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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찬승 Jul 30. 2024

도시의 외로움

세계보건기구 서태평양지부 기술자문회의 참가 후기

제목: 세계보건기구 서태평양지부 기술자문회의 참가 후기


정찬승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사회공헌특임이사


World Health Organization

REGIONAL OFFICE FOR THE WESTERN PACIFIC

TECHNICAL CONSULTATION ON LONELINESS IN CITIES

Manila, Philippines, 11 to 12 July 2024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해우 법제이사와 정찬승 사회공헌특임이사는 세계보건기구 서태평양지부에서 개최한 기술자문회의에 임시자문위원(Temporary Adviser)으로 참가했습니다.

일본 가나자와대학교의 아츠로 츠츠미 교수(Prof. Atsuro Tsutsumi)가 주관하고 ‘도시의 외로움’을 주제로 원로이신 노먼 사토리우스 교수(Prof. Norman Sartorius)를 비롯해 한국, 필리핀, 일본, 싱가폴, 말레이시아, 중국의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외로움은 정신적 건강, 신체적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며, 팬데믹으로 인한 사회적 단절이 외로움의 문제를 가속화했습니다. 청년, 노인, 아동, 청소년 등 모든 세대와 그룹, 개인이 서로 고립되어 외로움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수동적으로 고립되어 고통을 수반하는 외로움은 적극적으로 고립하여 성찰하는 고독과는 다릅니다. 각국의 대표는 외로움을 해결하기 위한 자국의 대책을 다양하게 제시했습니다.

동아시아문화정신의학회(The East Asian Academy of Cultural Psychiatry, EAACP)를 통해 오래 친분을 쌓아온 타카히로 가토 규슈대학교 교수(Prof. Takahiro Kato)가 평생 천착하여 심화한 히키코모리 연구를 발표한 것이 유익했습니다.

싱가폴을 중심으로 정신 건강 인식 증진과 정신 질환에 대한 낙인 제거를 목표로 하는 비영리 단체인 실버 리본(Silver Ribbon)의 포르쉐 포(Ms. Porsche Poh) 대표가 일상 공간에서 외로움을 해소하기 위한 캠페인에 대한 발표도 흥미로웠습니다.

한국에서는 이해우 법제이사가 국가 차원의 외로움 대책을 발표하고, 정찬승 사회공헌특임이사가 구체적인 정신분석 사례를 제시하며 이해를 높였습니다.


세계보건기구 서태평양지부 기술자문회의 참가자


기술자문회의를 요약하자면, 주요 목적은 외로움을 공중 보건 및 도시 계획에 통합하여 해결하는 것이었습니다.

첫 번째로 논의된 내용은 WHO와 UN과 같은 국제기관이 제안한 외로움 해결을 위한 프레임워크와 지침의 중요성이었습니다. 참석자들은 이러한 지침을 현지 상황에 맞게 조정하고, 특히 청소년과 노년층의 요구에 맞춰 적용하는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학문적 증거와 사례 연구도 중요한 논의 주제였습니다. 여러 연구를 통해 외로움이 정신적, 신체적 건강에 미치는 심각한 영향을 강조하고, 특히 노년층에 대한 성공적인 개입 사례를 공유했습니다. 이러한 사례들을 바탕으로 지역사회에서의 개입을 개발하고 실행하는 방안도 논의되었습니다.

또한, 이론적 이해와 실제 해결책 구현 간의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도 중요하게 다뤄졌습니다. 이를 위해 파일럿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학문 기관 및 커뮤니티 조직과 협력하여 증거 기반의 실천을 보장하는 방안이 모색되었습니다.

디지털화가 사회적 네트워크와 응집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논의도 있었습니다. 참석자들은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연결을 유지하면서도 대면 상호작용을 조화롭게 활용하는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외로움을 1차 건강 관리 서비스에 통합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점이 강조되었습니다. 이를 위해 의료 제공자를 교육하고, 정기 건강 검진 시 외로움 선별을 포함하는 방안이 논의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지역 커뮤니티의 특정 요구를 이해하고 이를 반영한 목표 개입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이 강조되었습니다. 이를 위해 커뮤니티 설문조사와 포커스 그룹을 활용할 것이 제안되었습니다.

이번 회의는 다각적인 접근이 중요하다는 합의로 마무리되었으며, 특히 노년층의 요구를 중점적으로 다루기 위한 전략을 마련했습니다. 향후 작업 그룹을 구성하고,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협력을 통해 목표를 달성해 나갈 계획입니다.


노먼 사토리우스 교수와 함께


첨언하자면, 기술자문회의 개최 전날 University of the Philippines에서 열린 노먼 사토리우스 교수의 특별 강연과 토론회는 대단히 훌륭했습니다. 사토리우스 교수는 원로의 지혜와 청년의 열정을 함께 가진 최고의 지성입니다. 외향적 직관형 특유의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을 선보였습니다. 이미 오래 전부터 ‘미래의 정신건강 주요 문제는 외로움이 될 것이다.’라고 예견했다고 합니다.

필리핀 정신의학계의 인사들도 멋진 토론을 펼쳤으며, 특히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여성 리더들이 주도하는 모습입니다. 필리핀 대학교 정신의학교실 루르드 라드리도-이그나시오 명예교수(Prof. Lourdes Ladrido-Ignacio)는 여성 의사로서 필리핀정신의학회 초대회장을 역임한 분인데, 지성과 품위를 두루 갖춘 훌륭한 인품이 감동적이었고, 정신건강에서 영성을 강조하여 적극적인 정책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필리핀대학교에서 노먼 사토리우스 교수 강연과 토론회를 마치고


세계보건기구 기술자문회의에는 일본 대학생 5명이 observer로 참여한 모습이 참 대견했습니다. 한국의 정신건강의학과 수련의들에게도 진료뿐만 아니라 이렇게 다양한 국제교류와 활동의 경험이 수련 과정 중에 제공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이해우 법제이사는 이미 세계보건기구 근무 경험이 있어서 현지 문화와 기관 사정이 능통하여 수월한 출장을 할 수 있었습니다. 마닐라의 불안정한 치안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동행하여 경험과 식견을 나누어주신 이해우 선생님께 지면을 빌려 진심 어린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외로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해, 공감, 연대, 친절 등을 가지고 서로 연결하여 소통해야 합니다. 이번 세계보건기구 회의를 계기로 아시아와 세계가 힘을 모아 외롭지 않은 세상을 만들게 되기를 소망합니다.


세계보건기구 서태평양지부 앞에서


*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뉴스레터 '신경정신의학'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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