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놀 칼럼
만약 당신이 미래에 실망감을 느끼고 싶다면 그 방법은 간단하다. 단지 무엇인가를 기대하면 된다.
예를 들어 애인이 연락을 해주기를 기대하거나, 이웃이 나에게 친절하기를 기대하거나, 자녀가 성적이 높기를 기대하거나, 이번 여행이 멋지기를 기대하거나, 인생에서 좋은 일이 일어날 것을 기대한다면 당신은 실망감을 느낄 것이다.
그 기대가 구체적이고 선명할수록 미래에 느낄 실망감은 커진다. 애인이 그때 연락해서 이렇게 말하기를 기대하거나, 이웃이 들고 있는 호두과자 봉지에서 과자 하나를 꺼내주기를 기대하거나, 자녀가 기말고사 때 1등급을 받기를 기대하거나, 이번 여행이 지난번의 실망스러웠던 여행을 보상해줄 만큼 멋지기를 기대하거나, 나를 헌신적으로 사랑해줄 누군가가 나타나기를 기대한다면 당신은 더욱 큰 실망감을 느낄 것이다.
기대는 좋은 것이 하나도 없다. 만약 기대가 내 앞에 얼쩡거린다면 주변의 아무런 짱돌을 집어 들어 그 대가리를 박살 내버릴 것이다. 아, 기대가 얼마나 고약한 놈인지!
기대는 실망감을 증폭시킬 뿐 아니라 기쁨을 반감시킨다. 기쁜 일에 놀라지 않고 ‘흥, 이 정도는 예상했지 뭐’, 라고 시큰둥하게 중얼거리도록 한다.
기대라는 놈은 이 세상의 모든 탄산음료의 탄산을 제거해버리고, 추리소설마다 맨 앞장에 범인 이름을 적어버리는 거다.
부모님의 원수가 망하길 바란다면, 그가 자신의 삶에 대해 최대한 자주 기대하기를 기원해라. 그것은 삶에서 색채와 감사를 삭제하는 저주이다.
만약 당신이 미래에 기쁨을 느끼고 싶다면 그 방법은 기대를 제거하는 건데 이건 간단하지 않다. 비 온 뒤에 풀이 한 뼘 커지듯이 기대는 자꾸자꾸 자라나기 때문이다. 부지런한 정원사가 되어서 매일 아침 기대를 뽑아야 한다.
어떤 기대는 너무나 뿌리 깊어 뽑히지 않고 뚝뚝 끊길 것이다. 그럴 때는 호미로 흙을 부수고 삽으로 떠낸 후 뿌리를 잡아 뜯어야 한다. 지난번에 분명히 뽑았는데 다시 자라나는 질긴 기대도 있다. 포기하고 그냥 두면 흉측하고 징그러운 기대가 마음의 정원을 이내 잠식해버릴 것이다.
기대하지 않는 사람은 때때로 놀라운 기쁨을 맞이한다. 눈이 반짝거리고 입이 반쯤 열리며 심장이 뛰어댄다. ‘와, 이건 정말 생각지도 않은 일이야!’ 모든 것에 감사하고 감동하게 된다. 사라사테의 <카프리치오 바스크>의 그다음 다음 마디를 예상치 못한 채 unexpected pleasure의 연속성에 몸을 맡기듯 살아갈 수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lDuHeoPV-8Q
기대하는 사람은 자기가 뭐 된것처럼 늘 불평불만을 입에 올린다.
‘아, 고물딱지 휴대폰 느려터져가지고 신상 나오면 바꾸든지 해야지’
반면 기대하지 않는 사람은 휴대폰의 존재를 떠올리기만 해도 황홀하다. 스마트폰이 있는 세상에 태어난 것이 매순간 놀랍고 감사하다. 50년 전 사망한 다비드 오이스트라흐가 새파랗게 젊은 모습으로 크라이슬러를 연주하는 영상을 방구석에 잠옷 차림으로 누워서 감상할 수 있는 게 이미 기적이고 마술인데 대체 뭐가 불만이라는 거냐. 칭키스칸도, 알렉산더대왕도 누리지 못한 호사를 누리면서, 너 뭐 돼?!
https://www.youtube.com/watch?v=x78axkl1q38
“엄마가 이제 저에게는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겠대요. 저를 포기하겠대요.”
울음을 터뜨리며 괴로워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상대에게 자신이 무가치해져서 버려지는 것으로 오해했기 때문이다.
“엄마는 자신이 개인적으로 믿고 있던 생각을 포기했을 뿐이에요. 그것은 당신과 아무런 상관이 없어요. 드디어 자신으로 살기에 좋은 환경이 되었군요”
나는 이렇게 말해줄 것이다.
타인에게 하는 기대는 폭력이다. 그가 품은 가능성, 욕구, 생명, 모든 것을 강도질하려는 행동이다. 부모가 자녀에게 기대한다면 그 자녀는 매일같이 생명을 빨아 먹히며 서서히 시들어간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무엇보다도 우선 그에게 아무것도 기대해서는 안된다. 그 대신 희망을 가지고 지지해야 한다.
기대와 희망을 구분 짓고 싶다. 기대란 어떤 일이 실제로 일어나리라 생각하고 기다리는 마음이다. 희망은 열린 마음으로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태도이다.
기대의 눈빛은 날카롭고 부담스럽다. 희망의 눈빛은 부드럽고 용기를 북돋아 준다.
오늘 당신은 사랑하는 사람을 어떤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