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맞이 대청소로 며칠동안 온 집을 뒤집어 엎다시피 한 노고를 달래려고 이것저것 뒤지다가 당일공연 중에 고른 것이 이 작품입니다.
공연도 공연이지만 공연장까지의 이동과 주변산책이 큰 운동이기도 해서 보통은 좀 여유있게 가서 많이 걷는 편입니다.
예술의 전당 공연이라 그냥 왔는데 동반자는 뮤지컬인데다가 명성황후역으로 차지연이 나온다는 것을 알고는 비명을 지르다가 오늘이 그녀의 막공인 것을 알고는 졸도!
고객만족도 120% 상황에서 극이 시작되는 행운을 건져 올렸죠.
대원군과 고종과 명성황후가 나오는 이야기는 흥선이 워낙 뚜렷한 보수 혹은 수구의 캐릭터를 선점한 탓에 명성황후 혹은 고종까지도 개혁이나 진보의 캐릭터로 그려지는 경우가 많습니다만 일단 개뻥이구요..
제정러시아 마지막 황제인 니콜라이 황제부부를 망친 라스푸틴이 그랬듯이, 이 고종황제 부부는 박창렬이라는 무당에게 진령군이라는 군호까지 주면서 미쳐돌아가 나라를 망국에 이르게 한 한심이들이라는 것이 매우 사실에 가깝다고 저는 생각합니다만, 바로 그런 관점에서 고증이 썩 잘된 작품이라는 느낌입니다.
그냥 뮤지컬이 아니라 가무극이라고 하면 노래도 노래지만 춤에 진심인 경우가 많은데 서울예술단 단원들 대단하더군요. 노래면 노래, 춤이면 춤 흠잡을 데 없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라스푸틴, 박창렬, 최순실...그리고 ?
역사는 반복되지만 단순히 재현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무언가를 구현하려고 반복되는 것임을 조금이라도 믿는 이들이 있다면, 삶의 매 순간순간마다 미혹되지 않도록 잘 깨어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극장을 나섰습니다.
경면주사의 그토록 붉은 색으로 붉은 포도주 한 잔을 하며 딸맞이 준비가 모두 끝났음을 안도하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