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는 연애다
- 비즈니스도 결국은 사람이 하는 것이다 -
5월 13일부터 18일까지 미국 실리콘밸리에 벤치마킹 연수를 다녀왔다. 국내 굴지의 통신사 임직원들을 모시고 에어비앤비, 링크드인, 42실리콘밸리, SAP 등의 기업을 방문하면서 그들의 조직문화와 일하는 방식 등을 학습하는 좋은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저녁에는 레스토랑이나 바에서 현지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사람 사는 모습은 다 똑같구나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좋아하는 사람들, 사랑하는 사람들과 아무런 마음의 거리를 두지 않은 채 편안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따뜻한 미소가 절로 나온다.
비즈니스도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다 보니, 아무래도 사람을 사귀는 모습과 너무 닮아있다는 생각이 든다. 누구나 그러하듯이 처음 이성을 만나는 자리를 생각해 보면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한다는 명확한 목적에도 불구하고 약간의 거리감이나 긴장이 보인다. 허리는 가급적이면 꼿꼿하게 세우고 상대방에 대한 조심스러운 탐색과 상대방이 자기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에 대해 끊임없이 의식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자리는 언제나 그렇듯이 서로를 마주보고 앉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다가 관계가 진전되면 둘은 어느새 나란히 앉게 된다. 같은 곳을 바라보고 앉아 각자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이야기를 하거나, 서로의 얼굴을 보다 가까이에서 바라보게 된다. 꼿꼿한 허리는 쇼파의 곡선을 따라 몸을 깊이 묻으며 안락을 즐기게도 된다. 더욱 관계가 깊어지면 우리는 어느새 서로에게 기대고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먼저 자신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처음에는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고 긴장을 하며 불편함을 감수한다. 그러다가 안전에 대한 확인이 끝나면 안심을 하며 비로서 허리에 힘을 빼고 의자 뒤에 허리를 묻으며 몸을 맡긴다. 그러나 아직은 의자에 몸을 맡기는 것이다. 그 단계를 지나 신뢰의 단계가 되면 비로소 연인들은 자신의 몸을 상대에게 기대며 온전히 상대에게 몸을 의지하는 것이다.
비즈니스에 있어서 고객과의 관계맺음도 같은 방식이 아닌가 싶다. 설사 고객이라고 할 지라도 처음이라는 단어가 주는 생경함은 언제나 약간의 불편함을 스스로 감수하는 선택을 하게 한다. 허리에 힘이 들어간다. 분위기도 어색하다. 직접적인 대면이든 매장의 분위기이든 이 첫 번째 만남에서는 '안전'하다는 인식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이것을 말해도 좋을까? 너무 공격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아닌가? 무관심해도 안 되고 너무 부담을 주어서도 안 된다. 상대방을 존중하되 너무 나서지 않는 모습으로 고객이 안전한 상태에 있음을 느끼도록 해야 한다. 그러면 비로소 고객은 안심을 하게 된다. 그만큼 몸에서 힘이 빠진다. 약간의 여유를 즐길 수도 있게 된다. 이야기는 이 단계가 되어야 비로소 귀에 들어오게 된다. 당신이 무엇을 말하든, 그 상대가 누구이든, 상대방이 들을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면 무슨 말을 해도 노이즈에 불과하다.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당신이 무엇을 말했는가가 아니라, 상대방이 무엇을 들었는가 이다. 안전하다고 느끼지 못한 고객은 당신의 이야기를 듣지 않는다. 고객에게 안전하다는 이미지를 주는 데 있어서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은 바로 '실적'과 '평판'이다. 당신의 제품과 서비스를 누가 쓰고 있는지, 만족도는 어떠한지에 대해 고객이 확인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좋다. 불안감은 그것으로 사라질 것이다. 실적이 너무 없거나 평판이 좋지 않다면 고객은 절대로 안심하지 않을 것이다. 불안감이 사라지고 안전에 대한 의문이 사라지면 고객들은 안심하며 소파에 몸을 깊이 묻을 수 있다. 그런 단계가 되면 당신의 모든 메시지에 대해 고객은 진지하게 들을 것이다. '안심'은 당신이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런 말과 행동에 대해 약간의 설레임을 가진 채로 첫 거래가 이루어지게 될 것이다. 그것은 그대로 당신에게 추가적인 실적이 될 것이다. 그 실적이 좋은 평판으로 이어지게 최선을 다 해야한다는 점에서 비즈니스와 연애는 완전히 일치한다. 그 첫 거래의 좋은 평판은 '신뢰'를 낳는다. 이제 고객은 조금씩 더 당신에게 기대 올 것이다. 의지하게 되는 것이다. 그 때의 의지는 고객이 약해서 기대는 것이 아니라, 신뢰하기때문이다. 믿기 때문이다. 새로운 것에 대한 탐색을 중지하고 당신의 제품과 서비스에 집중하는 단계로 접어드는 것이다. '썸'이 끝나고 본격적인 교제의 단계로 나아가는 것이다. 첫 거래의 실적이 좋은 평판으로 남는다면 재구매가 이어지고 마침내 충성고객으로 남게되는 것이다.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들은 그야말로 이러한 연애 프로세스를 그대로 밟아서 시장을 장악한다. 에어비앤비는 단 하나의 객실도 가지고 있지 않지만 세계 191개국에서 530만개의 숙소를 운영하고 있다. 기존 고객들이 가지고 있던 불안과 불만을 먼저 경험한 사람들의 실적과 좋은 평판을 바탕으로 숙소를 소개하는 알고리즘으로 안전과 안심을 제공함으로써 신뢰를 획득하는 방식이다. 에어비앤비의 기업가치는 43조를 넘어섰다. 안전, 안심, 신뢰 프로세스를 거치며 얻을 수 있는 가치는 달콤하다.
샌프란시스코는 우버로도 유명하다. 실제로 연수기간 중에 택시보다 우버를 이용하는 사람들을 훨씬 더 많이 볼 수 있었다. 공유경제의 상징으로 자리잡은 우버 그리고 에어비앤비는 그렇게 사람들의 삶의 방식을 바꾸어 가고 있다. 바꾸어 가고 있다고 했지만,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다. 비즈니스의 기본은 고객에게 안전, 안심, 신뢰를 줌으로써 그들의 신뢰와 충성(지속적인 거래)을 받는 것이다.
사람과의 사귐이든, 이성과의 연애이든, 여행이든, 비즈니스이든 살아보는 것이다. 살아가는 것이다. 인류가 동굴에서 나온 이래로 바뀌지 않는 것이 있다면 이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