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은"의 이 노래를 듣는 순간, 마치 오래 닫혀 있던 서랍이 열리듯 기억이 흘러나옵니다. 마지막 자리에서 서로의 눈을 피하며 꺼내놓았던 인사. “잘 지내자.” 단 네 글자가 그날의 공기와 표정을 전부 품고 있었습니다. 말은 짧았지만, 그 속에는 미안함과 고마움, 아쉬움과 체념이 한꺼번에 얽혀 있었습니다. 차마 붙잡을 수 없는 이별 앞에서 사람은 평온한 목소리를 택하지요. 그러나 그 평온이야말로 가장 날카로운 기억이 됩니다.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스며드는 칼날처럼, 담담한 인사는 마음속을 깊게 베어내곤 합니다.
노래 속 목소리는 울부짖지 않습니다. 떠난 이를 원망하지도 않습니다. 그저 담담하게, 그러나 오래 남을 말을 반복하지요. 잘 지내자, 우리. 그 인사는 언제나 반쯤 열린 문 같습니다. 닫아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닫지 못하는 문, 돌아올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혹시 돌아오지 않을까 기다리게 되는 문. 우리는 그 문 앞에 오래 서성입니다. 잘 지내자, 라는 말은 질문을 요구하지 않는 인사이고, 대답을 기다리지 않는 작별입니다. 그러나 그 짧은 문장이 남기는 여운은, 끝이 아니라 끝나지 못한 이야기처럼, 오래 마음을 붙잡습니다.
세월이 흐른 지금, 이 노래를 다시 들으면 ‘잘 지내자, 우리’는 단순히 이별의 문장이 아닙니다. 그것은 서로가 각자의 길 위에서 무너지지 않기를 바라는 기도이자, 여전히 살아 있음을 확인하는 암호가 됩니다. 우리는 친구에게도, 가족에게도, 심지어 스스로에게도 같은 말을 건넵니다. 잘 지내자. 그 말은 어쩌면 인간이 서로에게 줄 수 있는 가장 단순하면서도 가장 간절한 축복일지 모릅니다. 잘 지낸다는 건 무탈하게 산다는 뜻일까요, 아니면 마음 한구석이 부서져도 다시 일어나는 힘을 말하는 걸까요. 알 수 없지만, 이 노래는 말합니다. 잘 지내자, 우리. 그것은 헤어짐의 언어이면서, 동시에 살아가는 자들을 향한 조용한 위로입니다.
그래서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께도 같은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잘 지내고 계신가요. 혹은 그렇지 않더라도 괜찮습니다. 우리 삶이란 언제나 완벽하게 괜찮을 수 없으니까요.
그저 언젠가, 문득 스쳐가는 바람처럼 서로의 안부가 떠오른다면, 그때 이렇게 말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잘 지내자,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