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tt's Toy Workshop
와인 관련 물품도 참 다양합니다. 남은 와인병에 공기를 빼주는 장치부터 와인을 따를 때 공기를 섞어 와인의 탄닌이 부드러워지는 시간을 단축하는 장치도 있지요. 이것저것 많이 사용해 봤는데 계속 사용하게 되는 물건은 전동 와인 오프너입니다.
그런데 망가졌어요.
모터가 도는 소리는 들리는데 스크루는 꼼작도 하지 않습니다. 이번은 못 고칠 것 같은 불길한 기운을 뚫고 열어봤는데 역시나 기어 박스의 톱니바퀴가 부서졌습니다. 강도가 높은 플라스틱을 사용해야 해서 항상 하는 땜빵으로는 고치기 힘듭니다. 빨리 포기했어요.
하지만 남은 부품들, 모터나 배터리, 충전 회로들은 멀쩡해서 일단 꺼내놓았습니다. 언젠가 다시 쓰일 날이 있을 거야 기약하면서요.
그리고 시간이 흘러 넷플릭스 드라마를 몰아보던 어느 날 와인 오프너의 USB 충전 회로를 쓸만한 곳이 생각났습니다.
제게는 건전지 4개를 넣어 사용하는 글루 건이 있거든요.
코드를 끼우지 않아서 편리한데 스위치를 켜면 2분 이상 기다려야 합니다.
거기에 전기도 많이 먹어서 가열되는 2분 만에 0.1V 이상 쉭 사라지죠. 간단한 작업을 하려고 해도 2분 기다렸다가 몇 분을 계속해서 사용하면 배터리 4개가 사라지는 그런 비환경적인 글루 건입니다.
이 글루 건에 USB 충전 와인 오프너의 영혼을 넣으면 친환경이 되지 않을까요? 건전지 4개는 6V고 리튬 폴리머 배터리는 4.2V 지만요.
일단 전원을 연결해 봤습니다.
6분이 넘게 걸렸습니다. 글루 건은 친환경이 되었지만 저의 인내심은 오염되고 말았습니다. 여기서 끝냈어야 하는데 너무 억울했어요. 열은 전압보다 전류의 영향이 크잖아요. Q=I^2 R T 이니까요. 전압이 조금 낮아도 방전율이 높은 배터리라면 훨씬 빨리 가열되지 않을까 싶었거든요. 넷플릭스 드라마 몰아보기 하다가 떠오른 생각이니 맞을 거예요.
억울해서 전압을 올려보기로 했습니다. 승압 모듈입니다. 여기서부터 엄한데 돈을 쓰기 시작한 겁니다.
이 모듈에 입력 전압을 연결하고
옆에 작은 나사를 돌리는 원하는 전류로 올릴 수 있습니다. 6V를 만들었습니다. 물론 그만큼 전류를 떨어질 테니 아무 소용이 없는 짓일지도 모르지만 이제는 돌이킬 수 없습니다. 포장도 뜯었고 중국 알리익스프레스 반품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입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2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배터리를 사용할 때보다 조금 더 좋아졌습니다. 그럼 전류는 뭐란 말인가 이것도 유쾌하지 않은 결과입니다.
뭐 소비 전력은 전압에 비례하는 거니까 뭐 세상은 그런 건가 체념하며 와인 오프너의 남은 영혼을 꼬깃꼬깃 모아 덩어리로 만들었습니다.
건전지가 들어가던 자리에 넣었는데 쏙 하고 들어가지는 않네요.
이미 여기까지 먼 길을 왔으니 적당히 넣을 케이스를 만들어야겠습니다.
요즘은 날이 더워 3D 프린터도 빨리 가열되는 거 같아요.
그렇다고 출력이 빨리되는 건 아닙니다. 요즘은 필라멘트를 녹여 출력하는 FDM 3D 프린터도 많이 빨라졌다고 해요.
글루 건에 전기가 들어가는 단자는 클립으로 만들고
클립에 와인 오프너의 영혼을 연결합니다. 이제 친환경 글루 건을 위한 'USB 충전 와인 오프너 영혼 배터리 모듈'이 완성되었습니다.
USB를 충전하는 전기도 화석 연료를 사용하는 점에서 궁극의 친환경 글루 건이라면 수소 발전 장치를 만들어 주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겠지요.
물론 그건 죽어버린 와인 오프너의 불쌍한 영혼을 위한 일이 아닌 거예요.
이제 옛날 아이들의 장난감을 빼앗아 만든 액자를 수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액자를 연 김에 아이들에게 '너 이거 가지고 놀래?' 물어봤는데
https://blog.naver.com/smoke2000/221134694280
대꾸도 하지 않았습니다.
상상을 현실로 만드세요 : 3D 프린터
https://search.shopping.naver.com/book/catalog/324559448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