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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 바랜 멀티탭을 위한 장난감 트럭

MAtt's Toy Worksop

by Matthew Min 민연기

알고 있지만 애써 무시하는 물건이 있습니다. 방구석에 묵묵히 일을 하다 색이 바랜 물건들. 애이 이게 뭐야 싶어도 가만히 있기만 해도 그 역할을 다하는 멀티탭입니다.


플라스틱은 수백 년이 지나도 멀쩡하다고 하지만 하얀색 플라스틱은 수 년의 세월을 빛깔로 항변하죠. 누렇게요. 확실히 창조한 인간보다 수명이 짧아 보입니다. 뭐 그래도 너무 오래 같은 자리를 묵묵히 지켜주어 딱히 어색하지 않았는데, 아내가 이런 물건이 있다며 보여줍니다.



"자 만들어보세요. 저는 당신을 믿습니다."

"어? 에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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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멀티탭에도 맞는 범용 디자인일 필요는 없으니 가리고 싶은 노란 멀티탭 크기를 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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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강 그립니다. 이런 디자인은 대강 그려야 더 그럴듯해 보입니다. 항상 TinkerCad나 Catia, Creo로 그리다가 이번에는 Fusion360으로 그려 보았습니다. 3D Cad 프로그램은 얼마나 다양한 기능이 있느냐 차이가 날 뿐 대부분 사용방법이 비슷해요. 마티즈 운전하다가 그랜저 운전하는 거랑 같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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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보여준 사진을 슬쩍 보고 그린 거라 인상만 남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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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프린터에 넣을 수 있게 파일을 바꿉니다. 단단하라고 30%로 채웠더니 시간이 한참 걸린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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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 그만 해가 져버리고 말았습니다. 3D 프린터는 정해진 위치로 움직일 뿐 어두워도 상관없지만 스탠드를 켜줍니다. 껌껌한데 혼자 일하면 쓸쓸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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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포트 없이 출력할 수 있도록 바퀴를 따로 그렸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넓은 디자인은 구석이 떠오르는 일이 생겨 잘 달라붙어 있으라고 고정면을 넓혀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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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착제로 바퀴를 붙여줍니다. 서포트를 떼어내는 것보다 이편이 훨씬 재미있네요.

https://youtu.be/MbhCmDtzBes

제가 사용하는 3D 프린터는 이제는 구하기도 힘든 초 최저가 Anet A8입니다. 치수도 좀처럼 맞지 않는데 다행히 색 바랜 멀티탭에 꼭 맞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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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프린터의 가치는 가진 것으로 선을 가르는 우리에게 나만을 위한 물건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너는 나처럼 이런 걸 가질 자격이 없어.'라고 말하거나 '나도 저런 걸 가지고 싶어.'라고 부러워할 필요가 없게 됩니다. 나에게만 꼭 필요한 물건을 만들 수 있으니까요.


뭐 누군가 상품으로 만든 것을 적당히 내 필요에 맞춰 만든 것이지만 아내는 매우 흡족해하셨습니다.


바퀴도 나무색으로 칠할까 했는데 그냥 하얀색으로 남아 있는 편이 더 예뻐 보일 것 같아 그대로 두기로 했어요.




상상을 현실로 만드세요 : 3D 프린터

https://search.shopping.naver.com/book/catalog/32455944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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