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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을 임해성 Feb 02. 2023

이어도 관람후기

삶과 죽음의 길이 예 있음을 알기에 두려움조차 없이하고

<도을단상> 383. 이어도

소설 모비딕이 이어도 설화와 만났습니다.

혜화당소극장은  실험적인 공간이고 마중물같은 존재입니다.


세 여인이 이어도를 찾아 떠납니다.

간 사람은 있어도 온 사람은 없다는 섬, 이어도.

남편을 잃은, 남편을 찾아 떠나는 제주여인들의 이야기가 출렁이는 파도 너머로 힐끗힐끗 희끗희끗 그 서러운 고름을 풀고...


일제의 징용, 4.3사태 등 역사적 사건들이 등장하지만  그것은 부부의 이별을 사실적으로 만들어주는 소재일 뿐, 작품은 철저하게 개인의 낯빛을 쫒아 흐릅니다.


사연 하나하나마다 어찌 그리 애달프고, 연출과 조명과 연기에 이리 끌려다니고 저리 끌려다니다가 제 설움에 겨워선지, 작품에 이끌려선지 실컷 울음을 울었네요.


맨 앞자리에서 가장 리액션 좋은 남녀가 되었습니다. 졸지에.


이어도는 있어!

있다고 믿어야 돼!


무당으로 살다가 지아비를 찾아나서는 정남에게 살고 죽는 것은 인간의 일이 아니요, 신의 일일 것입니다.

신딸의 몸으로도 사람의 인연에 집요하게 매달리는 집념과 그 집념을 시시때때로 무력화시키는 현식 속 비현실인 이어도가, 고래사냥에 대한 선원들의 집념과 그것을 매번 압도하고 무력화시키는 흰 고래.

이 지점에서 모비딕과 이어도가 만납니다.


2월 1일~5일.

한정판 명품을 가진 기쁨과 희열에 비할까요.


가끔씩 이렇게 대놓고 울어줘야 합니다.

저도 사람이니까요.^&^

이 정신적 샤워를 카타르시스, 정화라고 하지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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