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달심리상담
멀리 싱가포르에 살고 있는 선생님이 휴가차 한국에 왔다. 선생님과 나의 나이차는 거의 띠동갑이다. 우리는 같은 직장에서 짧은 시간을 만난 게 다다. 각자 상담하기 바쁘고, 해야 될 일도 많았다. 많은 나이차이에도 통하는 느낌이 있었다. 우리는내담자에 대한 애정이 있고 상담에 대해서 더 배우고 싶어서 세미나와 학회를 쫓아다녔다. 지금도선생님과 나는 카톡으로 많은 말을 주고받고 있다. 상담사로서 서로 지지가 되고 있는 사이다.
생후 1년된 아이의 엄마가 된 선생님은 작은 선물이라면서 카야잼과 커피를 주었다. 선물을 주려고 우리 집 앞으로 찾아온 선생님이 고마웠다.그리고 친구가 쓴 책이라면서 최은영 작가의 "쇼코의 미소"를 건넸다.
'아, 그 친구구나. '하고 떠올랐다. 몇 년 전 선생님은 글을 쓰고 있는 친구가 있다고 했다. 문학상을 받았고 조만간 책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서 그 책이 내게로 왔구나.
선생님도 나도 집안일 때문에 2시간 남짓 만나고 떠나야 했다. 우리는 숲을 걸었고, 연어덮밥을 먹었다. 만남이 아쉬웠지만,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 없어서 서로의 목적지를 향해 택시를 탔다. 내가 좋아하는 선생님의 책을 빨리 읽고 싶었지만 트렁크에 짐이 가득 있어서 집에 두고 갈 수밖에 없었다.
추석이 지나고 선생님이 가져온 카야잼을 바른 빵과 커피를 마시면서 최은영작가의 책을 읽었다. 작가의 말 부분에서, 마음이 울컥했다.
종로 반디 앤 루디스에서 글을 쓰는 삶과 멀어지는 중인 것 같았고 포기할 시점이 왔다고 느끼면서 펑펑 울었던 적이 있다... 십 대와 이십 대의 나는 나에게 너무 모진 인간이었다.... 자기 자신이라는 이유만으로 멸시와 혐오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 쪽에서 세상과 사람을 보는 작가가 되고 싶었다.. 그 길에서 나 또한 두려움 없이. 온전한 나 자신이 되었으면 좋겠다..
감각적이지 않고 현란하지 않은 그녀의 글에 공감받았다. 나를 사랑하지 못했던 지난 시간들이 떠올랐다. 그리고 소수자들. 마음이 연약하거나 자기가 되고 싶은 이들을 위한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내 마음을 대변하는 것 같았다. 최은영 작가가 빨간 책방에서 말한 것처럼 오래오래 글 쓰는 사람으로 남아있으면 좋겠다. 그녀의 글들을 계속 읽고 싶다. 자극적이지 않은 이야기로도 사람의 마음을 만질 수 있는 글이면 충분하다.
어딘가에서 해도 해도 끝이 나지 않을 것 같은 시점에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녀의 글을 읽으면서 공감받았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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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현: 마음달 심리상담의 13년 경력의 심리학회 상담 심리 전문가 및 임상심리전문가입니다.
"두려움 너머 온전한 자신이 되고자 하는 이들과 함께합니다."
네이버, 티스토리, 브런치 심리치료와 관련된 글을 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