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프터스쿨은 어떻게 무기력한
2030의 위로가 되었나

[예능] SBS 문명특급 <컴눈명 콘서트>

by 마음의 방


요즘 같은 시대에 지상파가 뭔 의미냐 싶지만 그래도 문명특급이 커오는 과정을 쭉 지켜본 초창기 구독자로서 TV 틀었을 때 문명특급이 나오다니! 게다가 재방도 이렇게나 하다니! 내 새끼도 아닌데 이렇게 뿌듯할 수 없었다.


나도 6월 11일에 시간 맞춰 본방사수했지만 사실 가수들 자체에 대한 매력이라기보단 문명특급과 재재PD에 대한 애정에 가까웠다. 방송을 보면서도 오히려 유튜브와 TV의 매체 문법의 현저한 차이로 인해 문명특급만의 매력이 충분히 못 사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더 컸던 것 같다.


그런데 본방이 끝나고 유튜브에 들어가 보니 반응이 심상치가 않았다. 트위터도 꽤나 들썩거렸던 것 같다. 특히 20대부터 30대 초반까지의 반응이 뜨거웠다. 왜 '어른들'이 토토가 보면서 울었는지 알겠다는 반응에, 토토가에 미쳤던 어른(...)으로서 나랑 완전히 다른 감정에 어리둥절하기도 했다.


바로 이 무대이다



문명특급 채널에 올라온 가수들의 무대 중에 현재 가장 조회 수가 높은 영상은 바로 애프터스쿨의 <뱅!>이다. 이날 콘서트에 섰던 가수들 중 애프터스쿨의 당시 인기가 가장 압도적이냐, 라면 꼭 그런 것도 아니다.그런데 화제성 면에서도 이 무대는 압도적이다. 특히 유튜브와 트위터를 주로 사용하는 20대와 30대 초반의 반응을 살펴보면 단순히 내 학창 시절의 노래를 만났다는 그 반가움 이상의 것을 경험하는 듯했다.


왜 애프터스쿨은, 그리고 <뱅!>은 2030의 핫플이 되었는가



2030, 열심을 학습하지 못한 세대여


지난해 대 코로나 시대가 시작된 이후로, 아니 사실 그 이전부터 2030 세대의 무기력과 우울은 사회적 이슈였다. 나 또한 상담실에서 깊이 체감하고 있었고, 상담자들끼리 모였을 때도 상담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서 상담을 많이 찾는 건지 아니면 정말로 이렇게 정신건강의 심각도가 올라간 건지 심각한 청년층 사례가 많아진다는 이야기를 하곤 한다.


2030의 아픔과 무기력은 중년층의 우울과는 조금 결이 다르다.


현재의 중년층은 '열심히 하면 된다'라는 단순한 원리를 그래도 몸소 체험해 본 사람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뜻대로만 되지 않음을 배워가는 것이 중년층의 순리이고 어쩌면 발달상의 당연한 아픔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중년기의 우울을 적극적 무력으로 잘만 넘기면 이젠 깊이를 더하는 삶을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2030은 조금 다르다. 지금의 20대부터 30대 초반은, 열심히 하는 것의 가치를 배우지 못한듯하다. 노동의 가치는 점점 하락했고 국가는 더 이상 눈에 띄는 성장을 하지 못했다. 공교육의 평가 시스템이 바뀐 것도 한몫을 할 것이다.


열심히 한다는 것, 그 과정은 결국 나의 한계를 알게 하고 그 한계를 통해 나라는 사람의 정체감을 형성하고성취감을 경험하게 한다.


열심히 하는 것은 여러 면에서 중요하다. 설령 그것이 내가 원했던 목표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열심히 몰입하는 그 과정 자체에서 다른 것에 몰입할 수 있는 근육을 키우게 된다.열심히 한다는 것은 어떤 면에서 '습관'이기 때문이다.


노력만으로 안 되는 것이 있음을 배우는 건 중요하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그것은 노력을 통한 성취를 경험한 중년 이후 과제이다. 노력해서 성취한 것이 정당하게 인정받지 못하는, 다리와 날개가 꺾인 시대에서

아무것도 싹 틔어 보지 못한 젊은 세대는 무력감과 우울, 냉소주의를 특징으로 삼고 이 모든 특징은 그 밑에 분노를 덮기 위함이다.


'잘 한다는 것'의 아름다움



애프터스쿨은 활동 당시 소위 말하는 '1군 아이돌'은 아니었다. 팀의 얼굴인 몇몇 멤버들을 생각해 보면

유이의 건강함은 '꿀벅지'로 성적 대상화되었고 가희는 '인기 많은 울 오빠의 나이 많은 여친'이자 '어리고 이쁜 동생들 군기 잡는 쎈 언니'로 회자되었으며, 주연은 '얼짱 출신이지만 무대는 못하는 애'였다. 애프터 스쿨은 본 무대부터 유닛 오캬까지 다양한 컨셉을 실험적으로 소화해내는 그룹이었지만 그런 무대를 꾸리기 위한 성실함과 노력이 온전히 평가받았다고 보긴 어렵다.


하지만 세간의 그런 시선과 조롱과 무관하게 당시에도 그들은 실력 중심의 그룹이었고 무엇보다 그 실력을 위해 성실히 훈련하는 그룹이었기에 이번에 갑작스럽게 온 기회를 단 이틀 만의 연습으로 훌륭히 잡을 수 있었다. 컴눈명 콘서트의 두 무대를 보면 단순히 동선과 안무를 까먹지 않고 잘 했다, 실력 녹슬지 않았네,의 수준을 넘어서 계속 활동하고 있었던 것 같은 프로의 애티튜드를 보여주었다.


추억 팔이도 아닌, 과거의 명성도 아닌 오직 현재의 실력으로 기회를 잡은 이들만이 가지는 당당함이었고 책임감이었다. 그 태도에서 지금의 2030은 성실하게 노력하여 실력을 쌓은, 그 '잘하는 것'의 아름다움을 보고 위로를 얻은 듯하다.


노력이 노력으로 평가받지 못하는 지금. 가끔은 열심히 하는 것, 잘 하는 것이 악으로 취급받기까지 하는 혼란한 지금에서 2030은 열심히 해 볼 기회를 박탈당했다. 남이 떠먹여 주는 이유식은 넘기기도 소화하기도 쉽지만 결국 숟가락 들 힘도, 소화시킬 힘도 무력화 시킨다. 열심히 하고 정당히 평가받을 기회를 박탈당한 채 그저 달콤한 이유식만을 강요받는 2030에게 애프터 스쿨은 결국 성실함의 아름다움만이 자신의 것으로 남는다는, 평범하지만 당연한 메시지를 남겨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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