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100초 리뷰

[도을단상] 시집을 읽다, 이소연 시집 콜리플라워

하나와 다른 또 하나

by 도을 임해성

[도을단상] 시집을 읽다, 이소연 시집 콜리플라워

문득 무언가 잊고 있었던 것, 잘못한 것이 생각나서 벌떡 일어나 앉은 새벽처럼 그렇게 느자구없이 깨어진 아침을 갈아마시며 백만 년만에 시집을 읽었습니다.

고르는 것이 일이라 믿음직한 이름, 창비시선 가운데서 가장 의심쩍은 제목, 콜리플라워를 골라들었죠.

시집을 다 읽도록 콜리플라워가 무엇인지 알지 못합니다. 습관처럼 굳은 살이 박힌 엄지손가락으로 검색조차 하지 않은 채 콜리플라워도 모르는 무지랭이가 되어 아침햇살이 뒹구는 구석에 쪼그리고 앉았습니다.

고집스레 문학을 밀어내며 살았던 겐지,
은연중에 문학으로부터 밀려나며 살아진 겐지.
한자투의 말이 별로 없어 잘 읽히는 시인의 말이 자꾸 목에 걸리며 넘어가지를 않더군요.

시인의 말이, "나를, 가족을, 다른 존재를 사랑하는 삶. 그런게 시인가 한다."

울컥 설운 내 맘이 시인의 글을 빌려 묻기를,
"나쁜 마음을 먹고 싶지 않아요.
나의 일기를 훔쳐 읽는 이여, 내가 칙한가요?"
.
.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도을단상] 중국-대만 관계와 양안문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