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
오늘도 마음을 읽습니다.
오늘도 마음을 씻습니다.
오늘도 마음을 씁니다.
그렇게 마음을 씁니다.
오늘도 마음을 일굽니다.
오늘도 마음에 소망 하나 심습니다.
오늘도 마음에 물을 댑니다.
그렇게 마음을 씁니다.
오늘도 마음과 함께합니다.
오늘도 마음과 이야기합니다.
오늘도 마음을 살핍니다.
그렇게 마음을 씁니다.
저는 늘 마음을 씁니다.
글을 쓰려고 하지 않지요.
글과 말은 마음을 담아내지 못하지요.
해서 저는 마음을 씁니다.
좋은 문체도 없고 맞춤법도 무시하고도
부끄러움 없이 마음을 씁니다.
글감을 찾지 않아요.
땀 흘려 일하며 노곤한 몸을 타고 흐르는
자연의 마음을 읽으려 노력하지요.
자연과 저는 노동을 통해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죠.
땀을 나누고
마음을 나누고
시간을 나누고
생명을 나누다 보니
자연과 저는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답니다.
자연이 이야기해 주었어요.
마음을 잘 가꾸라고.
그 마음밭에
세상 모든 것들이 자랄 수 있고
살아 숨 쉴 수 있다고.
그래서 마음을 씁니다.
고운 마음 쓰려고 늘 마음을 살피죠.
친절한 마음 쓰려고 늘 마음에 친절하죠.
그렇게 마음을 씁니다.
저는 자연과 이야기하고
자연을 읽고
자연을 쓰는
농부랍니다.
오늘도 농부의 마음을 잃지 않으려
애쓰지 않으며
마음을 씁니다.
그렇게 마음은 쓰여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