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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찬승 Jul 31. 2024

정신건강을 위한 국제교류

제120회 일본정신신경학회 학술총회 참가 후기

제120회 일본정신신경학회 학술총회 참가 후기


정찬승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사회공헌특임이사


정찬승 사회공헌특임이사는 한국과 일본의 정신의학 발전을 위한 국제교류의 일환으로 일본정신신경학회(Japanese Society of Psychiatry and Neurology, JSPN)의 초청을 받아 2024년 6월 20일부터 22일까지 삿포로에서 열린 제120회 일본정신신경학회 학술총회에 참가했습니다. Pacific Rim College of Psychiatrists (PRCP) 아키야마 츠요시 차기회장이 PRCP 박용천 회장에게 한일 양국 간의 교류를 희망하여 매년 번갈아 가면서 초청하는 형식으로 제안했습니다. 참가를 안내받은 프로그램은 세 가지입니다.

1. 위원회 심포지엄 (주제: Mental Health of Minority)

2. Leaders Round Table

3. Social Gathering


1. 위원회 심포지엄은 ‘소수자 정신건강’이 주제였고 한국, 대만, 일본, 호주의 연자들이 발표를 했습니다. 서두에 APA 회장 라마스와미 비스와나탄 (Ramaswamy Viswanathan) 박사가 Lifestyle for Positive Mental and Physical Health 제하로 강연했습니다. 라마스와미 비스와나탄 박사는 자신이 인도 마드라스 의과대학을 졸업하여 미국으로 건너와 APA 회장이 되었다면서 소수자에 대한 존중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했습니다.

오스트레일리아 정신건강과 웰빙 사무국 총괄 책임자 엘리자베스 무어 박사는 성소수자들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정신건강을 지원하기 위한 노력을 매우 훌륭하게 발표했습니다.

대만 Chih-Yun Hsu 교수는 본인이 성소수자이며, 2019년 대만이 태국에 이어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동성 간 결혼을 합법화했고 본인이 액티비스트로서 활동을 매우 활발히 해왔다고 밝혔습니다. 자켓을 활짝 열어 보이며 티셔츠에 무지개 빛깔로 TAIWAN 이라고 쓰여진 글씨를 보여주며 청중과 함께 유쾌하게 웃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일본 Katsuki Harima는 성전환수술을 마친 일본인이 12,000명이 넘는다고 말하며 구체적인 지원책과 고민들을 잘 발표해 주었습니다.

저는 한국 성소수자들이 처한 상황과 정신건강 현황을 간략히 소개하고 분석가로서 제가 치료한 세 명의 사례를 제시하며 성소수자가 겪는 현실과의 갈등, 새로운 방향에 대한 모색을 개인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제시했습니다. PRCP 부회장인 일본 Itsuo Asai 교수가 다가와서 감명 깊게 들었다며 2025년 PRCP를 동경에서 개최하는데 그때 꼭 한 번 더 강의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성소수자에 대한 발표를 한 적이 없었는데 마침 국제학회에서 발표하게 되어 제 경험과 견해를 정리하는 기회가 되어 보람 있게 생각합니다.


위원회 심포지엄


2. Leaders Round Table

아키야마 츠요시 교수가 주도해서 진행을 했고, APA 회장을 비롯해서 저명한 인사들이 참석했습니다. 사전에 주제를 알려주지는 않았는데, 현장에서 ‘일본 정신과의사들의 국제교류를 활성화하고 싶다. 여러분의 경험과 지혜를 알려달라’고 주문했습니다. APA, 호주, 대만 등 여러 국가와 학회 대표가 세계화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습니다.

저는 다른 분들을 경청하며 생각을 정리했는데, 형식적인 발언을 하는 것보다는 제가 경험한 것 위주로 말했습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국제교류에 있어서 세계의 선두주자인 일본이 이렇게 국제교류를 더욱 심화시키고자 하는 것이 무척 인상적이다. 나는 정신과의사로서 활동을 진료, 연구, 교육, 봉사의 네 가지 영역으로 삼고 있다. 한국 정신과의사들의 국제교류에 대해서 이에 따라 말해보겠다.

1. 진료: 세월호 침몰 사고 후 전 국민이 트라우마를 겪고 있을 때 학회는 미국과 일본의 체계를 참고해서 재난정신건강위원회를 설립하고 신속하게 대응했다. 외국의 많은 대가와 전문가들이 앞다투어 한국을 지원했다. 국제교류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최근에는 유엔난민기구의 요청으로 난민과 이주민을 위한 정신건강 지원을 모색하고 있다. 이태원 참사 때는 많은 외국인이 다치고 사망했다. 바로 NGO들과 협력하여 상담 통역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여 대응했다. 한국에 체류 중인 이주민이 3백만 명에 이른다. 다양한 문화를 이해하기 위한 문화정신의학 발전을 위해서는 국제교류가 필수적이다.

2. 연구: 정신질환자에 대한 정책, 제도, 법률 개선을 위해서는 자국 내의 주장만으로는 힘을 얻기 어렵다. 최근에는 한국인으로서 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정신과의사들을 모아서 각국의 정책, 제도, 법률에 대해 생생한 정보를 얻고 있다.

3. 교육: 현재 한국 의사들의 수련 체계가 큰 위기에 처해 있다. 세계적인 기준을 참고해야만 주장에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 이것 역시 각국의 정신과의사들의 정보와 협력이 큰 힘이 되고 있다.

4. 봉사: 한국 재난정신건강위원회 위원들이 파키스탄 현지에 트라우마 대응을 교육하고 센터 설립을 적극 지원했다. 최근 관심을 두고 있는 언론인 트라우마와 정신건강 문제에 있어서 미국의 다트센터와 호주의 다트센터 아시아퍼시픽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종합하면, 국제교류는 당연히 정치적, 외교적인 특성이 강하다. 명성과 권력을 위해 활동한다는 오해를 받기도 한다. 그러나, 내가 제시했듯 국제교류는 정신의학의 발전과 정신건강 문제 해결을 위해 필수적이다. 정치적이면서도 실용적이다. 국제교류를 현실에 당면한 문제에 초점을 두고 추진한다면 많은 정신과의사들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내용으로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일본 측 참가자들은 하나하나 새겨듣고 메모하며 매우 진지하게 임했습니다. JYPO 대표는 ‘국제교류에는 영어가 필요한데, 많은 의사들이 부담스러워한다. 좋은 방법이 있나?’고 물어서 제가 ‘We spend a lot of money.’라고 답하니, 다들 한바탕 웃었습니다. 이어서 ‘사람은 좋은 것, 옳은 것을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필요한 것을 위해 노력한다. 국제교류에 일단 참여해야 영어를 하고, 영어를 해야 국제교류를 한다. 그러니 일단 당면한 문제를 국제교류의 주제로 삼아서 많은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 좋겠다’고 답했습니다.


리더스 라운드 테이블


3. Social Gathering

초대받거나 미리 신청한 사람 위주로 사전에 명단을 정리해서 명단에 있는 사람만 참여하는 이틀째의 만찬과 사교 모임입니다. 대형 홀에 클래식 음악을 연주하고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서로 인사하며 스탠딩 파티입니다. 동행한 백종우 신경정신의학정책연구소장이 잘 이끌어 주셔서 매우 많은 사람들을 만나서 인사를 나누고 환담했습니다.

박상운 대동병원 원장님께서 반갑게 인사를 건네시며, 일본에서 열리는 학술대회에 늘 관심을 갖고 참석해 왔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한국과 일본은 바로 인접한 국가이며, 동아시아 문화를 공유하기 때문에 서로 교류하면 도움이 많이 될 것이라는 말씀도 해주셨습니다.

한국의 많은 정신과의사들이 이미 알고 있는 김요시하루 전 일본국립정신건강연구소 소장과 조요시노리 일본국립정신건강연구소 소장을 만나서 행사를 마친 후 따로 자리를 가졌습니다. 두 분은 재일교포 3세로서 한국을 위해 물심양면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은 분들입니다.

이외에도 각국에서 참가한 인사들과 친분을 쌓고 향후 국제교류의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마무리하자면, 저에게 있어서 국제교류는 아직 망설이는 동료를 위한 봉사입니다. 제 개인으로서는 이런 역할을 하는 것이 무척 부담스럽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교류는 매우 필요한 분야입니다. 정신건강 분야의 학술 발전과 제도 개선에도 기여할 뿐만 아니라 정신과의사 자신을 위해서 큰 도움이 됩니다. 국내 학회에서 발표하는 것보다 국제학회에서 발표하고 서로 학술적인 견해를 나누는 것이 준비하는 과정과 학술대회 현장의 토론을 통해 엄청나게 큰 깨달음과 통찰을 주기 때문입니다. 학술, 정책 등 다방면의 국제교류에 있어서 수련의들이 적극적으로 참관하고 참여할 수 있으면 더욱 좋을 것입니다.

이번 JSPN 참여는 국내에서 발표하기 힘든 주제를 발표하는 기회가 되어 보람 있었고, 또한 국제교류에 대한 관점을 정리하는 기회가 되어 더욱 좋았습니다. 백종우 신경정신의학정책연구소장, 경희대학교병원 백명재 교수와 윤시연, 이상미, 김혜교, 최성문, 문지영 연구원과 함께 모든 일정을 마치고 지친 몸을 이끌고 귀국 전에 삿포로의 자연을 산책하며 재충전하는 귀한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런 기회를 마련해주신 박용천 전 이사장님과 여러 동료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오스트레일리아 정신건강과 웰빙 사무국 총괄 책임자 엘리자베스 무어 박사와 함께
APA 회장 라마스와미 비스와나탄 (Ramaswamy Viswanathan) 박사와 함께
박상운 대동병원 원장, 가와니시 치아키 일본정신신경학회 제120회 학술총회 회장, 김요시하루 전 일본국립정신건강연구소 소장, 조요시노리 일본국립정신건강연구소 소장과 함께

*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뉴스레터 '신경정신의학'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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