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4차 산업혁명은 온 거야, 안 온 거야?

뭐 맨날 물어봐..

by Maven

빅데이터에 대해 얘기할 때, 지금은 조금 덜하지만, 꼭 함께 언급되는 것 중 하나가 4차 산업혁명이다.


4차 산업혁명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2016년 다보스 포럼에서 클라우스 슈밥 의장이 언급하며 회자되기 시작했다. 요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는 의도였는데 이 ‘준비해야 한다’는 말이 재미있다. 곧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한다는 예측인가? 그게 가능한가? 1차, 2차, 3차 산업혁명도 이렇게 예측을 했었나?


모두 다 지나고 보니 그게 혁명이었더라… 는 식으로 이름을 붙인 것들이 아니었던가? 곧 조선이 망하고 고려라는 새로운 시대가 열릴 것이다. 이제부터 준비해야 한다.. 는 얘기는 좀 이상하지 않은가?


그래서 4차 산업혁명으로 떠들썩할 때 전문가들은 이렇게 얘기했다.

산업혁명 중 아직 오지 않았는데 먼저 정의한 혁명이 4차 산업혁명이라고. 그리고 벌써 6년이 훌쩍 넘었다. 그래서, 4차 산업혁명 시대가 개막했는가?



아,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사전적인 의미를 찾아보자. 네이버 정의에 따르면,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로봇기술, 드론, 자율주행차, 가상현실(VR)등이 주도하는 차세대 산업혁명을 말한다.’고 되어있다.


여기서 열거된 다양한 기술 중 인공지능은 생각보다 오래된 기술이지만 빅데이터 기술과 함께 성장했고 클라우스 슈밥이 4차 산업혁명을 언급해 회자시키던 2016년 알파고가 이세돌과 격전을 벌이면서 대중적으로 각인되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 생활에 체감되는 인공지능 기술은 없는 것 같다.


드론은 마치 빠른 시일안에 드론이 택배를 배송하는 세상이 올 거라는 기대를 심어주었지만, 나는 캠핑 유튜버가 화면을 딸 때 가장 많이 보는 것 같다. 로봇기술을 적용한 사례는 이제 꽤 주변에서 볼 수 있다. 식당에서 서빙하는 로봇, 공항에서 길을 안내해주는 로봇, 처음에는 신기했는데 이제는 굳이 따라다니지 않게 된 것들.


가상현실은 VR게임 붐이 불더니 지속 시간이 짧다며 멈칫하는 것 같다. 이제는 메타버스가 대세라면서 몇 년 안에 소셜 시장을 잠식할 것처럼 떠들어대고 있지만 아직 느껴지는 바는 없다. 자율주행은 그나마 조금이라도 소비자가 가장 흔하게 접하는 분야가 아닌가 싶다. 요즘 나오는 차들은 고속도로에서 알아서 속도를 조절해주기도 하고, 좁은 공간에서 혼자 주차 자리로 들어가기도 한다. 현재는 진화 단계 중 2단계에서 3단계로 가는 과정이라고 하는데, 차가 알아서 나를 출근 시간에 회사까지 데려다 주고, 주차할 필요도 없이 자기 혼자 집을 찾아가려면, 글쎄 그것도 아직 언제 될지 모르지만 진화의 과정을 충실히 쫓아가고 있는 점을 체감할 수 있어 흥미롭긴 하다.


마지막으로 사물인터넷이라는 기술 및 용어는, 이 용어는 정말 오래된 용어인데, 내가 대학을 다닐 때도 시험문제로 나왔던 기억이 있다. (사물인터넷이라는 용어는 P&G에서 마케팅을 담당하던 캐빈 애시턴Kevin Ashton에 의해서 1998년 탄생한 용어라고 알려져 있다.) 당시에는 집 안에서 24시간 전원이 켜 있는 냉장고가 중심이 될 것이라 얘기했지만 아직도 냉장고가 알아서 식료품을 주문하는 일은 거의 없다. 그래서 여담이지만, 외부 강의를 진행할 때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질문이 나오면, "어느 날, '냉장고를 0원에 드립니다'라는 광고 문구를 접하게 되면 4차 산업혁명이 벌써 왔구나! 라고 생각하셔도 됩니다"라는 얘기를 종종한다.

사물인터넷의 끝은 음성 인식으로 커튼을 열고 닫는 정도가 아니다. 냉장고가 여러분을 감시해야 한다.


...


이렇게 여러가지 기술이 ‘주도’하게 되면 4차 산업혁명이라는데 아직 하나도 주도하는게 없는 거 보면, 아니 주도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렇다 할 체감가는 게 없는 거 보면 여전히 4차 산업혁명은 먼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사람들에게 4차 산업혁명이 왔는지 안 왔는지에 대해 의견을 물어보면 의견이 꽤 갈린다는 것이다. 그리고 양쪽 모두에 왜 그렇게 생각하냐고 물어보면 “그냥 그럴 것 같아”라는 대답이 대다수였다.


왜 그럴까? 너무 빨리, 그리고 너무 많이 들어서 이제는 관심을 둘만큼 새롭지 않기 때문이다.


그동안 3번 있었다고 하는 산업혁명에 대해서 이야기 해 보자. 1차 산업혁명은 1784년에 있었고, 증기기관으로 대표된다. 사실 증기기관은 그 이전에 개발되었기 때문에 제임스와트가 개발한 건 증기기관 ‘차’이고 따라서 1차 산업혁명은 기존의 ‘증기기관’을 ‘증기기관차’로 만든 기술에 방점을 두어야 한다.


2차 산업혁명은 1870년부터 시작이었다고 하고, 대량생산으로 대표된다. 자동차 공장의 컨베이어벨트가 개발됨에 따라 많은 사람들에게 저렴하게 공급되는 시대가 개막한 것이다. 3차 산업혁명은 1969년을 시작으로 한다고 하며, IT, 인터넷 시대로의 진입이다. 그런데 정보화 사회, 인터넷 등으로의 진화를 생각해 볼 때 생각보다 너무 오래되었다고 생각되지 않는가? 1969년이라니 말이다. 국내 포털 양대 산맥인 네이버와 구글이 설립된 게 1999년 안팎의 일이니 그렇게 느껴질 만 하다.


여기서 주의 깊게 봐야 할 두가지 요소가 있다. 각 산업혁명이 시작된 연도만 보면, 물론 자료마다 연도는 약간의 차이를 보일 수 있지만, 1차 : 1784년 2차 : 1870년  3차 : 1969년이다. 눈치챘는지 모르겠지만 1차에서 2차, 2차에서 3차는 거의 100년 가까이 된다. (년 /. 년)


그런데 4차 산업혁명이 처음에 회자되던 시기인 2016년을 기준으로 보면, 3차에서 불과 47년 만이다. 조금 헷갈릴 수 있겠지만 정리해보면, 만약 산업혁명이 거의 100년마다 한 번씩 온다고 할 때,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하기까지 남은 시간은 50여년일지 모른다. 우리가 1~3차 때와는 달리 산업혁명을 한 40년 먼저 캐치(Catch)했다는 가정을 한다면 말이다.


그렇지 않고 4차 산업혁명은 이미 시작되었지만 우리가 체감하는데, 혹은 대중화 되는데 시간이 걸릴 뿐이라는 가설로 생각해 본다면, 적어도 10~20년이 남아 있을 것이다. 1969년에 3차 산업혁명이 시작되었지만, 네이버나 구글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도 1999년 전후이지 않은가. 월드와이드웹, 거미집이라고 불리는 WWW라는 인터넷 서비스가 등장한 건 1989년, 네이버나 구글이 탄생한지 약 10년 전이다. 1969년에서 20년 후인 1989년에WWW가 등장하고, 1999년에는 월드와이드웹을 기반으로 한 네이버나 구글이 탄생하고, 그 다음 시간이 흘러 카카오 같은 무료 메신저가 등장하더니 지금은 네이버나 카카오 어느 하나의 서비스만 장애를 겪어도 세상이 멈추고 각 분야에서 피해가 속출하는 시대가 되었다.


2016년을 기준으로 10년, 20년 뒤면 2026년, 2036년이다. 그렇게 편하게 예상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한가지 변수가 생겼다. 코로나19. 이 백신도 없는 어마무시한 질병으로 인해 전세계 사람들의 시간과 공간의 사용이 상상도 못할 만큼 달라졌고, 세상의 변화를 가속화 시켰다고 한다.


우리나라만 해도 그렇다. 2020년은 본래 주 52시간 근무제가 300인 이하 규모의 전 사업장에까지 확대되는 첫 해였다. 300인 이하 사업장을 운영하는 임원들은 2019년부터 달라질 근무 환경을 대비해야 했다. 그런데 코로나19가 터졌다. 재택근무가 시행되고 주 52시간 근무제로 인한 변화보다 훨씬 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면서, 주 52시간 근무제가 아무 논란 없이 안착되었다. 회사에 있을 때야 52시간이 이슈가 되지, 하루 종일 집에 있는 사람에게 52시간은 그저 휴대폰으로 출퇴근 시간을 찍는 반복적 행동에 불과했다. 어차피 집에 있으니 출근 도장을 찍었다고 꼭 출근했다는 것은 아닐 수 있으며, 퇴근 도장을 찍었다고 꼭 더 일을 안 할거라는 의미는 아닌 게 되었다. 어차피 집에 있으니 업무에 문제가 생기지만 않는다면, 사업주도 종업원도 딱히 52시간 근무제에 문제를 삼지 않는 것 같았다.


주 52시간 근무제도 대대적인 시간과 공간의 변화를 위해 촉발되었다. 주 6일 근무에서 주 5일 근무로 정책을 바꿨을 뿐인데 레져산업이 융성했고, 문화활동이 증가했다. 제도를 시행할 때는 산업 전반에 큰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의견도 꽤 컸는데 실제로 우려만큼 경제 생태계가 휘청이지는 않았다. 일부 산업에서 근무 시간 축소로 인해 힘들었다는 얘기가 나왔을 수는 있지만, 그건 단순히 근무 시간 축소 영향보다 근무 축소에 따른 시스템 변화를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 것이 원인이었을 것이다.


52시간 근무제에 따른 대대적인 사회적 변화가 예고되어 있었던 시점에, 그보다 훨씬 큰 핵폭탄급 변화가 들이닥쳐 자연스럽게 52시간 근무제를 안착시켰을 뿐만 아니라, 사람들은 오히려 그보다 더 많은 시간과 공간의 활용을 고민하느라 52시간 근무제로 인한 변화는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52시간 근무제에 대한 얘기가 나왔으니, 4차산업혁명과 함께 회자되는 이슈 중 하나인 ‘기본소득’에 대한 얘기를 잠깐 해보자. 4차산업혁명 시대를 모두가 체감하게 되고, 로봇에 지배(?)를 받는 시기가 되면 몇몇 사람들의 일자리를 로봇에게 빼앗길지도 모른다. 이러한 경향성은 1차든, 2차든, 3차든 어떤 시기가 되든 일어났다. 컨베이어 벨트는 당연히 그 자리에 있어야 할 노동자들을 대신했다. 지금도 서빙 로봇이 그 자리에 있어야 할 인력들을 대체하고 있고, 매장 한 켠에 자리하고 있는 키오스크는 매장의 인력을 줄이는가 하면 은행 직원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내가 20년 가까이 하고 있는 데이터 분석이라고 다를까? 기술적인 영역에만 한정해 얘기하면 그 놈의 알고리즘으로 충분히 대체 가능하다. 남들보다 통계를 조금 더 알고 있다고 해서, 남들보다 코딩을 잘 한다고 해서 기계를, 컴퓨터를 대체할 수는 없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자면, 사실 기계가 인간을 대체한다는 논리는 약간 이상하다. 이러한 논리로 접근하게 되면 꼭 따라 붙는 질문이 “인간이 언젠가는 기계에 지배를 받을 수도 있는가”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기계가 인간을 대체하는 세상의 끝을 터미네이터 쯤으로 연상하기 때문이다. 이 얘기를 조금 더 풀어보면 기계가, 또 로봇이 인간을 대체한다기 보다, 조금 더 저임금으로 노동력을 대체하고자 하는 경영진에 의해서 대체된다고 보는 게 조금 더 현실적이다.


어쨌든 기계가 인간을 대체하게 되는 세상을 준비하며 우리는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고 있다. 기본소득이라는 게 무엇일까? 일을 하지 않아도 생활에 필요한 돈을 정부가 책임지고 지불한다는 것이다. 지금도 고연령층에게 매달 지급되는 비용이 있다. 지금은 저소득층, 고연령층에 제한적으로 지불되는 최저 생계비를 전체 연령층에게 지급해야 하는 것 아닌가 논의하는 게 미래 기본소득에 대한 개념이다.


아니 근데 왜? 인간대신 로봇이 일을 해서 인간은 돈을 벌 수 없기 때문이다. 돈을 벌 수 없으니까 먹고 살 수 있는 기본 금액을 정부가 지원해주는 것이다. 그럼 누가 일을 하려고 할까? 일을 하지 않고도 소득이 있다는 게 형평성에는 어긋나지 않는가? 이게 TV에서 매번 무슨 정책만 추진하면 언급되는 ‘포퓰리즘’인가?


포퓰리즘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기본소득의 개념에 복지만 있는 것은 아니다. 로봇이 뺏어간 일자리 대신 일정 수준으로 소득을 보장해주는 것보다 로봇이 생산한 물건들을 소비할 수 있는 비용을 지급해 주는 것이다. 즉, 4차 산업혁명에 있어서 기본소득은 복지보다는 경제적 측면이 강하다.


누군가 제품을 생산한다면, 누군가는 소비해야 한다. 그게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의 1원칙이다. 그래야 제품을 생산하는 사람이 돈을 벌 수 있다. 그러니까 들여다 보면, 기본소득은 일자리를 빼앗긴 노동자의 생계보장 뿐만 아니라 여전히 소비 시장을 유지시켜 주는 역할도 하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을 이야기하면서 IoT, 빅데이터, 인공지능, 메타버스, NFT 등 기술적 도약 뿐만 아니라 재택 등 유연한 근무제, 기본소득 등 한정적이지만 꽤 여러 방면으로 이야기했다. 다시 한 번, 이 중 4차 산업혁명이 성큼 다가왔다고 느끼게 만든 요소가 있는가?


...


이제 결론을 내보자. 4차 산업혁명은 온 걸까, 안 온 걸까?


나 역시 이 분야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라 찍기 밖에 더 하겠냐마는 나는 이미 왔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4차 산업혁명이 처음 거론되던 2016년, 그리고 아직까지 네이버 같은 대표 포털에서의 정의를 보면, 인공지능, 빅데이터, IoT, 자율주행, 드론, 가상현실(VR) 등만 언급되었지만, 벌써 그 사이에 NFT, 메타버스 등의 기술이 등장했으며 그 동안은 대중적으로 회자되지 못했지만, 코로나19를 맞아 잠재 투자자들의 열성적 지지를 받으면서 각종 논란이 끊이지 않는 비트코인, 블록체인 기술 역시 이제는 대중의 곁으로 성큼 다가와 있다.


훗날 4차 산업혁명의 연도를 기입하는 자리에는 아마도 2006년이 거론되지 않을까? 인공지능 분야에서 가장 유명한 알파고가 바둑 고수 이세돌을 이긴 시기이니까 말이다. 내가 무지해서일수도 있지만, 아직까지 4차 산업혁명으로 대표할만한 대중적 상품은 없는 것 같다.


1차의 증기기관차, 2차의 컨베이어벨트, 3차의 인터넷 등과 견주어 볼 때. 물론 이 이면에는 석유의 채굴이나 전기의 대중화 같은 원료나 인프라적 요소도 있으니, 빅데이터를 시발점으로 볼 수도 있을 것 같기는 하다.이제까지 온 건지, 안 온 건지에 대한 질문 하나로 내용을 끌어와 놓고 좀 미안한 얘기지만, 사실 4차 산업혁명이 왔든, 오지 않았든 별로 중요한 얘기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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