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랜만에 마음에 드는 분위기와 향의 카페를 찾았다.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마음에 드는 공간이었다. 잠깐 이전에 읽던 책을 꺼내 펼쳐 들었다. 문장들을 가만히 만나고 있다가 문득 떠오른 앞뒤 없는 얘기들을 냅킨에 나열하기 시작했다. 글씨는 엉망진창에 정말 하다도 맞지 않는 문장들을 빼곡히 썼다가 그것들을 다시 핸드폰을 쥐고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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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다 할 이유가 없는 나약한 핑계를 만들어 당신을 놓친다면, 나는 아마 다시 같은 마음으로 누군가를 대할 수 없겠지. 이건 아마도 그럴 것이라는 짧은 생각이 아니라, 분명 그럴 것이란 확신. 누군가에 대한 마음이 이렇게나 호기심으로 가득하고, 내내 떠오르는 장난기 가득한 생각들을 참을 수 없다는 게 다시는 이런 나를 만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과거의 나에게 어쩌면 너무나 큰 선물이 아닐까. 당신을 만나 기쁜 것보다 당신으로부터 가슴 뛰는 나를 만난 게 너무나 반가워서 참을 수 없는 기쁨에 매일 밤 쉴 새 없이 이불을 찬다. 부끄럽지만 이런 나를 만나게 해 줘서 너무 고마운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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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정리를 하고 다시 보아도 보잘것 없이 조금은 조잡한 듯한 날 것 그대로의 마음이 나왔다. 내 머릿속에 가득히 차 있는 이것들을 뱉어낸 기분이 생각보다 묘했다. 수정을 해보고자 다시 읽고, 또다시 읽었다. 하지만 왠지 이 투박하고 날 것 그대로의 모습을 한 이야기가 마음에 들어 그대로 두기로 했다. 어떤 이야기든 뱉어내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반짝이는 것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