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제인싸 익준이는 송화쌤과 결혼할 수 있을까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 1

by 마음의 방

*들어가기 전) 이 글은 시즌 1을 기준으로 쓰였습니다. 물론 시즌2와 비교해도 큰 차이는 없습니다...


요즘 같은 팬데믹 시대 누구나 스트레스 없이 보기 편한 순한 맛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전작 응답 시리즈와 슬빵의 경우를 생각해보면 소소한 에피소드들 사이로 흐르는 강력한 관전 포인트는 홍일점 여자 주인공의 러브라인이 어떻게 될 것인가, 이다.


사실 이우정-신원호의 러브라인 로망은 너무나 분명하다. 씩씩하고 동시에 뭔가 허술하고 편안한 여자 주인공과 그의 곁에 오래 머무르며 그녀를 은근히 좋아하며 지켜온 (유사가족 또는 유사 형제로 볼 수 있는) 여러 가지 스펙을 갖춘 남자들을 종류별로(!) 깔아놓는 구도는 너무나 익숙하다. 이번엔 오히려 익준이에 비해 시즌 1 치홍이라는 대항마가 너무 약해서 정말 작감이 시즌제로 갈 생각인가 보다 싶은 생각이 들 정도.


여튼, 오늘 여기서 하고 싶은 이야기는 그래서 익준이는 송화쌤과 이어질 수 있느냐에 대한 것. 우정로망과 원호매직은 반드시 둘을 엮어줄 테지만, 만약 저 두 사람이 실제 인물이라면 과연 가능할까?





익준이는 어쩌다 율제병원 최고의
인싸가 되었는가


익준이는 약간 초월적 인물이다. 젊은 나이에 간이식계의 라이징 스타로 떠오르면서 그 어려운 수술도 정말 많이 하고 그러면서도 어려우면 미리 공부도 한다. 그러면서 소아과, 정형외과, 신경외과 가리지 않고 베프가 있다. 인턴, 레지던트 가리지 않고 친구다. 모두들 그를 찾고 그와 고민을 나누고 싶어 한다.


일단 확실한 건 인싸가 익준이 적성에 맞는다! (ENFJ나 ESFJ가 틀림없다.) 기질 및 유형검사인 TCI로 따지면 일단 사회적 민감성 99% 일 테고. 자극 추구도 중상 수준일 것이다. 게다가 체력도 좋은 것 같다. 그 바쁜 시간에 애 보며 일하며 공부하며 남의 인턴과 즉떡도 먹는다.


하지만 그보다 익준을 인싸로 만든 중요한 심리적 주제는 '모든 사람과 잘 지내는 것'이고, 그 밑에는 ‘내 주변의 사람들을 불편하지 않게 하는 것'일 것이다.


그리고 그 밑에는

‘미움받기 싫어'

‘내 주변이 다 행복하면 난 그걸로

내 존재 가치를 찾을 수 있어’등등이 있을 것이다.


익준이 송화에게 대학 시절 첫 번째 고백을 못 했던 것도 친구 석형이 송화에게 까였다는 것을 알고, 석형과 나아가 99즈와 불편한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였다.


이번 고백이 어려운 이유도 치홍이 사랑하는 동생과 베프라는 점 때문이다. 치홍과 대립각을 세우게 될 경우 병원 사람들과의 어색한 상황뿐 아니라 치홍과 동생이 불편해질 상황까지 미리 걱정하는 것이다.



사회적 민감성이 높은 이들의 비극.
파티 호스트는 되지만 파티를 즐기지 못하는 이들.



사회적 민감성이 높은데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들, 가족, 사회, 종교 등에서 타인을 즐겁게 하는 것이 좋은 것이라는 교육을 받아온 이들 중 파티의 호스트가 되지만 정작 본인은 파티를 즐기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친구들이 시끌벅적 자기들끼리 즐거워하는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는 데서 오히려 자신의 존재감을 찾는 경우가 바로 여기에 속한다.


드라마에서 익준은 인싸다. 인싸는 기본적으로 네트워킹을 잘하는 사람이다. 이 사람과 저 사람을 연결시키고, 서로 만나면 좋을 것 같은 사람들을 소개해 준다. 이 네트워킹 능력 자체를 능력으로 삼아 중앙에서 왕 노릇 하려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이 경우는 네트워킹을 수단으로 삼는 경우라 익준과는 거리가 좀 있다.


익준의 경우는 나의 네트워킹을 통해 너와 네가 (이를테면 장겨울과 정원이가) 행복해지는 것 그 자체에서 의미를 찾는 쪽에 가깝다. 그렇게 내 주변이 평화로움을 구축하고 유지하는 것. 갈등은 최소화하는 것. 이것이 사회적 민감성이 높은 사람들의 소망이고 판타지이다.


이들은 모두가 we are the world~이길 바란다. 조그만 갈등도 앞서서 민감하게 캐치하고 이를 재빨리 봉합한다. 머리가 좋으면 이 능력은 더욱 발달한다. 환경적으로 이러한 능력을 발달시켜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익준의 어린 시절이 잘 나오지 않아 정확히는 모르지만, 왜인지 바쁜 부모님 밑에서 힘세고 용감한 동생을 돌보며 자신과 동생 모두를 챙기기 위해 사회적 민감성을 더욱 발달시켜야 했을 것 같다.


익준에게 자신의 욕구에 온전히 초점을 맞추어 직접 표현하는 일은 어렵고 또 익숙하지 않다. 최선의 방법이래봤자 노래로 에둘러 마음을 표현하는 것뿐이다.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 줘'와 '사랑하게 될 줄 알았어'가 익준의 최선인 것이다.





그래서 송화의 질문은 의미 있다


밤을 새운 응급수술을 급히 마치고 돌아와 송화를 위해 누룽지를 끓여주던 익준에게 송화는 묻는다.

"너는 널 위해 뭘 해줘?"


송화는 교회에서 파워댄스도 추고 쓸데없는 화목 장작 거치대도 산다. 치홍이 인턴으로서는 이쁘지만 동시에 자신에게 이성으로 어필하는 것에 대해 불편함을 똑바로 표현한다. 자신의 몸이 심상치 않은 것을 눈치채고 분원으로 내려가는 선택도 한다. 완벽한 채송화가 익준이와 다른 지점은 여기이다. 자신이 그렇게만 살 수는 없다는 것을 알고 자신을 위해 틈틈이 선물도 주고 한 김 빼준다. 이런 송화에게 익준의 위태로움은 그래서 더 잘 보일 것이다.


그나마 익준이 스스로에게 선물이 되는 시간이 송화와의 시간임을 알아차린 건 참 다행이다. 그치만 그 시간을 계속 자신의 곁에 둘 수 있을까는 이제 익준에게 달렸다.


웬만해선 갈등을 만들지 않았을, 갈등이 생길라 치면 예의 그만의 유쾌하고 똑똑한 방식으로 봉합했을 익준이가 여러 가지 잡음을 제치고 선물을 쟁취해낼 수 있을까. 그런 의미에서 익준과 송화의 러브라인 연결은 단순히 한 커플의 탄생 그 이상의 의미일 것이다. 익준이 자신에게 익숙하지 않은, 하지만 꼭 자신에게 필요한 새로운 삶의 방식을 선택했다는 걸 의미할 테니 말이다.


오늘도 세상이 더 아름답고 평화롭고 조용해야 한다고, 그래야 나는 안전하고 행복할 수 있다고 믿는 익준과 세상의 수많은 익준들에게. 세상은 좀 더 시끄럽고 삐뚤어져도 괜찮다고 말하고 싶다. 그래도 당신의 사랑하는 이들은 생각보다 상처 받지 않고 당신도 생각보다 멀쩡할 수 있다고, 염려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다.


오히려 인간의 가장 인간다움, 온전함(wholeness)은 완전함(perfectness)이 아닌 그저 그런 나와 세상을 받아들임(accepting)에서 완성된다고 말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