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
물이 끓는 시간은 다르다.
큰 주전자에 담긴 물과
작은 포트에 담긴 물은
끓는 시간이 다르다.
렌인지로 끓이는 물과
모닥불에 달려 끓이는 물은
끓는 시간이 다르다.
공통점은 언젠가는 끓는다는 것.
끓인 물로 무엇을 한 것인지
아는 사람에게
그 시간은
행복하고도 훈훈한 기다림일 수밖에 없다.
세상은 나에게 열정을 가지라고 이야기하죠.
어쩌면 열정을 가지는 것은 쉬운 일일지 몰라요.
그 열정을 유지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지요.
쉽게 식어버리는 열정이 있죠.
그건 아마도 그 열정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해
깊고 구체적으로 고민하지 않아서 일지도 몰라요.
물은 100도가 되면 끓지요.
하지만 물의 양에 따라, 불의 세기에 따라, 환경에 따라
물이 끓어오르는 시간은 모두 달라요.
옆 사람의 물은 펄펄 끓는데 나는 왜 끓지 않지?라고
고민하지 말아요.
옆 사람과 여러분은
열정의 온도도 다르고
담긴 물의 양도 다르고
처한 환경도 다르니까요.
그것보다는 끓인 물로 무엇을 할 것인지를 깊이 고민해야 하죠.
여행자의 몸과 마음 녹여 줄 향긋한 차 한잔을 우려낼 것이지
기관차를 끌고 가는 힘찬 증기를 만들어 낼 것인지
꿈길 안내할 작은 방 데우는 온수를 만들 것이지 말이에요.
끓인 물로 무엇을 할 것인지를 결정했다면
물이 끓는 시간을 즐길 수 있어요.
목적이 명확하다면
얼마만큼의 물을
얼마만큼의 불로
얼마만큼의 용기에
얼마만큼의 시간 동안
끓여야 하는지 알 수 있거든요.
그 기다림의 시간은 행복의 시간이죠.
그리움의 시간이에요.
지금 마음에 담은 열정으로 당신의 목적이 끓지 않나요?
서두르지 말아요.
그리고 다시 생각해 보는 거예요.
물을 데울 연료는 충분한지.
끓인 물로 무엇을 할 것인지.
그러는 사이 물은 끓고 있을 거예요.
마음밭 농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