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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udie Mar 23. 2022

지난 계절에 남은 당신의 온기

나를 두고 간다는 손을 그때 조금 더 꼭 붙잡고 놓치지 않았더라면 우리가 맞잡은 손은 여전했을까. 시린 찬 바람이 불어 온기가 필요하다며 다가온 손이 온기를 찾아서 따뜻해지던 봄에도 서로를 놓치지 않았는데 뜨거운 여름이 된 걸 알아채자마자 우리는 서로를 붙잡던 손을 놓치고 말았다. 뜨거운 마음에 데어 서로를 붙잡고 있는 게 상처가 될까 겁이 난 모양이었다.


그때 내가 아니 그때 네가 아니 그때 우리 둘 중 한 사람만이라도 겁먹지 않고 더 꼭 붙들고 있었더라면 우리의 다음 계절은 괜찮아지지 않았을까. 나를 두고 간다던 너의 손을 내가 놓치지 않았더라면 아니 우리가 놓치지 않았더라면 아니 우리가 서로를 놓아버리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여전히 맞잡은 손의 온기에 기대 차가운 세상에 내일을 함께 걸었을까.


지나간 이야기에 제자리걸음을 하듯 맴도는 내가 조금 우스워 보일지는 모르겠지만 괜히 조금 시린 밤이면 내내 나는 그때로 돌아가 너의 손을 놓치는 장면을 반복해 보고 있었다. 나를 놓고 돌아서 가는 너의 뒷모습도 썩 유쾌하지 않은 모습을 보고 나면 괜히 안도가 들었다. 어쩌면 그 계절에 머물러 있는 게 혼자만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거든. 그 생각이 가끔은 짙은 위로가 되었.


나는 항상 사랑을 계절에 비유하곤 했다. 꼭 우리가 함께 했던 시간들을 돌아보면 이상하게도 기억은 계절을 따라 남아 있더라고. 시간과 함께 걸어온 계절이 어떻게 사랑이라고 다르겠어. 우리 두 사람이 함께 지나온 시간 역시 계절을 붙들고 걸어온 것을. 그래서 자꾸 계절을 따라 반복해 당신을 그리나 보다.


함께 맞잡은 손을 놓치는 일은 없을 거라고 확신하던 당신이 놓아버린 손이 얼다 못해 감각을 잃어버리기까지의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사랑이라 생각했던 시간과 계절과 그리고 당신의 그 온기가. 모두 나를 놓고 등지고 돌아선 후에 다시 내가 온기를 찾기란 어려운 일이었으니. 어쩌면 당연한 얘기일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지나온 계절에 남은 당신의 온기가 여태껏 남아 여전히 내가 따뜻한지도 모르겠다. 다른 온기가 필요하지 않는지도. 오래된 온기를 붙들고 식지 않기를 바라는 것 또한 참 말이 안 되는 일이라는 것을 이미 알지만, 그게 아니라면 지금의 나는 어떤 식으로든 해석이 안 되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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