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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100초 리뷰

우리동네 동선동

너무도 아름다워서 소홀했던 시간들

by 도을 임해성

<도을단상> 우리동네 동선동

성북동에는 아주 특별한 극장이 하나 있습니다.

성북구 주민들은 언제나 무료로 공연을 볼 수 있습니다.

저희도 클리테메스트라 라는 작품으로 이 극장과 인연을 맺은 후로 점점 깊은 관계가 되어 이제는 시간의 동반자가 되었습니다.

뜻밖의 극장.


이 놀라운 극장에서 공연하는 놀라운 젊은 배우들이 펼치는 연극 우리동네 동선동을 보고 한 동안 객석에서 일어나지 못 했습니다.

쏜튼 위버의 아워타운이라는 작품을 성북구 동선동의 이야기로 완벽하게 각색하여 들려줍니다.


저는 이 극장의 작품을 볼 때마다 무대세팅과 조명에 더 감탄하고는 하는데요.


이 번에는 음향효과를 배우들이 한 구석에서 직접 구사하여 극의 입체감을 돋우더군요.


이제는 한 사람 한 사람 얼굴이 낯익은 배우들이 전작과 달리 이 번 작품에서 어떻게 주어진 캐릭터를 체화했는가에 짖궂은 호기심을 가지고 보다가 감동과 감탄으로 이내 침을 흘리며 웃고 눈물을 흘리며 울게됩니다.


이 극장을 찾는 관객들은 의례적으로 박수치지 않습니다.

배우들이 의례적이지 않은 연기를 하고, 연출이 의례적이지 않은 연출을 하고, 무대가 의례적이지 않은 얼굴을 보이기에, 관객들도 진심으로 감사와 격려의 박수를 손이 아프도록 보내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희도 또한 그랬구요.


너무도 아름다워서 소홀했던 시간..

죽은 이가 후회했던 그 시간에,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깊이 들여다보면서 소홀함이 없이 우리들의 아름다운 시간에 흠뻑 젖은 몸으로 공간을 이동합니다..


뜻밖의 극장.

성북동으로 이사하고 싶어지는 사람스러운 소극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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