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달 심리상담
“어른이 되어보니 사는 게 쉽지 않아요.”
퇴근 후 쇼핑을 하거나 맛있는 음식을 배불리 먹으면
잠시나마 오늘 하루 고생한 나에게 보상을 해주는 것만 같다.
그렇게 명희는 오늘도 지름신이 내렸다. 퇴근 후 집에 도착하니 헛헛한 마음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양말도 벗지 않은 채 침대 끝에 앉아 스마트폰을 만졌다. “빅세일”, “오늘만 한정판매”라는 말에 바로 주문 버튼을 눌렀다. 풀어보지도 않은 택배 박스가 집 곳곳에 쌓여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쇼핑의 유혹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의미 없이 틀어놓은 TV에서는 연예인들이 맵고 단 음식을 한 숟갈 떠서 입 안 가득 넣고 우물거리고 있었다. 그녀는 배달음식을 시켰다.
“선생님. 아무리 쇼핑을 해도, 아무리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자꾸 허기가 져요.
새로운 옷을 사면 내가 괜찮은 사람이 된 듯도 싶어지기도 하고요. 새 가방을 들고 나가면 모든 시선을 한 몸에 받는 것 같아서 기뻤어요. 하다못해 집 앞 마트에 가는데도 풀메이크업을 하고 간다니깐요.”
하지만 월급 이상의 돈을 쓰다 보니 카드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그래서 생각했어요. 더 이상 이렇게 살면 안 될 것 같다고.”
명희의 이야기를 듣던 중 명품가방을 든 여자로 대우받았던 기억이 났다. 여느 때와 같이 상담을 마치고 집으로 가던 길에 한 의류매장 쇼윈도에 걸려 있던 재킷이 눈에 들어와 문을 열고 들어갔다. 직원 두 명이 나를 보더니 VIP를 만난 듯 공손한 태도를 보이기에 당황스러웠다. 내 전체적인 차림새는 명품과는 거리가 멀었는데도 말이다. 재킷을 입는 동안에도 힐끔거리는 직원들의 시선이 불편해져 서둘러 매장을 나가려던 참에 한 매장직원이 물었다.
“손님, 혹시 그 가방 어디서 구매하셨는지 여쭤 봐도 될까요? 리미티드 에디션이라 구하기 힘드셨을 것 같은데……”
직원들의 과도한 친절은 가방 때문이었다. 벼룩시장에서 3천 원 주고 산 가방이었다. 명품백을 감쪽같이 카피한 내 가방 덕분에 돈 좀 있는 사모님으로 오해받다니, 웃음이 나왔다. 가방 하나로 대접이 달라진다는 걸 처음으로 경험한 순간이었다.
어쩌면 우리가 타인에게 어떻게 보이느냐를 그토록 신경쓰는 것은 스스로에 대한 만족감이 아닌, 이처럼 ‘타인으로부터의 존경이나 대우’ 때문은 아닐는지.
한편 명품 하나 정도는 걸쳐야 대접받을 만한 사람으로 평가되는 세태에 씁쓸했다. 물론 명품 브랜드의 가치를 인정하고,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명품을 소비하는 것에 대해서도 반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타인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해 무작정 명품만 소비하기 시작하면 결국 자신의 ‘속 모습’은 아무것도 아닌 게 될 것이었다.
'타인이 자신을 어떻게 바라볼까'를 고민하는 이들을 보면 역으로, 자신이 타인을 쉽게 판단하는 경우가 많았다. 타인의 옷과 가방을 자신의 것과 끊임없이 비교하기도 했다.
내가 이효리를 멋있다고 느끼기 시작한 때는 그녀가 화려한 치장을 버리고 그녀만의 매력을 가졌을 때부터였다. 수수한 모습의 그녀는 여전히 스타일리시하고 아름답다.
진짜 매력은
‘자기 자신을 마음에 들어하는 것’
‘자신에 대한 깊은 존중감’에서 나온다.
타인에게 어떻게 대우받고 있는지, 대우받을지에 대해 고민하기에 앞서, 내가 가진 매력을 발견하는 일부터 해야 한다.
자신만의 매력을 알고 있는 여자는 충분히 아름다우니까.
책 <나라도 내편이 되어야 한다>의 일부를 수정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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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현은 마음달 심리상담의 13년 경력의 심리학회 상담 심리 전문가 및 임상심리전문가입니다.
"두려움 너머 온전한 자신이 되고자 하는 이들과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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