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에 대한 투자가 모든 것의 해법인 공간
오랜만에 브런치에 글을 쓴다. 학기말이 다가옴과 동시에, 글을 쓸 시간이 없음은 물론 사실 브런치라는 공간이 아직까지는 썩 내키지는 않는다. 왜 굳이 지금의 블로그를 마다하고 이곳에 글을 써야하는지, 그것에 대한 생각이 꽤나 크다. 네이버에 천여개의 글을, 워드프레스에 500여개의 글을 썼었는데 왜 또 다시 이렇게 좋은(?)플렛폼이 나와서 우리를 힘들게 하는지. :) 물론 긍정적인 의미에서 말이다.
간단히 근황을 전하면 개발하던 프로젝트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지만 학교와 동시에 스타트업을 한다는 자체는 여간 힘든게 아니다. 거의 저녁반으로 이뤄진 수업 덕분에 그래도 학교와 회사(=일) 두 개의 생활이 가능하기는 하지만 석사 과정인지라 두세 과목을 듣는데도 불구하고 공부할 범위가 상당히 넓다. 게다가 내년에 졸업을 하려면 졸업 논문이나 프로젝트, 종합시험 중 하나를 해야 하는데 논문을 쓰려 했더니만 학기가 꼬여버려서 5학기를 다니게 생겼다. 이제서야 미국에 좀 적응하나 싶더니, 결국 영어를 잘 못해서 혹은 문화에 적응하지 못해서 생겨버린 하나의 크나큰 실수라고 할까.
그래도 최근 교수님을 찾아가서 SDN(Software-Defined Network) 에 대해 논문을 쓰겠다고 하니 흔쾌히 지도교수가 되어주겠다고 하신다. 내가 관심있는 부분은 최근 Docker를 사용하면서 느낀 Continuous Deployment과정에서의 자동화랄까. 조금 더 소규모의 스타트업에 맞는 배포 프로세스에 대해 설계하고, 특히 최근 Google Cloud를 사용하면서 쓰는 Kubernetes를 좀 더 파보고 싶다. 직접적으로는 처음으로 Open Source에 기여도 하고 싶고, 전체 프로세스 과정을 내가 개발하는 전반적인 프로세스와도 부합시키고 싶다. (아래는 살짝 내 연구/개발 이야기)
Git의 master 브랜치에 push된 변경된 내용이 있으면 이를 CI에서 자동 test 후 docker packaging후 자동 배포랄까. 조금 복잡하지만, 쉽게 말해 명령어 하나만 입력하면 개발/테스트/베포까지 알아서 되는 일종의 스크립트를 구상하고 있다. 이 과정이 필요한 이유는, 최근 스타트업이 정말로 소규모로 운영되고 있고, 빠른 개발을 위해서는 자동화 할 수 있는 부분은 빠르게 빼야한다. 예전같았으면 서버 구매나 IDC임대부터 해서 OS설치하고 뭐 깔고 뭐 설정하고 등등.. 참 추억이지만, 요즘엔 IaaS나 PaaS한방에 처리되지 않는가. 게다가 마이크로아키텍처의 발전으로 뭐 요즘엔 도커 패킹이 정말 만능처럼 느껴지니 말이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어차피 전부 다 '가상'환경이다. IaaS에서 물리적인 하드웨어의 존재를, 우리는 알지 못한다. AWS에서 EC2가 물리적 하드웨어를 추상화 시켜 나눠버린 자원이라는 것은, 사실 알 필요까지는 없다.하지만 이런 일련의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SDN을 이해하는 부분이다. 왜 SDN을 이해해야하면, 내 생각에는 이것이 지금의 서비스의 성능을 끌어올릴 수 있는 중요한 key point라고 본다. 전처럼 CPU를 최대한 사용하기 위해 뭐 멀티코어 프로그래밍이니, 혹은 스레드풀이나 Async등 기타 대규모 서비스에서 이뤄지는 많은 속도에 대한 고민과 해결방안의 키포인트가 아닐까.
사실 SDN자체는, 아니 Open Stack으로 대표되는 이 세계는 아직도 진행중이다. 어떤게 답이다 이런 것도 없다. 허나 내가 파고자 하는 부분은 현실에 있어서 이 SDN이 어떻게 실제 스타트업에 도움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한 생각이다. 내가 지금까지 '혼자서' 스타트업을 운영해 보니깐 그나마 내가 줄일 수 있는 부분이 이 부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Daily Report나 장애 리포트는 알아서 메일이나 push로 오고, 서버의 안정성이나 빌드 테스트나 소스관리 그런건 신경쓰지 않아도 되니깐.
뭔가 내용이 점점 '개발'적인 내용으로 흐른 느낌이다. 사실 본래 의도는 내가 이번에 논문을 쓰게 되면서 느낀것, 즉 research 한(paper?) 무언가가 있고 없고의 차이가 이곳에서의 위치를 결정한다는 것을 쓰고 싶었다. 결국 '실력'으로 대표되는 이 실리콘벨리라는 공간에서는, 솔직히 말해 내가 아무리 길고 난다고 해도 발전을 위해서는 공부할 수 밖에 없다. 얉고 넓게가 아닌 깊고 넓게 알고 있어야 하니 말이다.
그런 차이점이 한국에서는 별로 느끼지 못한 부분이 아닐까. 29년간 정말 웹쪽으로는 꾸준히 공부를 해 왔었는데, 자만은 아니지만 어느정도 수준이 되니 학부나 회사에서는 더 깊게 얘기할 사람이 점점 적어짐을 느껴왔다. 그렇다고 대학원생 친구들과 얘기하면 실무가 쏙 빠져있으니 뭔가 뜬구름 잡는 얘기가 많이 오가고, 그런 상황에서 스스로 많이 답답함을 느껴왔었는데 어떻게 보면 내겐 실리콘벨리는 천국이나 마찬가지이긴 하다.
최근 모 수업을 들으면서 처음으로 우리학교가 상대적 절대평가라는 사실을 알았다. 교수의 재량으로 상대평가는 하긴 하지만 원칙적으로는 절대평가라는 사실. 누군가 비교는 하지 않지만, 자기가 한 만큼 성적을 받아가는 것이다. 물론 모든 미국의 학교가 이렇지는 않겠지만, 이런 모습을 보며 정말 미국이 '자유'라는게 크게 보장되어 있는 만큼, 내가 노력한 만큼 얻는 공간이구나 싶었다. 아차하며 잠시 딴짓하는 순간, 나도 모르게 낙오되고 저 만큼 멀어져 가는, 어떻게 보면 무서운 곳이기도 하다. 외국인 노동자가 되면 Layoff에 대한 무서움을 언제나 안고살아야 하니 말이다.
어쨌든 빠르면 연말부터는 논문을 쓸 것 같다. 그리고 사실 나도 phd에 대한 욕심은 있어서, 지금 교수님과 계속해서 paper를 쓰지 않을까. 나중에 이직을 하던, 일을 하지 않던 paper/research는 base로 깔고 갈 것 같다. 그리고 사실, 이곳에서는 모두가 그렇게 한다.
주경야독, 그것이 내가 지금까지 다시한번 바라본 실리콘벨리에서의 삶이 아닐까. 스스로에 대한 투자가 모든 것의 해법인 공간, 마음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