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 : 상관없는 거 아닌가? 장기하]
가끔 책을 읽기 전 책 추천글에 먼저 꽂힐 때가 있다. 내겐 '장기하의 상관없는 거 아닌가?'의 추천사를 쓴 '배우 배두나'의 글이 그랬다.
나이가 들면서 언젠가부터 자꾸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데, 우리는, 너무 열심히 사는 것 같다. 물론 열심히 살아야 생계까지 유지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어렸을 적부터 남들보다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교육받고 그래야 더 밝은 미래가, 내 행복이 보장된다고 믿어왔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잠깐의 쓸데없는 생각도 사치스럽게 느껴지고 열심히 달리다 지쳐서 잠깐 걸을 때도 남들은 다 달리고 있는데 나만 이래도 괜찮은가 씁쓸해한다.
- 배두나(배우) 책 추천사 일부 발췌 -
"너 너무 열심히 사는 것 같아. 가끔은 널 놔줘도 돼." 하는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가까운 지인에게 듣는다.
그러나 열심히 산다의 기준이 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내가 보기엔 태만하기만 한 삶이라 여겨짐에도, 타인의 시선 한스쿱이 얹어지면 언제고 '갓생'을 목표로 치열하게 사는 사람이 되니깐 말이다. mbti도 어쩌면 일맥상통하는 관점이라고 생각한다. 타인의 관점 한 스쿱으로 나라는 존재의 정체성과 행동 패턴이 정해지니 말이다. 이렇게 타인을 분해하고 정의하는 것을 좋아하는 요즘 시대에 장기하의 문법은 느리고 모호하다. 독해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책을 잘 읽지 못한다고 생각한 그는, 타인의 질문에 책을 좋아한다는 답변을 내리기까지 약 이십 년이 걸렸다고 한다. 이 파트를 읽고 어떠한 관점으로 자신을 정의하고 정립해 그것을 입밖에 내놓기까지 상당히 긴 시간이 필요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런 사람이 글로만 전달하고 싶은 화제들이 가득 쌓였다는 것이 책의 도입부터 흥미진진하게 다가왔다.
그러나 아무래도 상관없는 것들에 대한 그의 기록은 사실. 사소한 것에 무뎌지기보단 집착에 가까이 고민한 흔적이 더 많이 묻어나 보였다. 흰쌀밥이라는 하나의 주제에 관해서도 자신만의 고집이 있었다. 어떤 단어나 사물을 대할 때 나는 저 정도의 애정을 갖고 고찰해본 적이 있었나? 그게 무엇이든? 질문을 했을 때 마땅한 답변이 떠오르지 않았다. 장기하의 글은 빠르게 읽히고 가볍지만 재미있다. 그리고 그는 글을 잘 쓴다. 책을 읽는 내내 그가 다음 책을 내기를 기대하게 되었다. 콘텐츠를 습득할 때 습관적으로 주제 찾고, 느낀 점 적용하기와 같은 해석을 적용하려고 하는데 이 책은 이를 적용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이 책이 만족스러웠던 것은 자신만의 문체가 있는 사람의 글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느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내 안에도 이전 직장에서부터 쌓아두었지만 다 풀지 못한 글들이 있다. 그러나 그 글들을 얼마나 내 문체로 적었는지 고심하게 되었다. 나만의 색이 있는 글을 쓰고 싶다. 글이 쓰고 싶어지는 독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