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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달 안정현 Dec 03. 2015

어른이 되기 싫다는 너에게

마음달 심리상담

비행사가 되기를 꿈꾼 소년이 있었어. 그는 어른이 되어 비행사가 되어 하늘을 날아다니게 되었데. 그런데 하늘 위에서 땅에 있는 소년소녀들을 보면서 어린 시절이 그리워졌데. 시간이 지나고 나면 문득 지나간 과거가 아름다워질 때가 있어. 


선생님이 중학생일 때 친구와 어른이 되면 하고 싶었던 것이 있었어. 스물이 되면 짜장면과 탕수육을 내가 먹고 싶을 때 마음껏 먹어보자고 했어. 그리고 예쁜 여자 어른이 되는 것이 소원이었어. 영화 라붐이란 영화에서 소피 마르소는 화장을 하고 예쁜 핸드백과 미니스커트를 입고 멋진 남학생과 춤을 추었지. 그녀의 모습에 열광했었지. 우린 스물이 되면 그녀처럼 변신하기를 꿈꾸었어. 자유로운 여자가 되고 싶었던 거야. 선생님 학교는 머리카락을 귀밑 5센티 이하로만 길러야 할 정도로 두발에 대한 규칙이 엄격했던 학교였거든. 학교에서는 하지 마라는 것이 왜 그렇게 많은지 어른들의 잔소리가 무척이나 지겨웠어. 


선생님은 너처럼 학원을 다니지는 않았어. 봄이 되면 산으로 쑥을 캐러 가기도 하고, 일요일에는 학교에서 공부한다고 하고서는 양푼을 가지고 와서 밥을 비벼먹기 바쁘기도 했고 로라 스케이트를 타러 다녔지. 만우절 날 선생님들을 속여서 반을 바꾼다던가 하는 일은 얼마나 신나던지 말이야. 그러나 학창시절 잠깐 주어지는 자유 말고 어른이 되어 온전한 자유를 누리고 싶었어. 어른이 되면 먹는 것도, 입는 것도 엄마나 선생님의 허락을 받지 않아도 되니까 말이야.


 내가 선택하는 자유의 달콤한 맛을 누리고 싶었거든.


  내가 어른이 되고 싶었던 것과 달리, 너는 상담 시간에 어른이 되고 싶지 않다고 했어. 너만 그런 게 아니긴 해. 점점 어른이 되고 싶지 않다는 아이들이 많아지더라. 공부하는 것은 지겹지만 어른이 되는 것은 더욱 싫다고 했어. 

어른이 된 엄마와 아빠는 뭔가 바쁘고 조금도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고 했어. 그리고 내가 알아서 돈을 벌어야 하는 어른이 되는 것이 싫다며, 지금 이대로 엄마 아빠가 보호해주는 지금 이 좋다고 말이야. 초등학교 시절로 돌아가서 공부에 대한 압박을 받지 않는 그때가 가끔은 그립다고 했어. 너희 엄마는 성적표를 가지고 야단을 치시는 분은 아니지. 다만 시험기간에는 최선을 다하라고 하는데, 마치 너를 감시하는 것 같아서 답답하다고 했어.

 

네 성적은 네가 생각한 대학을 가기에는 턱없이 부족해서 공부를 해도 좋은 결과를 내기는 그른 것 같다고 말했어. 수업시간만 되면 졸려서 넌 책상에 누워만 있는 다고 했지. 중학교 때까지는 서울의 상위권 대학에 충분히 합격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고등학교의 첫 성적표로 좌절감을 받았다고. 성적을 올리려고 노력해도 힘들었고, 이제는 용기가 나지 않는다고 그래서 그냥 가만히 있고 싶다고 했지. 대학교 원서도 부모님이 결정해준다면 그대로 따르겠다고. 너는 부모가 네 미래를 정해주기 원했어. 그러면서 책임을 지기는 힘들어했지. 


곧 스물이 되는 너는 이상적 자아와 현실적인 자아의 차이 안에서 괴로워하고 있는 것 같아. 사람들이 알아주는 대학에 들어가고, 괜찮은 회사에 들어가 높은 연봉을 받는 그런 미래는 일어날 것 같지 않고 말이야. 이제 어떤 대학이나 전공을 선택하든 모르겠다면서 말이야. 그래서 네가 진로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부모에게 주기로 결정한 것 이구. 


그래 넌 매사에 시큰둥하고 무기력하다는 이유로 엄마에 의해 상담실로 오게 된 것이니까. 네 엄마는 너의 삶을 잘 인도해가는 사람이고 싶다고 했어. 그래서 입는 옷, 학원, 친구들까지 모두 엄마가 선택해왔다고 했어. 엄마는 네가 실패하거나 힘들어하거나 좌절하는 것은 만들고 싶지 않다고 했지. 넌 점점 무기력해졌던 것야. 


그래 힘들 때는 몸을 웅크리고 혼자 조용히 있고 싶을 때가 있기는 하지. 공부 잘하는 아이들만을 위해서 존재하는 교육 현실을 탓하고 원망했지. 그러나 이제 네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성인이 되는 시간은 가까이 오고 있어.


어른이 된다는 것은 선택의 연속이더라. 

대학을 선택할 때,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구해야 할 때, 진로를 변경해서 대학원을 갈 때 결정의 몫은 나였어. 선택의 기회가 점점 커져갔지. 매번 무언가를 선택하는 상황은 두려움의 연속이었어. 내 선택에 따라서 미래가 달라질 것 같은 두려움과 책임감이 나를 눌러오기도 했지. 결정에 대한 고통은 오롯이 내 몫이었으니까. 그래서 다음 단계의 선택이 아닌 지금 이 상태로 머무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 선택을 통한 고통을 피하고 싶었던 것이지. 


쉽게 되는 것은 없거든.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겠다는 것은 공짜로 어른의 세계에 무임승차하겠다는 것이나 같은 거니까. 

네가 상담 오기 전에 점집을 갔다 왔다고 했을 때는 어쩜 그리도 나와 같은지 하며 웃고 말았어. 너보고 연구원을 하라고 했다고 했지. 선생님이 이십 대 시절, 친구가 말하는 용한 점집을 갔었던 적이 있었거든. 나는 그에게 나를 맡아달라고 나의 미래를 찾아달라고 한 것이지. 점장이는 지금 하던 일을 그대로 하라고 했지만 나는 용기를 내었어. 지금도 후회하지 않아. 내가 선택한 길이니까.   좌충우돌하기도 했지만 말이야. 안전하고 안락한 삶을 버리고 또 다른 삶을 시작한 거야. 


 우린 네가 좋아했던 순간들을 찾아가기 시작했어


 네가 만든 음식을 누군가가 맛있게 먹을 때 기분이 좋다고 했지. 정다정의 웹툰 ‘야매요리’를 내게 보여주며 정말 웃기지 않느냐면서 이야기를 하기도 했고 말야. 엄마가 반대할 것은 알지만 요리학원을 다녀보겠다고 했어. 조리학과를 생각하고 있다면서 말이야. 그래. 난 미래는 모르겠어. 네가 멋진 요리사가 될지. 하다가 그만두게 될지는 알 수 없는 것이니까. 그러나 네가 너의 미래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갖게 된 것은 기쁘다. 너는 더 이상 어린아이가 아니고, 네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갈 수 있으니까.


 열심히 하다가 실패를 해더라도 그 길에서 너를 발견할 거야.


copyright 2016. 심리학자 마음 달 all rights reserved. 


안정현은  마음달 심리상담의 13년 경력의 심리학회 상담 심리 전문가 및 임상심리전문가입니다.

"두려움 너머 온전한 자신이 되고자 하는 이들과 함께합니다."
 네이버티스토리브런치인스타그램 심리치료와 관련된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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