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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튜 Nov 16. 2015

둘 다 해, 뭐가 문제야.

인생 100년 살 텐데, 무언들 못하겠는가.

(커버: 얼마전 방문한 Point Reyes 의 Oyster농장에서.)


미국에 온지도 벌써 4개월이 지났다. 학교와 여러 집들에서는 벌써부터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난다. 기온도 제법 쌀쌀해져서 이리저리 껴입고 다녀야 할 정도로. 실리콘밸리의 겨울은 이런 것이구나, 하면서도 아침의 그 따뜻한 캘리포니아 햇살과 저 맑은 하늘을 보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추위와 피로가 싹 가신다.


최근 나의 고민은 선택에서 비롯되었다. 이곳 SJSU 대학원에 와서 어쩌다 보니 Network를 전공하게 되었다. Computer Engineering에 왔으니, 세부 전공(Network, Embedded, IoT..) 중 그나마 하드웨어를 적게 다루는 네트워크를 선택한 것이다.


그런데 네트워크를 배우다 보니 SDN(Software-Defined Network)를 배우게 되었다. 일종의 네트워크 환경에 대한 프로그래밍이 가능한 환경으로, 즉 공유기 같은 것을 가상화 하여 이리저리 실험적으로 구축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문제는 초기 내 유학의 학습 목표는 데이터 사이언스와  머신러닝인데, 이렇게 되면 정말 분야가 많이 달라진다. 학교에 머신러닝 관련된 수업은 있지만, 세부 전공에는 없다는 것이 나를 고민하게 만들었다. 선택에 따라 향후 취업에 영향을 주게될 것이란 생각에서이다.


몇 주간의 선택의 고민이 있었다. SDN이냐 머신러닝이냐. 그러던 중, 친한 친구와의 대화 속에 나는 이 고민을 털어놓았고, 친구는 의외의 대답을 했다. 


"둘 다 해, 100살까지 살 텐데 못할게 뭐 있어." 


생각 외의 대답이었다. 그렇지, 인생 100년 사는데 정말 못할게 뭐가 있겠는가. 내가 100살까지 살 건데, 두 분야에 대한 저명한 학자는 못되겠지만 최소한 내가 얻고자 하는 그 지식의 깊이까지는 도달할 수 있지 않겠는가. 


사실 그게 내가 바라던 바였다. 나 스스로가 좋게는 호기심이 많고, 나쁘게는 산만하기 때문에 끌리는 것은 일단 해보고 원하는 정도까지는 익히거나 가져야지만 만족하는 성격이다. 나는 이런 내 성격을 탓하고 싶지는 않다. 오히려 좋기도 하다. 평생 한 가지 일만 하고 살고 싶지는 않고, 계속해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바꿔나가고 싶다. 인생 절반을 프로그래머로 살다가, 인생 후반은 예술과 함께하고 살고 싶다고 할까.


비단 나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이런 생각을 할 것이다. 하고 싶은 것은 많은데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선택의 기로에서의 문제. 하지만 사실 이를 다 하지 않고서는 우리의 욕구가 진정 풀릴 수 있을까, 결국 둘 중 하나의 길을 가게 될 것이다. 둘 중 한 가지는 애써 잊고 산다던가, 언젠가는 다른 것을 선택한다던가.


락커의 꿈을 미루다.


나는 사실 락커가 꿈이었다.  마음속 깊은 곳의 생각과 감성을 함축한 하나의 곡을 만들어나가며, 무대에서 관객과 그 멋에 대한 교류를 하고 싶다. 하나 락커에 대한 꿈은 미룰  수밖에 없었다. 내가 그리 잘생기지도 못했고, 음악도 사실 피아노 조금 칠 줄 아는 것 외에는 잘 모른다. 화성학을 공부하려 수십 번이나 시도했지만 작심삼일이었고, 그즈음 되면 나는 흥미를 잃었다.


그래도 언젠가는 하고 싶다. 그래서 나는 그 꿈을 잃지 않고 산다. 락커가 되면 무엇을 할 것인가? 이후에도 나는 많은 것을 하고 싶다. 그런데 그게 당장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게 10년 후가 될지, 50년 후가 될지는 모른다. 그래도 내가 당장이 아니라는 생각에 꿈까지 버릴 필요가 있겠는가.


평균수명 80세의 세상


나는 인생을 100년으로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정말 그렇게 본다면, 삶이 정말 길게 느껴진다. 10년 단위로만 쳐도 열 번이고, 내가 지금 30대라고 해도 아직 여섯 번의 기회는 남은 셈이다. 학창 시절이 초중고 도합 12년이고, 대학은 4년이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우리가 이룬 것을 생각해본다면, 10년이란 시간은 최소한 하나의 꿈을 이룰 수 있는 길고 좋은 시간이 되지 않을까.


하고 싶다는 순수한 생각, 혹자는 분명 비판을 할 것이다. 50만 넘으면 몸도 마음도 약해질 텐데 뭘 하겠느냐고. 내가 젊어서 그런 생각을 하지, 나이 들어봐라 등등.. 정말 수 없이 들은 이야기이다. 그런데 난 그런 환경일수록 삶을 더 길게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되면 정말, 내가 겪어온 시간들이 소중해지고 앞으로 일어날 일들이 신나고  즐거워질 것이니깐. 지금 내가 힘겹게 하는 이 일에 대해, 이것의 가치를 여기는 행위가 바로 눈을 감고 즐겁게 내가 원하는 그것을 가졌을 때를 상상해 보는 것이다. 이는 책 '시크릿'에서도 중시한, 보일듯한 미래를 그리는 것과도 같다.




사람의 꿈은 존중받아야 한다. 그것이 결국 우리에게 더 나은 삶을 가져올 것이다. 지금부터 100년 후는 2100년 이후이고 그쯤 되면 우리는 화성에 살아야 할 지도 모른다. 스스로 더 많은 꿈을 가지고 이를 하나 둘 이뤄나가야, 보다 더 발전된 인류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이를 위한 도구를 만드는 것이 나의 인생 100년 사명이다. 그리고 수년 째 내가 생각해온, '유라임'의 발판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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