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 힐에 얽힌 추억
삼성전자 오스틴 공장의 대변신
<도을단상> 실리콘 힐에 얽힌 추억
삼성이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 2천억달러를 투자해서 11개의 팹공장을 짓는다는 소식이 들어왔네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실리콘밸리가 있다면 남부 텍사스 오스틴에는 실리콘 힐이 있습니다. 미국의 반도체 제조산업이 침체되고 다른 기업들이 미국을 떠날 무렵 오스틴에 자리잡은 삼성의 공장.
그곳에서 2주간 머물며 미국인 관리자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한 적이 있습니다.
동양에서 온 작은 남자에게 교육 잘 받았다고 연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그레이트 잡'을 외쳐대던 그들과 함께 떠들고 마셨던 교육 마지막날 밤의 파티가 때때로 그리움이 되어 울컥 역류합니다.
남부 사람들이라 몸집이 큽니다. 살도 많이 찌고.
한국 팹공장의 스펙을 그대로 적용해서 복도 폭이 좁아 두 사람의 작업자가 마주 지나치기가 힘이 드니 복도 폭을 현지인의 체형에 맞게 넓힐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해 준 기억이 나는데, 이 번에 공장 지으면서는 작업자를 위한 세심한 설계가 이루어지리라 믿습니다.
바늘로 찌르는 듯이 따가운 햇살과 그 더위를 잊게 만드는 그늘,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오가는 남부의 작업자들, 법인장이 훈화 중일때도 서서 짝다리를 하거나 먹을 것을 가지러 가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 돌아다니는 자유스러움이 자연스러웠던 그 곳에서 맡은 이문화의 향기.
바베큐의 본고장에서 맛 본 가재튀김과 애저구이, 처음으로 국제면허증을 가지고 간 덕에 주말에 킬로미터가 아닌 마일로 달려본 기억과 그 때 가본 샌 마리오, 샌 안토니오 등 남부의 도시들과 어마어마한 스케일의 몰에 대한 인상이 아침부터 밀물처럼 가슴으로 밀려드네요.
일이 좋지요.
일을 하는 덕분에 세계를 누비는 한국기업들의 웅비를 지켜보고 박수치고 지원하고 조력하면서 짬짬이 남의 동네, 남의 나라의 문화와 역사와 사회를 조금씩이나마 나의 개인사의 일부분으로 만들 수 있었던 것.
줌(Zoom)으로는 가질 수 없는 실감實感이라고 생각합니다.
모쪼록 이름만 남은 실리콘 밸리와 달리 멸싱상부한 실리콘의 성지가 될 실리콘 힐 오스틴과 삼성의 무운을 기원합니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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