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명
잎새 지는 소리로 우는 바람이 지나간 자리가 뒤숭숭하다
먼저 간 친구들은 이미 흙빛 낯으로 땅 위를 뒹군다
한 몸뚱이 살자고 흔들어 파리해진 이파리들은 원망할 기운도 없이 흐느적거린다
애지중지 태중에 놓였다가 햇살의 젖을 빨며 대궁을 키우고 뒷 날까지 생각하여 결실을 남긴 일이 너무도 완벽해서 아쉬움조차 없었단 말인가
부산한 가운데 백주대낮에 벌어지는 이 장엄한 고려장을 하늘은 못 본 척 높고도 멀다
꼼짝없이 당할 때가 있다
도을의 습작입니다. 가을이 깊어갑니다. 나무의 배신에 온 산이 비명으로 붉습니다. 무정한 인간의 가청주파수를 넘어서는 잎새의 절규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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