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받아들이다

사랑 없이는 소용없다.

by 에움길

어제는 정말 내가 죽을 수도 있겠구나.. 를 목도했다.

그 일이 당장이 아니더라도 5년 후, 10년 후가 될지라도 나는 인철과 아이 곁을 그들보다 조금은 더 이르게 떠날 수도 있겠구나.. 를 인정했다.


내 삶은 인철을 만나고 카이로스가 시작되었었다.

서른여덟 뒤늦게 만나 우리 어디 있다가 이렇게 늦게 만났냐며, 만난 지 일주일 만에 영혼의 반쪽임을 직감하고 서로를 반려자로 품었다.


그런 그와 결혼한 지 딱 10년 만에 암 진단을 받고, 1년여 가 흘러 오늘이 되었다. 돌이켜보건대, 지난 1년간은 지나온 내 개인의 삶에 대한 정리의 시간이었던 듯하다.


나의 많은 아픔과 상처들을 내려놓고 본연의 나로 돌아오니, 이제야 비로소 지금 내 곁에 있는 가장 소중한 사람과의 이별이 눈에 보인다. 어제가 바로 그날이었던 듯하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 몸이 아픈 것은 비교할 수 없는 고통이 심장을 가른다. 인철과 내 아이를 두고 떠날 수도 있다는 사실은 도저히 상상이 되지 않는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문제를 넘어설 수 없을 것 같아 도로 '살려달라고'만 부르짖고 싶어진다.


그때 알았다. 내가 이 사람을 진실로 진실로 아주 많이 사랑하고 있구나. 내가 이 사람을 내 목숨을 내어서라도 그의 아픔을 지워주고 싶구나.


그러면서 드는 또 다른 생각, 나는 괜찮은가?

나는 나는 그 없이 살 수 있는가? 하나님을 믿는 내가 천국에 간다 한들 그 없이, 우리 아이 없이 행복할 수 있을까?


고개를 저었다. 그럴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이 진리는 변하는 것이 아니라, 받아들이는 것.


나의 죽음을, 내가 선택할 수는 없다.

그리고 그 시기 또한 내가 정할 수 없다.

당장은 아니라 해도 나는 죽음을 준비해야 한다.

아니, 이것이 과연 옳은 길인지도 잘 모르겠다.


이 모든 눈물을 십자가에 내려놓고 잠자리에 들었다.


새벽에 눈을 떴고, 새벽기도를 드리고 예배를 드렸다.

말씀은 '어떻게 죽음을 준비해야 하는가'라는 주제였다.


하나님이 목사님을 통해 내게 들려주신 음성은

''그들을 잠시 떠나는 것뿐이니, 기다리자..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며 살아가다 보면 영영 헤어지지 않고 살 수 있는 날이 올 거야. 그때는 영원히 헤어지지 않을 거야"


인철이 언젠가 내게 했던 말을 이제야 비로소 그 진정한 마음을 알게 되었다.

"나 당신 천국에서 만난다고 생각한다면, 아이 키우면서 기다리면서 살 수 있어" 했던 말이 이것이었다.


그는 또 얼마나 가슴을 치고 울부짖으며 이 음성을 들었을까..


이제 우리들만의, 나만의 천국의 진정한 의미를 찾았다.

결국 사랑이 없으면 천국을 가질 수 없다.

사랑하는 사람이 없으면 천국을 소망할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