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을, 뜨겁게 한 시대를 살다
[도을단상] 지기 전에 서쪽 하늘을 벌겋게 물들이고 싶다.
저는 멸종위기종입니다.
한국에 존재하는 직업 중 극세협소직군이라 할 수 있는 벤치마킹을 업으로 하고 있으니까요.
1990~2010년경에는 패스트 팔로워로서의 한국 기업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경영기법이 벤치마킹었기에, 저는 청춘을 갈아넣으면서 그 영역에서 전문성을 키우며 많은 책을 낼 수도 있었습니다.
2014년 세월호, 2015년 메르스, 2020년 코로나와 같은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여행사들은 기업의 벤치마킹 영역을 파고들려고 사활을 걸었고, 각 그룹사도 그룹내 계열사인 여행사를 살리기 위해서 단순 여행이나 출장이 아닌 벤치마킹이나 연수도 여행사들에게 맡기게 되었습니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그리샴의 법칙이 벤치마킹 업계에도 적용되기 시작한 셈이지요.
여행의 질이 가이드에 의해 결정되듯이, 벤치마킹의 질도 해당 인더스트리와 펑션에 대한 인사이트를 가진 전문가의 강의와 설명에 의해 결정이 되는 법이지요. 하지만 착실하고도 뚜렷하게 벤치마킹 영역에 대한 여행사들의 침식은 진행되었습니다.
한국기업들이 글로벌 넘버 원이 되기 시작하면서, 벤치마킹 연수의 열기는 힐링과 인센티브 여행으로 대체되는 시기의 흐름과도 맞물렸던 것이죠.
남아가 세상에 나와 한 30년 국가와 민족을 위해 일하면서, 실제로 일본을 한국이 역전하는 대반전의 역사를 쓰는데 일조했으니 이런 기쁨과 보람이 또 어디 있을까요.
장강의 도도한 흐름에 따라 바다로 들어가고, 촌각이 쌓여 만든 세월을 따라 서산을 넘어갈 것인데, 아주 지기 전에 서쪽 하늘을 벌겋게 물들이고 싶다는 마음으로, 하루 하루가 벤치마킹 업계의 역사를 새로 쓴다는 기분으로, 통역 한 번 할 때마다 인간이 하는 마지막 통역일 수 있다는 사명감으로, 제게 주어진 일에 감사하며 최선을 다했노라는 약간의 안도와 최선을 다 하겠노라는 강한 다짐을 하면서 저 만을 위한 재충전, 휴식기간을 준비합니다.
인공지능과 로봇, 자율주행차와 UAM.
21세기가 비로소 21세기 다워지는 것 같아 보기 좋습니다.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 가는 인간과 인간의 미래를 사랑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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