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앞에 서니

어서 와 죽음은 처음이지?

by 에움길


아침밥을 해 먹고 설거지를 하는데 힘들지가 않다. 이것이 얼마나 기쁘고 행복한 일인지... 아무도 모른다.


며칠 전엔 국내에서 임상을 가장 많이 한다는 병원의 교수를 만났다. 그는 담백하게 나의 치료 성공률은 높지 않고, 실패 시 기대여명은 1년 이내라고 했다. 남편도 나도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집에 돌아와 아이를 보니 눈물이 맺혔다.


오늘 하루만 '만약에'로 시작되는 말을 하기로 하고 남편에게 하고 싶었던 말을 했다. 죽음이 문 앞을 서성이고 있다. 그래도 괜찮다. 지금 이 순간 담아 두지 않고 비워낼 수 있으니 우린 또 그것으로 힘차게 날아오를 수 있으리라.


다음날이 되어 아침이 됐다. 밤새 아프지 않은 것만으로도 감사해하며 눈을 떴다. 간 밤에 머리 쪽에서는 담대한데, 꼬리 쪽으로 갈수록 두려워 무언가를 자세히 살피는 어떤 사람이 꿈에 나왔다. 내 모습이네.. 피식 웃음이 나왔다.


저녁이 되어 아이랑 잘 준비를 하는데, 아이가 "매일매일 행복해"라고 말한다. 어쩌면 이렇게 사랑스러운 아이가 있을까.. 어느 영화의 대사처럼 간까지 환하게 웃었다.


며칠사이 못 들어오게 했던 죽음을 집 안으로 들였다. 애달파하시는 시부모님께도 죽음을 데려와 천국과 함께 예쁘게 소개해 드렸다.


나에게도 아직은 조금 낯선 이 아이와 평생을 살아갈 생각이다. 결코 어둡거나 무섭기만 하지는 않다는데 첫인상이다. 어서 와 죽음은 처음이지? 나에게 하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