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살리러 화점에 뛰어들다
[도을단상] 연극 화점(火點)
날이 좋아 대학로로 나갔습니다.
오랫만에 연극을 봤는데, 오랫만에 좋은 작품과 만났습니다.
주연배우 고성관의 외모와 연기가 인상적이더군요. 키가 작은 것이 본인으로서는 회한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눈 밝은 이가 있겠지요.
시뻘건 아가리를 벌리고 달려드는 화점을 향해 소방관이 뛰어드는 이유는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입니다.
이 작품은 화마와 싸우는 소방관이 겪는 심리적, 정신적 신경증의 화점을 향해 스스로를 살리기 위해서 뛰어드는 모습을 극적인 반전의 연출로 구현합니다.
자신의 진짜 모습을 피해 도망가려 했던 곳에서 진실과 마주하면서 이해와 치유가 시작되는 모습을 그립니다.
화재와 진화라는 물리적 사건에서 출발하지만 내면의 일그러진 욕망의 발화와 진화의 기록입니다.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감춘 진실이 있는가 하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덮어둔 진실도 있습니다. 그리고 때로는 가장 선명하다고 믿었던 기억조차 자신을 속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자신도 모르는 사이 진실을 왜곡하거나 다시 쓰기도 하죠.
시간이 흘러도 언제든 불쑥 되살아나 우리를 위협할 수 있는 일그러진 욕망과 그로 인한 죄책감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가를 잘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11월 2일까지이니 관심있는 분들은 한번 극장을 찾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자연조차도 지난 여름동안 속였던 것들이 부끄러워 온통 얼굴이 붉어진 가을이니까요. 자연도 그러한데 인간인들 안 그럴까요..
괜찮아요. 괜찮습니다. 암요.
그니까, 안심하고 잘 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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