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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우연을 특별한 인연으로 엮어준다

오늘 하루가 특별해지는 관점의 변화

by 마음결

몇 년 전, 경복궁에 친구와 놀러 갔던 적이 있다. 서촌의 유명한 가게는 유독 월요 휴무가 많은 편인데 당시에는 그 사실을 몰라 음식점과 카페를 찾아 헤맸었다. 지칠 대로 지쳤을 때 즈음 가정집을 개조한듯한 카페를 우연히 발견했다. 장시간의 걸음으로 건조해진 목을 적시고, 나서며 나는 발 닿는 대로 걸었던 이 거리를 다시 올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오늘, 서촌 부근에서 일하는 직장인으로서 월요일 점심시간에 영업하는 카페를 찾다 우연히 '그때 그 카페'를 다시 발견하게 되었다. 오랜만에 들어선 가게의 구조는 어렴풋이 과거의 기억과 겹쳐졌지만, 그 외에는 어떠한 것도 기억나지 않았다. 다만, 그때도 월요일에 근무하는 카페를 찾다가 우연히 발견했다는 것, 같이 왔던 친구는 1년 전 이후로 연락을 주고받지 않는다는 것, 나는 현재 이 근방에서 일하는 직장인이 되었다는 것 등의 시간의 흐름이 가져다준 변화들이 떠올랐을 뿐이다.


당시에 이 공간에 방문했을 때는, 대학원 졸업을 준비하던 친구가 졸업 후 결혼해 아이 엄마가 될 줄은 몰랐었다. 그리고 내가 이 근방으로 취업해 다시 또 '우연함'을 이유삼아 이 카페의 문을 열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카페에 다시 방문해 함께 커피를 마시고 있는 양옆의 사람들이 '직장동료'가 될 것이라는 것도 말이다.


시간은 이렇게 우연을 특별한 인연으로 엮어준다. 시간이 흐르면서 나타난 변화들은 엮이고 엮여, 과거의 시간이 다시 떠오르는 한 순간을 만날 때, 튀어올라 '인연'이라는 특별함을 느끼게 한다.


내가 '몇 년 후' 이곳에서 일할 인연이었구나, 이 공간은 내가 몇 년 후 직장동료들과 함께 쉼을 가지게 될 장소였구나. 그리고 '인연'이라는 단어는 과거에는 느끼지 못했던, 인연의 특별함을 '현재'로 가져다준다.


때문에 오늘 문득 내가 방문했던 장소, 만난 사람들, 연락을 주고받았던 사람들이 2022년 혹은 몇 년 뒤에 나에게 어떤 '인연'으로 묶여있을까? 문득 내일이면 과거가 될 현재의 순간들이 낯선 기대감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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