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atthew Min 민연기 Jun 05. 2023

색 바랜 멀티탭을 위한 장난감 트럭

MAtt's Toy Worksop

알고 있지만 애써 무시하는 물건이 있습니다. 방구석에 묵묵히 일을 하다 색이 바랜 물건들. 애이 이게 뭐야 싶어도 가만히 있기만 해도 그 역할을 다하는 멀티탭입니다. 


플라스틱은 수백 년이 지나도 멀쩡하다고 하지만 하얀색 플라스틱은 수 년의 세월을 빛깔로 항변하죠. 누렇게요. 확실히 창조한 인간보다 수명이 짧아 보입니다. 뭐 그래도 너무 오래 같은 자리를 묵묵히 지켜주어 딱히 어색하지 않았는데, 아내가 이런 물건이 있다며 보여줍니다. 



"자 만들어보세요. 저는 당신을 믿습니다."

"어? 에 예"



어떤 멀티탭에도 맞는 범용 디자인일 필요는 없으니 가리고 싶은 노란 멀티탭 크기를 잽니다. 



대강 그립니다. 이런 디자인은 대강 그려야 더 그럴듯해 보입니다. 항상 TinkerCad나 Catia, Creo로 그리다가 이번에는 Fusion360으로 그려 보았습니다. 3D Cad 프로그램은 얼마나 다양한 기능이 있느냐 차이가 날 뿐 대부분 사용방법이 비슷해요. 마티즈 운전하다가 그랜저 운전하는 거랑 같죠. 



아내가 보여준 사진을 슬쩍 보고 그린 거라 인상만 남아있습니다.  



3D 프린터에 넣을 수 있게 파일을 바꿉니다. 단단하라고 30%로 채웠더니 시간이 한참 걸린다고 하네요.



중간에 그만 해가 져버리고 말았습니다. 3D 프린터는 정해진 위치로 움직일 뿐 어두워도 상관없지만 스탠드를 켜줍니다. 껌껌한데 혼자 일하면 쓸쓸하니까요.



서포트 없이 출력할 수 있도록 바퀴를 따로 그렸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넓은 디자인은 구석이 떠오르는 일이 생겨 잘 달라붙어 있으라고 고정면을 넓혀주었습니다. 



접착제로 바퀴를 붙여줍니다. 서포트를 떼어내는 것보다 이편이 훨씬 재미있네요. 

https://youtu.be/MbhCmDtzBes

제가 사용하는 3D 프린터는 이제는 구하기도 힘든 초 최저가 Anet A8입니다. 치수도 좀처럼 맞지 않는데 다행히 색 바랜 멀티탭에 꼭 맞네요. 



3D 프린터의 가치는 가진 것으로 선을 가르는 우리에게 나만을 위한 물건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너는 나처럼 이런 걸 가질 자격이 없어.'라고 말하거나 '나도 저런 걸 가지고 싶어.'라고 부러워할 필요가 없게 됩니다. 나에게만 꼭 필요한 물건을 만들 수 있으니까요.


뭐 누군가 상품으로 만든 것을 적당히 내 필요에 맞춰 만든 것이지만 아내는 매우 흡족해하셨습니다. 


바퀴도 나무색으로 칠할까 했는데 그냥 하얀색으로 남아 있는 편이 더 예뻐 보일 것 같아 그대로 두기로 했어요.  




상상을 현실로 만드세요 : 3D 프린터

https://search.shopping.naver.com/book/catalog/32455944859



작가의 이전글 유튜브용 카메라 스탠드 만들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