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INTP 유형이다.

MBTI 가 유행이 한참 지난 지금 나는 관심이 생겼다.

by maudie

예전에 한참 MBTI에 대해 붐이 일었을 때 이미 친구의 권유로 MBTI 검사를 한 적이 있다. 그 이후에도 검사를 했지만 비슷한 검사 결과가 나왔다. 거의 흡사하다. 그게 아마도 INFP 였던 것 같은데, 이후에 한번 더 검사를 하니 INTP 유형이라고 나왔다. 이성적이지만, 감성적인 사람. 감성적이지만, 감정적이지는 않은 사람. 생각을 끊임없이 하고, 혼자가 외롭지 않은 사람. 말보다 생각이 더 빠른 사람.


사실 이런 것에 대해 믿는 편은 아니지만, 궁금해졌다. 그래서 한동안 열심히 찾아봤던 것 같다. 생각보다 INTP 유형에 대한 결과가 많이 없었다. 뭔가 그 유형의 사람이 매우 적다는 연구결과 때문이었는지, 검사를 했었던 당시에는 그 유형에 대한 자료를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최근에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유튜브를 보고 있다가 알고리즘에 의해 나온 MBTI 유형에 관한 영상을 보게 되었다. 그게 참 우연찮게도 INTP유형에 대한 심리학자가 분석한 결과였다.


나와 같은 유형에 관한 이야기가 흥미로워 보여 보기 시작했고, 이후로 자연스럽게 그 유형과 관련한 영상들을 보게 되었다. 사실, 그것도 알고리즘에 의해 계속 나와서 보게 된 경우지만, 어쨌든 같은 유형의 사람에 대한 분석이라 흥미가 생길 수밖에 없었고, 자연스레 틀어놓고 보게 되었다. INTP 유형에 관한 설명들 중에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생각이 끊임이 없다는 부분이었다. 다른 건 둘째 치고, 생각이 끊이지 않는다는 이야기에 매우 공감했다. 그리고 사람들과 대화를 할 때 관심이 있는 분야가 아니거나 토론과 같은 것을 할 가치가 없다고 느껴지는 부분에는 대화를 더 이상 하지 않는다는 것에도 깊이 공감했다. 누군가를 만나는 일은 그 사람과의 대화가 주체이며, 그 사람과의 대화가 나의 생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더 이상 만남을 갖지 않는다는 말에도 공감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무래도 생각이 생각을 부르고, 신기하리 만치 생각이 멈추지 않는다. 멍하게 있는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머릿속에는 항상 다른 이야기들이 존재한다. 머리를 열어보면 아무래도 서로 다른 이야기가 몇백 개쯤 얽혀있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만큼, 생각이 생각에 꼬리를 물고 멈춰지지 않는다.


그런 이유에선지 쉬는 것도 쉬는 것이 아니다. 정말로 쉼이 필요할 땐, 혼자 사람들 없는 고요한 곳을 산책한다거나, 아무 생각 없이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고, 누구와도 대화하지 않고 잠시 절 같은 곳에 가서 쉬는 것을 좋아한다. 아무래도 그런 곳에 가면 웬만큼의 생각은 정지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꼭 그런 조용한 곳에 간다고 해서 생각이 멈춰지는 것은 또 아니다. 멍하게 있으면 생각은 또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누군가 그런 생각을 한다고 한다 INTP 유형의 사람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 때리는 시간이 많은 것 같다고. 사실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아니라 머릿속은 단 1초도 쉬지 않고 생각으로 움직이고 있다. 꽉꽉 들어차 있지만, 결국 결론이 도출되지 못하고 다른 이야기로 넘어간다.


사실 이렇게 보면 생각을 한다는 것 말고, 생각한 것들을 행동으로 옮긴다거나, 어떤 것을 하는 것이 아니라서 딱히 생산성이 있어 보이진 않는다. 생각하는 것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장면 장면마다 스킵도 많고, 딴 길로 새는 것들이 많다. 그래서 내가 이야기를 하고 있다가도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를 모르곤 한다. 생각이 말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움직이도 있기 때문이다. 이상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대게는 그렇다.


그리고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면, 생각보다 외로움을 잘 타지 않는다. 대화를 깊이 있게 하는 것이 아니라, 의미가 있는 어떤 것을 하는 것이 아니라면 누군가를 잘 만나지 않는다. 그저 놀기 위해서 만나는 것을 꺼린다. 처음에는 어? 이건 아닌데?라고 생각했었는데, 천천히 생각해보니 내가 해왔던 행동들이 대게는 그랬다. 누군가와의 약속을 일부러 잘 잡지 않고, 놀기만 하기 위해서 만나는 것에 대해 긍정적이지 않았다. 시간을 그냥 허비한다는 느낌이 더 많았기 때문인 건지, 돌아보면 항상 그래 왔던 것 같다. 그냥 그저 놀기 위한 만남을 위해 굳이 준비를 하고 나가서, 누군가를 만나고 돌아오기까지의 과정을 좋아하지 않았다. 어쩌면 조금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내 입장에서는 그런 것들이 대게는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연애도 마찬가지였다. 그곳에서 하는 말이 정말 신기하게도 맞아떨어졌다. 꼭 연애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살아오면서 많은 일들을 겪었고, 그것 때문에 정이 다 떨어져서 누군가를 만나고 싶지 않다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고, 그것을 제한다고 하더라도 꼭 누군가를 만나야 하고, 누군가와 시간을 보내야 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외로움을 거의 안 타서 그렇다고도 할 수 있겠고, 다르게 보면 딱히 시간을 함께 보내야 할 의미를 찾지 못했다고도 할 수 있겠다. 반대로, 대화가 잘 맞고 이 사람의 생각이 나와 결이 맞고, 대화를 할 때 깊이 있는 이야기를 할 수 있다던가, 내가 모르는 것들을 배울 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면, 그 사람과는 평생을 함께 할 것이라는 생각을 가장 먼저 하는 것 같다. 상대는 전혀 신경을 안 쓰고 있다고 하더라도, 나는 이미 미래에 대한 그림을 다 그리는 것이다. 참 신기하게도 그 말에 굉장히 공감이 됐고, 그 설명을 듣는 동안 몇 번이나 고개를 끄덕였다.


연애에 관한 조금 더 깊은 이야기를 한다고 하면, 생각이 없이 징징 거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겠다. 이게 무슨 말인가 하면, 이성에 대한 호감이 생기는 부분이 극히 드문 것도 있지만, 이성에 대한 호감이 생기기 위해서는 그 사람과의 대화가 가장 중요하고, 그 사람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인지에 대한 것들이 상당히 중요하다. 외모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이 바로 대화에서 나온다. 이 사람의 생각의 결이 나와 맞으면 정말 이상한 데서 반해 앞뒤 재지 않고 직진한다. 하지만, 생각이 맞고 대화의 결이 맞다고 해서 무조건 적으로 좋아하진 않는다. 긴 시간을 두고 대화를 나누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만나지 않고도 충분히 그 사람에 대해 깊게 생각을 한다. 시간이 조금 필요하다는 얘기다. 내가 상대에 대한 호감이 생겼다고 하더라도, 꼭 만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이상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


사람과의 사이에서의 관계에 대한 시간도 물론 필요하지만, 내 시간을 침범하는 것에 대해 굉장히 부정적인 편이라, 이 부분의 이해가 성립되지 않고, 징징 거린다거나, 떼를 쓰고, 비논리적인 이야기를 하면 그전에 아무리 호감이었다고 하더라도, 그 순간 완전히 비호감이 되어버린다. 더 이상 생각에 가치를 두지 않기 때문에, 그날로 바로 관계가 정리된다. 참 정 없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완전히 깨져버린 것이 복구되는 일은 거의 없었기 때문에, 관계를 억지로 이어나가지는 않는다. 반면, 가만히 두고 어느 정도의 거리와 시간을 두면서 천천히 깊은 대화를 오래 나누고, 대화의 결이 맞는다고 하면 다른 것 다 제쳐두고, 그 사람 외에는 다른 사람에게 굳이 시간을 쓰지 않는다. 이미 한 사람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과 같이 나는 대화를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생각이 많아서 그것들을 쏟아내고 싶은 것도 있지만, 그것들을 가지고 이 이야기를 나누는 상대방의 생각에 대한 호기심 때문도 그렇다. 그래서 대화가 단절되는 사람과는 시간을 거의 보내지 않는다. 내가 하는 생각들을 공유하고, 그 사람의 시점으로 봤을 때, 지금 내가 하는 이야기들이 어떻게 생각되는지에 대한 호기심이 받쳐주지 않는다면 애써 시간을 내지 않는다. 나쁘게 본다면, 상대방을 내 생각의 발전 상대로 본다고도 볼 수 있겠지만, 워낙 많은 생각들이 돌아다녀서 그런 것 일 수도 있다. 그러니 이 부분에 대해 너무 나쁘게만 보지 않았으면 한다.


더 많이 공감되는 것들이 많았지만, 가장 생각이 많고, 흥미로운 부분들이 위의 부분들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정말 신기하게도, 내 혈액형만큼이나 MBTI의 INTP 유형도 많지 않다고 해서 그 부분에서 조금 놀랐다. 아무래도 나는 별종인가 싶다.



* 이 유형의 모두가 100 퍼센트 이렇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그저 INTP유형의 한 사람으로서, 그 유형의 대표적인 부분들에 관해 공감한 지극히 개인적인 저의 견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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