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혁명 과정에서 가장 먼저 성숙산업이 되어버린 섬유업은 패션업으로의 자기변신을 통해 공급과잉 시대에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살아남았습니다.
인재육성의 트렌드를 보여주는 ATD와 산업트렌드를 보여주는 CES는 공급과잉시대에 공급자들의 과당경쟁 방지와 유행을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제시함으로써 효율성과 효과성을 획득하는 프레타포르테를 잘 모방한 듯 보입니다.
이제 누구도 옷이 낡아서 새로 사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저 새롭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사람들은 입고 있던 옷을 벗어던지는 파괴소비에 세뇌되었고, 프레타포르테는 그 유행의 복잡계에 소재와 디자인의 미래를 '전망'하는 것이 아니라 과감하게 '제시'함으로써 불확실한 미래를 어느정도 안정적인 시장으로 만드는데 성공합니다.
인재육성의 방법론이 1년마다 바뀌는 기업은 상상할 수 없지만 HRD시장의 지식공급상들은 지식과 방법론의 파괴소비와 전망이 아닌 제시를 통해 자신들이 주도하는 시장으로 고객들을 포섭합니다.
CES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가전산업의 영역을 가뿐히 뛰어넘은 CES는 더욱더 강력한 힘으로 파괴소비와 전망이 아닌 제시를 통해 공급과잉시대, 소비부족 시대를 헤쳐나갈 공급자들의 생존지도를 완성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들이 제시한 미래의 궤도를 따라 이노베이터,얼리 어댑터,얼리 머저리티, 레이트 머저리티, 레거즈 등의 계급장을 받은 대중들의 거대한 흐름이 만들어지는 듯 보입니다.
그러니 CES나 따라다니면서도 미래학자 행세를 할 수 있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나 파도와 조류와 바다는 완전히 다른 것이지요. 이런 트렌드를 주로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지식소매시장의 바람잡이에 불과할 것입니다. 세뇌된 대중들은 피리부는 그들을 따라 흘러가기도 할 것입니다만.
그러한 하부구조의 변화, 변화의 폭이 얼마나 그리고 어떻게 상부구조에 영향을 미칠 것인지, 그 결과 미래 사회의 노동과 소득과 세금과 경제운용과 정치제도는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혹은 변화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전망 혹은 당위를 이야기 하는 사람들이야 말로 진정한 의미의 미래학자일 것입니다.
써로게이트라는 영화를 다시 보면서 영화가 보여주는 앞면이 아니라 그 앞면을 떠받들고 지탱하는 뒷면이 궁금했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