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가 지나간 자리

감정 예보

by 김소브

나는 주로 슬프고 두렵고 때로는 분노한다. 뭐든지 잘하고 완벽해야 추앙받는 현대의 기준으로 볼 때, 나는 부족한 사람일까? 부정적인 감정은 나쁜 걸까? 내 감정은 이런 것들 뿐일까?


바닷가에서 조개껍데기를 찾는 듯이 따뜻한 마음을 찾아보려 한다. 어제 같은 오늘, 오늘 같은 내일이라도 그런 순간은 있다. 찾기만 한다면 그간의 수고는 단숨에 잊게 된다.


끝없는 모래 더미 속에서 별처럼 빛나는 순간을 찾아 유리병에 하나씩 모아두자. 닫히려는 문을 잡아주며 건네진 짧은 배려, 퇴근길 버스의 빈자리, 지하철 문을 아슬아슬하게 통과해 지각을 면한 안도, 잠에서 깼을 때 뜻밖의 개운함으로 시작한 월요일 아침. 작은 빛이라도 어둠을 밝히기에 충분한 힘이 있다.


구부린 허리 시선 끝에 조각난 조개껍데기가 있다. 부서진 귀퉁이가 오묘한 빛으로 마음을 끈다. 밉지만 소중한 사람이 그렇다. 꼭 온전해야만 가치가 있는 건 아니다.


슬픔은 회복의 과정을 남긴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성장한다. 두려움은 대비를, 분노는 변화를 여는 시작이 된다. 감정은 그 자체보다, 내가 어떤 이름을 붙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이름을 가진 감정은 더 이상 부정적이지만은 않다.


고르고, 이름을 붙이고, 특별한 순간은 따로 모아둔다. 그러면 나는 더 이상 감정의 파도에 포말처럼 부서지지 않을 것이다.


파도가 지나간 자리에 반짝이는 것들이 남는다. 그것을 기록하는 일은 대단해지기 위함이 아니라, 나를 가다듬는 깊은 호흡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