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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tthew Min 민연기 Jan 11. 2022

향기 가득한 커피 공부

Daddy's Toy Workshop

새해가 되기 전에 바라던 목표를 끝마칠 필요는 없고 새해라고 무언가 새로운 공부를 시작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의 음력이 지금의 시간과 다르듯 새해도 어제의 내일이니까요.


작년에도 새로운 일을 해보고 싶어 유튜브 영상 편집을 공부하거나, 드라마 하루에 한편씩 보기에 도전하거나, 인공지능을 이용한 그림 그리기를 해보거나 했는데 그중에 하나가 정말 맛있는 커피 만들기 였어요.


다른 일들처럼 시작은 소박했습니다. 사용하던 드롱기 커피 머신이 고장 났어요. 그리고 바로 언젠가 한 번쯤 사용해 보고 싶은 '가성비'!!! 에스프레소 머신을 기억해 냈습니다. 저는 그 단어에 약합니다.


고장 난 드롱기 머신을 고치려고 열어보았지만 고치지 못했습니다. 아마 정말 고치려고 마음먹었다면 고쳤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렇지 못했지요. 어디선가 본 가성비 에스프레소 머신이 이미 제 판단력을 지배하고 있었고



정신을 차려보니 아내는 캡슐 커피 머신을 그리고 저는 소형 에스프레소 머신을 손에 넣은 상태였으니까요. 하지만 그때는 몰랐습니다. 에스프레소의 맛은 에스프레소 머신보다 커피 그라인더의 성능이 더 큰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말이지요.


엄한 커피 그라인더로 수없이 많은 커피콩을 갈아 버리고 좌절했습니다. 그리고 에스프레소 머신보다 더 비싼 그라인더를 구입했습니다. 그다음 추출 상태를 바로 볼 수 있는 바텀 리스 포터 필터나 커피를 누르는 템퍼, 몇 년 전부터 커피를 고르게 펴준다는 디스트리뷰터를 구입하는 데는 더 이상 두려움이 없었습니다. 이미 100만 원짜리 양복을 지른 사람에게 권하는 10만 원짜리 넥타이 같은 거죠.


그리고 맛있는 커피 만들기의 여정은 시간과 노력 그리고 돈으로 계속되었습니다. 커피 가루가 뭉치는 것이 아닌가 싶어 칠침봉을 사고 커피가루가 날리는 것이 혹시 커피 중량에 영향을 주는 게 아닌가 싶어 포터 필터링까지 수많은 택배 상자가 집 앞에 쌓일 때 아내는 에스프레소를 내리고 남은 커피를 버리라고 넛박스까지 선물했습니다.


그리고 코스트코에서 구매한 1kg이 넘는 고오급 테라로사 원두를 매일 같이 갈아 마셨습니다. 맛있는 커피를 만드는 데 자동 에스프레소 머신이 숨긴 정말 수많은 인자들이 있더라고요.


https://blog.naver.com/smoke2000/220819670121


찬물로 천천히 내려 만드는 더치커피는 에스프레소 만들기에 비하면 정말 쉬운 편이였다고 생각하며 강릉 테라로사 커피집을 찾아갔습니다.



그리고 내 커피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확신했습니다. 내가 내린 에스프레소와 크게 다르지 않았거든요. 그리고 그보다 훨씬 비싸다는 스페셜티에 손을 데기 시작했습니다.



폴 바셋의 스페설티입니다. 테라로사 원두보다 훨씬 비쌌고 맛있는 조건을 찾는데 원두 절반을 실패의 재물로 삼았지만 그래도 즐거웠습니다.



원두커피도 와인처럼 여러 품종을 섞거나 한품종만을 선별하기도 하는데 고압으로 추출하는 에스프레소는 블렌드 원두가 맞는다고 해요. 그래도 저는 한 가지 종류의 원두가 더 좋더라고요.



스페셜티는 갈색이 도는 정도의 중배전으로 로스팅 하는데 커피의 산미를 즐기기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그 맛과 향이 다양해서 아메리카노로 마시면 좀처럼 구별하기 힘든 맛들이 있습니다.



그때부터 에스프레소를 마시기 시작했습니다.


같은 조건으로 추출해도 마시는 때마다 맛이 다르게 느껴져 하루에 3잔씩 마시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어디 커피 맛있다는 집이 있으면 일부러 찾아가 에스프레소를 시켜마셨습니다.



이름처럼 홀짝 마시면 그만이라 아내가 커피를 비울 때까지 심심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커피가 맛있는 가게는 에스프레소가 맛있습니다.




지금까지 가장 좋았던 원두는 폴 바셋에 '세라 베르데' 였어요.


하지만 지금도 같은 조건으로 커피를 내려도 맛이 조금씩 다릅니다. 가게를 열 것도 아닌데 내릴 때 항상 같은 맛이 나야 하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그래서 요즘은 그냥 다르면 다른 데로 즐기고 있어요. 커피를 내릴 때 미묘한 변화를 생각해 보는 것도 재미있고 내 입맛이 항상 같지도 않을 테니까요.


무엇보다도 누구와 함께 마시느냐가 커피 맛의 가장 중요한 요소가 아닐까요?




고가의 디스트리뷰터를 구경하다가 이렇게 하면 되지 않을까 싶어 템퍼 손잡이를 이용해 봤습니다. 그런데 이미 많은 분들이 이렇게 하고 계셨네요.

https://youtu.be/_tc8rcBJ9n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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