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에 세 번꼴로 넷플릭스 구독-해지-재구독 사이클을 밟는다. 끌리는 콘텐츠가 있으면 보고, 더 이상 매력적인 콘텐츠가 없으면 해지하기 때문이다. 넷플릭스에서는 구독하면 구독했다고, 해지하면 해지했다고 이래저래 메일로 알림을 보내오는데 UX Writer로 전향한 이상, 메일 글귀에 눈길이 가서 콘텐츠로 담아본다.
넷플릭스가 탈퇴한 나에게 보내는 편지
Netflix 재가입 트리거가 될 수 있을까?
더 이상 보고 싶은 게 없어서 떠난 사람에게 '단순한 재가입 방식'은 그다지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보고싶은 콘텐츠가 있으면 어떻게든 신청할테니까.
내가 다시 돌아가야 할 이유라니 솔깃한 마음에 읽어봤다. 마치 손편지인 양 이미지 없이 담백하게 보내왔다. 요지인즉,
트렌드에 뒤처질 수 있으니 핫한 신작 콘텐츠를 봐야 한다
네가 시청 중단한 게 있으니 다시 와서 봐야 한다
오프라인에서도 볼 수 있으니 다시 와라
그런데 난, 다시 한번 말하지만 볼 게 없어서 나왔다고욧!
無약정, 無위약금, 無광고 3가지 장점을 제시하며 '청정' 넷플릭스임을 강조한다. 근데, 3가지 장점이 장점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이건 다른 곳도 크게 다를 게 없으니까.
60초 광고 후에 만나는 일? 넷플릭스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다고 꼬신다. 어차피 유튜브는 프리미엄 구독을 하는 터라 이 또한 전~혀 문제 될 게 없었다.
살짝 언짢았다. 내가 물건을 많이 사는지 어떤지 알게 뭐람? 그리고 앞 문장과 뒷문장이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그래서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데?
넷플릭스에서 다시 봤던 영화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를 언급하며 또다시 나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추억의 취향저격 시도는 좋았지만, 세부적으로 들어가니 취향과 전혀 다른 콘텐츠를 앞세우는 걸 보고 실망했다. 진부하고, 속이 훤히 보인다. 오늘 밤, 넷플릭스 어떠냐고? No, Thanks!
나와 같은 이유로 넷플릭스를 해지하는 사람들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해지할 때 해지하는 이유를 물어보면서도 타깃에 부합하는 재가입 메시지를 보내지 않는 건 왜일까?
'더 이상 보고 싶은 콘텐츠'가 없어서 해지한 고객에게 보내는 메시지라는 명확한 목적이 있으니 이전에 유저가 넷플릭스에 오랫동안 체류하며 즐겼던 콘텐츠를 분석해서 유저의 취향을 두드리는 메시지를 보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다른 사람들은 어떤 내용의 이메일을 받아보는지 궁금하다. 넷플릭스도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갖고 있겠지. 아무튼 적어도 나 같은 사람에게 재가입을 독려할 땐, 탈퇴의 이유를 들여다보고 트리거가 될 만한 '감성'을 자극하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