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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ttOh Jul 16. 2016

신입사원에게 필요한 세가지

봐주는 기간은 금방지나간다. 오늘은 반말 쓴다

*다소 민감할 수 있는 내용은 수정하였습니다. 관심 주신 독자분들 감사합니다.


회사에 정말 많은 신입사원이 들어온다. 청년실업? 바깥에 무슨 일이 있는지는 사실 잘 모른다. 요즘 신문기사야 누가 믿겠는가. 심지어 통계청 페이지에 있는 숫자도 이제는 못믿겠는데. 여기저기서 취업비결이 하도 난무하다보니 요령은 확실히 익히는 것 같다.


기획이 직장생활의 8할이었던 나에겐 종종 멘토링이나 신입 교육과정에 일부 참여할 때가 있다. 스펙이 엄청나서 즉시전력감으로 써도 될 것 같은 이들이 교육을 받고 있다. 그래. 아마도 그 시절의 나보다 훨씬 똑똑할 것이다. 난 대학원도 안나왔고 컨설팅 인턴십도 안한 채로 입사를 했는데. 요즘은 어찌나 멘사에 대학원 출신들이 잘 보이는지 신입사원 신상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내가 고졸처럼 여겨질  때도 있다. 당장 내가 도태되어 그만두게 되는거 아닌가 하는 섬뜩함이 느껴질 정도.


그런데 막상 일을 하다 보면, 꽤 당황스러울 때가 있다. 아마도 조직생활을 처음 하는 만큼 다소간의 서투름이 불러오는 케이스인데, 오늘은 어찌해야 할지 모르는 신입사원들을 위해 약간의 팁을 공유하고자 한다.


참, 미리 얘기하자면, OA스킬은 어떤 상상을 해도 선배들을 따라가기가 어려우며, 데이터 분석 역량은 요즘같아선 뽑는게 문제가 아니니 너무 도도해 말길. DW? SAS? 아버지는 늘 기술이라도 배우라고는 하셨지. 하지만 데이터를 다룬다는 친구들을 자리에 앉혀놓으면 단 하나의 인사이트도 안나오니 처음부터 기대하진 말길 바란다. 하지만 뭐 글쎄, 배워서 나쁠 건 없겠다.


무슨 얘기냐고?


정작 선배들은 신입에게 "레벨과 기술"을 요구하지 않는다는게 함정이라는 것이다.




1. 사소한 일에도 근성을 가지고, 알바처럼 일하지 마라. 당신은 4대보험에 연봉제로 살아가는 직장인이다.


근성을 무슨 꼰대 문화인 것처럼 생각하는 신입들이 있다. 그저 선배들은 자신을 귀여워하고 소중하게 생각해주길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나의 싱싱함을 이용하여 더 나은 회사로 빨리 벗어나면 되니까. 아쉬운건 선배나 회사들일테니까. 내 절친의 회사에서는 신입 턴오버가 거의 절반 수준이라고 한다. 뭐 회사가 쉽게 보이긴 하나보다. 그런데 실업률과 구인난은 왜 동시에 존재할까. 고스펙 실업자가 왜 증가하나. 잘 배우면 몸이 고생 안한다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Confirmation 없는 끝없는 Iteration, 요즘 기업들에서는 안정성을 기대하기가 어렵다. 변화하는 경영 환경에서 집중해야 할 것은 자신이 아닌 상대방이다. 누가 되었든, 일은 본인을 위한게 아니라, 위든 아래든 그 일을 원하는 사람을 위한 것이다. 철저히  Audience의 입장에서 일해야 한다. 디자인 씽킹이고 귀추법이고 뭐고 간에, 중요한건 "객체지향적"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을 맡긴 사람에게 결과물을 전달해놓고 "난 다 했다"라고 안도하는건 서로에게 굉장히 위험한 일이다. "다 했습니다"라고 마침표를 찍는게 아니라, "다 된걸까요?"라고 물어보는게 맞다. 상대방이 컨펌하는 순간까지, 일은 끝난게 아니다. 체크한다고 "저 꼰대"라고 불평하지 말고, 근성을 가지고 더 잘못된게 없는지 본인의 일을 완수 하는 것. 선배들은 그 모습을 이뻐하는 거다. 결과물을 이뻐하는게 아니라.


야근으로 생색낼 생각 말고, 일 할 때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면 그걸로 충분하다. 설령 당신이 칼퇴근 해도 뭐라 할 사람이 없으니. 단, 당신이 알바가 아닌 이상 하나만 생각하길.


끝날 때까지 끝난게 아니다.


2. 물어봐라.


"이거 좀 해줘. 이렇게 해서 요렇게 연락하고 뭐할지 agenda를 잡는데 이 정도 수준에서만 잡아줘. 내일 오전에 한 번 보자. 모르는거 있으면 물어보고"


"네."


그러고나서 대부분 스스로 해결하겠다는 자신감, 물어보기엔 혹시 선배가 날 그정도도 판단 못한다고 혼내지 않을까라는 두려움, 그리고 아주 미미한 수준의 자존심을 가지고 한 번쯤 도전해서 인정 받아보려는 시도를 하게 된다. 사실 신입들이 가질 수 있는 건강한 욕심이다. 동기들도 많을텐데 뭐가 되었든 더 경험하고, 나만의 결과물을 더 만들어 가면서 성장하면 좋지 않겠는가?


그런데 그게, 선배가 바쁘다는 이유로, 무서운 선배라는 이유로, 아재 냄새 나는 선배라는 이유로, 꼰대같다는 이유로, 이정도는 내가 할 수 있다는 이유로, 내 일이라는 이유로, 뭐가 되었든 별로 볼 이유가 없다는 이유로 일을 혼자 하게 되면, 내일 아침 결과물을 짠!하고 내놓았을 때 흙빛이 된 선배의 얼굴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요령 있는 선배들은 그정도 리스크를 감안하고 무리한 업무를 맡기지 않을 것이다. 신입의 역량을 제대로 파악 못하고 일을 맡기는 선배 또한 문제가 있는 거니까.


문제는 팀 사람들이 일을 부탁했을 땐, 특히 신입사원에게는, 멋진 결과물을 기대하기보다는 손발을 맞추기 위해 서로의 교감을 얻어가는 과정으로 삼는 목적이 크다. 이 친구가 나랑 일하기에 마음이라도 편할지, 나랑 딱 붙어서 한패로 다닐 수 있는 녀석인지, 술이라도 한잔 편하게 데리고 나갈 수 있는 사람인지, 그들은 당신이 너무너무 궁금하고, 친해지고 싶다. 새로 온 막내는 팀의 보물이고, 다른 부서사람들과 커피 한잔 하러 가서 부러움 받고 자랑질 할 수 있는 든든한 복주머니. 누가 내놓으래도 죽어도 지키고 싶은 친구. 그런 친구로 만들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는 동안 맡기는 일이니, 당신이 맡은 일은 그저 일 하나가 아니라, 선배들과 관계를 쌓아가는 단추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러니까, 당신에게도 계속 당신의 팀원과 튜닝을 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 방법 중의 하나가 "물어보는 것"이다. 뭘 원하는지,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면 되는지, 난 이렇게 하고 있는데 맞는지, 혹시 하면서 고려해야 할게 더 있는지. 예전엔 어떤식으로 했었는지.


선배들의 노하우는 술자리나 강의를 통해서 전해지는게 아니라, 바로 이런 일상 업무에서의 대화를 통해서 조각모음처럼 맞춰져 가는 것이다. 그 조각들이 관계라는 접착제로 붙여지고 나면, 당신은 남들이 얻지 못하는 그림을 얻게 될 것이다.


3. 일과 팀이 먼저. 커리어는 쌓을 수 있다.


전문직은 내가 걱정할 일은 아니지만(부럽다), 일반적으로 1년차부터 커리어를 쌓기는 어렵다. 안키워줘서가 아니다. 경력이든 뭐든 인정을 받으려면 업계에서 3~4년 이상은 되어야 하며(실제로 경력사원 모집 조건의 대부분 기간이 최소 3년 이상이다.), 그렇다고 당신이 3년 후에 회사를 나갈 생각으로 입사를 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만일 3년 후에 회사를 나간다고 해도, 3년간 쌓은 이력이 있어야 하기에, 어느쪽을 꿈꾸든 결국 당신은 일에 집중하면 된다. 일은 팀으로부터 나오며, 따라서 팀에 녹아들고 팀의 일에 관심을 가지면 그 이후의 성장은 당신의 의지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간혹 팀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선배가 당신이 여물기도 전에 가버릴 수도 있다. 배신감도 느낄 것이고, 결국 믿을 사람이 없다는 것도 언젠가는 뼈저리게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난 온라인 마케팅으로 신입 입사 이후 3년차까지 일 년에 한 번씩 팀이 바뀌었다. 나도 하는 직장생활, 당신이 못할리가 없다. 아니, 훨씬 잘 해낼 것이다. 적어도 당신은 당시의 나보다 더 많은 것을 공부하고, 더 많은 것을 준비해왔을테니까. 재능은 타이밍이 꽃피워 줄 것이다. 그 때까지 스펀지가 되면 된다. 팀의 빈틈을 메꿔줄 퍼티가 되어주면 된다.




무엇이 직장생활의 정답인가? 나도 알 수는 없지만, 한 가지 말해줄 수 있는 건 일 자체를 즐겨야 직장생황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직장생활을 즐기는 방법을 바깥에서, 관계에서 찾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인포멀한 모임을 가지거나, 술자리를 많이 찾아다니거나, 취미생활을 하거나. 그런데 정작, 깨어있는 대부분을 지내는 직장에서, 근무시간동안, 내 의미를 찾지 못한다면 무슨 재미가 있을까. 직장 그 다음을 준비하는 과정이 아니라면, 당신이 몸담고 있는 그 상황에 모든 것을 쏟아부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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