려 더욱 한국분을 사귀는 것을 살짝 피하는, 아직은 편견이 있는 것 같다. 아무리 혼자 조용히 공부하거나 개발한다 해도 사람이 사회적 동물인데 (최소한 나는)그 생활 또한 오래가지 못할 것 같다. 우울증에 빠지기 쉽다. 그럼 Meetup등을 나가서 친구들을 사귀던가 해야 하는데, 타 문화권이라면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기엔 시간이 걸린다.
더불어 미국사회의 약간 뭐랄까, 외국인에 대한 약간의 비 협조적 이랄까.(캘리포니아는 덜하다고 들었다.) 그런것도 극복해야 할 사항이고, 체류문제 노동권한문제부터 해서 처자식들이 있는 경우는 얼마나 더 힘들겠는가. 사실 나도 여기 있으면서 느끼지만, 제대로 ‘하소연’ 할 곳을 찾기가 여간 쉽지 않다. 가족이 있어도 결국, 외로운 싸움은 언제까지나 계속되는 것 같다.
내 생각이지만, 사실 이 모든 것들을 극복할 수 있는게 ‘실력’ 인 것 같다. 정말로 천재가 되면 된다. 그 천재가 알고리즘을 미친듯 잘하거나, 수학을 잘하거나 그런 게 아니라 현재의 트랜드대로 정말 빠르게 프로토타입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이 되면 된다. 미국에 와서 어느 기업에 자기좀 뽑아달라고 굽신거리는 것이 아니라, ‘갑’이 되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가 보는 많은 미국에서의 사람들이 한국사회에서 보기에는 ‘갑’처럼 대우받지 않던가, 스스로 주도하에 기업이 필요로 할 것 같은 사람으로 자신을 만들면 된다. 우리나라는 이해관계라던가, 현재의 약간 저조한 경제등이 끼어있지만 내 생각에 미국은 오로지 실력이다.
스스로를 PR해야 한다. 내가 한 것의 100은 정말 임펙트 있게 알려야 한다. 스타트업이 3분 Pitch Desk를 준비하는 것처럼, 스스로를 강력한 메시지로 꾸미고 또 꾸며야 한다. 일전에도 포스팅을 한 적이 있지만 나는 내 소개에 관해서 LinkedIn, 개인웹사이트, 내소개를 요약한 PDF를 제작하는 데에 무려 4개월이라는 시간이 소요됬다. 그래도 지금은 내가 뭘 하는 사람인지를 알리는 데에 저만한 것도 없다. 당장 내 개인웹사이트에 들어가면 데이터 시각화를 통해, 그래도 어느정도 내가 걸어온 길과 추구하는 길을 이해할 수 있으니깐. 그걸 순전히 Scroll Down 을 통해 쉽게 알 수 있는다는 자체도, 인터렉티브의 힘을 빌려 나를 소개할 수 있으니깐.
결국, 미국진출이 쉬운 길은 아니다. 그래도 나는 대학원 준비를 하면서 재밌게 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이 길을 추천한다.) 물론 힘들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정말 큰 산을 넘은 것 같고, 물론 아직도 큰 산이 수 없이 많지만 도전하고 얻는 성취가 남다르다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최근에는 디지털 노마드니, 미국에서의 그런 호화(?)스러운 기업 문화라더니 억대 연봉이니.. 이런건 중요하지 않다. 내 생각이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건 자신이 앞으로 적어도 10년, 길게는 평생을 일해도 만족할 수 있는 그런 분야를 찾는 것이 아닐까. 지금의 내가 HCI니 머신러닝이니 클라우드 컴퓨팅이니 뭐 이리저리 방황하다가 지금에 와서야 SDN과 마이크로아키텍처를 선택한 것처럼 (그리고 이것들은 평생 공부해도 재밌을 것 같다.) 말이다.
물론 그런 와중에 우리에겐 일과 여가의 중심도 중요하다. 미국 사람들이 전부 8시간 일하고 주말은 온전히 놀고 그런게 아니다. 결국 철저한 자기관리 속에 이룬 성과이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결국, 끝없이 공부해야 한다. (참고로 여기서 공부는 국영수가 아님을 밝힌다…) 나도 솔직히 공부는 정말 싫어했는데.. 여기까지 오다 보니 결국 답은 공부를 얼마나 취미로 만드느냐가 관건이더라.
긴 글이었다. 사실 중요한건 본인의 마음먹기에 따라 달러질 것이다. 이 글을 누가볼지는 모르겠지만, 미국에 꼭 가야한다면 적어도 재밌게 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의 경험은 오로지 ‘참고’용이니, 계속해서 자료를 찾아보고 본인의 상황에 맞게 미국진출의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믿는 바에는 항상 길이 있으니, 꼭 된다는 생각으로 꿈을 잃지 않고 나아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