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영화를 정말 좋아한다. 드라마보다는 영화를 더 좋아한다. 특히 영화관에서 보는 영화를 좋아한다. 집에서도 물론 영화를 보긴 하지만, 뭔가 집에서 보는 영화보다는 영화관에서 보는 영화가 더 좋다. 나는 종종 혼영을 즐긴다. 영화에 집중하는 게 너무 좋다. 누군가와 함께 영화를 보러 다니는 것도 좋지만 가끔은 혼자 영화 보는 게 좋다. 신경 쓸 일도 없고, 오롯이 영화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매력이 가장 큰 것 같다. 아무 생각도 없이 영화에 집중을 하고 나면 운동을 한 것도 아니고, 일을 한 것도 아닌데 기가 다 빨려서 나온다.
오늘도 오랜만에 혼영을 했다. 혼자 영화를 보고 기가 다 빨린 채로 터덜터덜. 그렇게 멍하니 집으로 걸어왔다. 영화관에서 집까지의 거리가 꽤 멀었다. 하지만 뭔가 오늘은 버스를 타고 싶지 않았다. 걸어서 오는 동안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를 탈 수 있는 정류장을 서너 개 지나쳐왔고, 버스를 두 번이나 만났다. 원래 버스가 자주 안 다니는 동네라 조금 신기했다. 버스가 눈앞에서 두 번이나 멈췄지만, 버스를 타지 않았다. 정류장을 몇 번 지나치고, 혼자 집까지 걸어오는 내내 정말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영화를 보는 내내 너무 많이 울었던 탓일까. 그냥 진짜로 멍했다. 오늘 본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코미디 영화였는데, 분명 코미디였는데. 왜 그렇게 많이 울었던 걸까. 화장을 하고 가지 않아서 다행이었다고 생각했다.
생각이 많은 날은 걷기와 영화보기 만한 게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생각이 많아진다. 참 아이러니하다. 걸어서 집까지 오는 길에 추워서인지, 해가 빨리 떨어져선지. 거리에 사람도 별로 없고, 군데군데 가로등이 없어 조금 무서웠지만 달님이 내내 따라와 줬다. 집에 가는 내내 달님이 괜찮아 내가 널 지켜줄게.라고 하는 것 같았다. 집에 돌아와 씻고 앉았다. 앉자마자 또 혼자 영화를 보러 가고 싶어 졌다. 내일 영화관을 다시 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