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by 고의종

어릴 적 나는 소비를 단순히 돈을 쓰는 일로만 여겼다. 용돈을 받아 과자를 사 먹고, 만화책을 사던 기억이 소비의 전부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소비는 단순한 지출이 아니라, 내가 무엇을 선택하고 어떤 가치를 좇는가를 보여주는 거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평생 창과 유리를 다루는 일을 이어왔다. 빛을 통과시키고 바람을 막아내는 투명한 재료 속에는 단순한 기능을 넘어선 삶의 무게가 담겨 있었다. 사람들은 창호를 교체하며 단순히 제품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안전을 사고, 단열의 안락함을 사고, 바깥 풍경을 품는 창을 샀다. 한 장의 유리, 한 짝의 창호는 집 안의 공기와 소리를 바꾸고, 결국 그들의 일상을 바꾸었다. 나는 그 과정에서 소비가 물건에 머무르지 않고 삶 전체를 바꾸는 힘이 될 수 있음을 보았다.



현장에서 만난 고객들은 같은 질문을 반복한다. “어떤 창이 더 오래 갈까요?” 와 같은 질문들은 가격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질에 대한 고민이었다. 소비는 돈의 이동이 아니라, 각자가 어떤 삶을 선택하느냐의 문제라는 것을 배웠다. 그래서 나는 자주 생각한다. 우리는 물건을 소비하는 걸까, 아니면 앞으로 살아갈 시간과 환경을 소비하는 걸까.



일상에서도 소비는 늘 곁에 있다. 커피 한 잔을 고르는 선택, 아이들에게 건네는 장난감, 가족과 함께 찾는 식당의 한 끼. 사소한 소비 같지만, 그 안에는 내가 무엇을 소중히 여기는지가 담겨 있다. 소비는 곧 취향이고, 삶의 무늬다. 그러나 소비가 늘 만족을 주는 것은 아니다. 필요 없는 것을 충동적으로 샀던 순간들, 광고에 흔들려 지갑을 열었던 경험은 허무함만 남겼다. 반복되는 소비 속에서 나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무엇이 꼭 필요한가, 무엇이 나를 진짜로 채우는가.



그래서 이제 나는 소비를 단순한 지출로 보지 않는다. 그것은 내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삶을 살아가고 싶은지를 드러내는 선택이다. 현명한 소비란 절약이 아니라, 내 삶에 진짜로 필요한 것을 알아보는 힘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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