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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달 안정현 Apr 26. 2017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마음달심리상담

해이는 방금 전에 중환자실에서 일반병실로 옮겨왔다고 했다. 지난 주만 해도 목소리가 작기는 했지만 대화는 가능했는데 지금은 온몸에 여러 가지 호스가 엉켜있다. 몇 달 전만 해도 건강한 모습으로 회사를 다니던 해이였다. 면역력이 약해졌다. 온 몸이 퉁퉁부어 있었다.


해이의 퉁퉁 부어오른 발을 만지면서 울지 말아야지 했는데 눈물이 나왔다. 


해이가 누워있는 대학병원은 예전에 내가 입원했던 병동이었다. 수술을 마치고 일반병실로 가기 전에 마취에서 눈이 떠졌을 때 정육점의 고기처럼 침대에 놓여있는 것 같았다.  6인실 병동으로 옮겼을 때 암환자도 있었고 출산한 사람도 있었다. 밤에도 주사를 맞아야해서 몇번을 깨었고, 아픈 신음소리가 들려와서 제대로 숙면을 취할 수도 없었다. 건강하게 걸어서 살아간다는 것이 누구에게나 주어진 일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몇 달 동안 해이는 점점 온몸이 부어올랐고, 수술을 받았으며 힘든시기를 겪었다.

병원이라는 곳을 다시 가고 싶지 않았는데 해이를 보러 그곳으로 몇 번을 방문했다. 

삶의 끝은 죽임이면서 죽음의 냄새가 느껴지는 병원안에 있는것이 힘들었다.

함께 기도를 하고 울기도 했다. 

초반에는 해이의 말소리조차 잘 들리지 않았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함께 기도하는 것, 중보기도를 부탁하는 것이었다.


해이는 그 긴 병원 생황을 이겨내었고, 엊그제 퇴원을 했다. 

해이는 거짓말처럼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몸이 변했던 것처럼 해이는 온몸이 부풀어 올랐다가 제자리를 찾은 것이다. 해이는 돈도 명예를 좇는 것이 아무것도 아님을 알게 되었고 예배를 드리고 싶다고 했다. 해이가 지난 병실생활이 불평과 원망으로 끝나지 않아서 기특했다. 


가끔은 삶에서 고통이 지나갈 때가 있다. 병원생활을 하는 분들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하지도 못한다. 

병원생활 후 삶의 중요한 것만 남는다는 것을 깨달게 되었다.

아주 짧은 죽음과도 같은 체험이었다.

온전히 타인의 도움을 받는 의존적이고 무기력한 시간,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었다.


내가 다시 건강해지고 병원에 있던 시간이 10년이 지나 잊혀갔다.

레테의 강을 건넌 것처럼 삶의 중요한 생각들을 잊고 있었다.

해이를 통해서 다시금 생각을 하게 된다. 가족을 사랑하고, 고마운 분들에게도 감사를 전하자. 

타인에게  따뜻한 글이나 말을 하자.

오늘 하루를 있는 그래도 느끼자. 

식사할 때도 상담을 할 때도 낯선 하루처럼 오늘을 경험하기를 기도한다.


그리고 어딘가에서 힘든 병실생활을 하시는 분들에게로 위로를 전한다.


copyright 2017. 심리학자 마음 달 all rights reserved.


안정현은  마음달 심리상담의 13년 경력의 심리학회 상담 심리 전문가 및 임상심리전문가입니다.

"두려움 너머 온전한 자신이 되고자 하는 이들과 함께합니다."
 네이버티스토리브런치인스타그램 심리치료와 관련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이메일: maumdal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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