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님 코리끼 만지듯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전체를 파악하지 못하고 자신의 식견으로 단편적인 인식을 드러낸다는 말입니다. 부분 만을 고집하는 어리석음을 일컫는 말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저는 장님들이야말로 소중한 존재라는 생각을 합니다. 흔히들 잘 알지도 못 하면서 자신의 짧은 식견으로 사상을 단정한다는 식으로, 이런 이들에 대해 상당히 낮은 평가를 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오히려 장님을 질책하는 이들의 '전지적' 관점의 근거가 더 궁금해집니다.
누군가의 견해는 필연적으로 그의 편견을 담고 있습니다. 우리가 그런 편견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또 다른 편견들을 계속 만나는 것이고 마침내 그런 부분을 합쳐서 비로서 이것은 코끼리가 아닐까 하고 유추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너무도 쉽게, 자신의 의견을 밝히는 이가 전체상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거나 부분만을 언급한다는 이유로 그의 발언 자체를 부정하고 폄하하는 그래서 그를 침묵하게 만들려는 폭력을 휘두르는 것이 아닌가 싶을 때가 있습니다.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기 위해서는, 더군다나 기존의 고정관념이나 제도교육의 틀을 깨는 생각을 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수준의 읽을거리와 생각할 거리가 필요합니다. 오히려 자기의 생각과 다른 이들의 생각을 자주 들여다봄으로써 코끼리에 다가갈 가능성이 커진다고 할 것인대, 그런 기회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기도 합니다.
어느 정도 검증이랄까 제도권에 속하는 글쓰기는 책을 통해 접할 수 있지만, 일반 대중의 인식과 생각을 접하기에 SNS는 아주 좋은 도량입니다. 저는 타인의 생각을 폄훼하는 일 없이 자신의 생각을 갈고 다듬는 돌로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한 사람의 생각과 말과 행동에 대한 우리의 비판은 공인을 향해서 가능한 것이지, 범인의 그것들은 비판의 대상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사족을 늘어놓아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