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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을 임해성 Aug 22. 2023

<도을단상> 등록금을 납부한 자의 소회

책임질 줄 아는 세대가 되고 싶어서

<도을단상> 등록금을 납부한 자의 소회

89년도에 대학을 들어가자마자 등록금 반환 시위를 했었지요. 어리버리한 신입생이었지만 그 당시는 학원자주화투쟁이라는 이름 하에 학생운동의 시선이 대학내부를 향해 있을 때이기도 했습니다. 개인에 불과했던 우리는 어느새 사회와 국가에 대한 질문으로 가득하도록 훈련되었습니다.


코로나 시기에 대학을 다니는 아들은 누가 봐도 등록금 반환요구가 정당해 보이는 시기임에도 아무런 움직임이 없더군요.

철저하게 개인으로 해체된 취업예비군들의 모습이 초라하게 느껴질 정도로 요즘의 대학과 대학생들에게는 사회와 국가라는 명제는 너무나 먼 주제인듯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는 명백한 데카당스이며 퇴화입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이 배웠고, 바람직한 국가와 사회에 대해 가장 많이 고민했고, 눈부신 경제 성장 속에서 가장 많이 누리면서 살아온 우리 60년대, 70년대 생들이 30년 만에 이렇게 퇴행적인 사회와 국가, 그리고 아이들을 만들었다는 점에 대해서 커다란 책임감과 죄책감을 느낍니다.


이런 책임감과 죄책감으로, 안 내도 된다는 보건비, 의료공제비에 학생회비까지 찍 소리도 안 하고 다 납부를 했습니다.


이 벌금과도 같은 등록금 납부가 이제 제 인생에서 드디어 두 번 남았습니다! 꺼이꺼이..ㅋㅋ


우리 자식 세대들이 잘 공부해서 바람직한 국가와 사회의 틀 속에서 마음껏 개인들이 꿈꿀 수 있는 그런 세상을 만들어 주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못 다한 숙제를 넘겨주는 미안한 마음으로, 애비 된 죄로 등록금을 납부했습니다.


내년 총선에서는 기어코 86세대들을 사회, 정치의 전면에서 밀어냄으로써 지난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는 다짐도 해 봅니다. 여야를 막론하고 세대교체, 선수교체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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