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소개도 나름 한 땀 한 땀 포함하여.
글을 쓰는 사람들이 넘쳐나고 여기 브런치처럼 모두에게 책을 출판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기 시작하면서
'작가'라는 타이틀을 가진 사람들이 꽤 많아졌지만, 그럼에도 나에게 '작가'는 늘 동경의 대상이다.
내가 가진 이미지에 비추어보면, 소설이나 시를 쓰는 분들에게나 어울릴 법한 단어이다.
물론 나 역시 누구 못지 않게 '작가'라는 타이틀을 달고 싶은 게 글을 쓰는 이유 중 적지 않은 부분이지만,
지금은 아직은 작가라는 타이틀보다 내가 좋아하는 단어 중 하나인, Maven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싶기 때문인 이유가 더 크다. Maven은 히브리어에 어원을 두고 있는데, 간단히 표현하면 '지식을 전달하는 사람', 즉 전문가를 의미한다.
사회에 나온 이후로 13년 정도가 흘렀다. 그 중 절반은 '브랜드 컨설턴트'로서 일을 했고, 나머지 절반은 줄곧 SNS 데이터를 분석하는 일을 했다. 컨설턴트 시절에도 리서치 데이터를 분석하는 게 업무의 절반은 차지했으니, 쉽게 이야기하자면 스몰데이터를 다루는 일에서 빅데이터를 다루는 일로 넘어온 것이다.
컨설팅 회사에서 빅데이터를 다루는 IT 회사로 넘어오니 가장 큰 변화는 월급이 줄어들었다. 남들은 이직을 하면 월급이 뛴다고 하던데, 나는 첫 이직에서 월급이 깍였다. 하지만 당시에 나는 꽤 젊었으므로 돈보다 호기심이 더 중요했으며, 기존에 다루던 데이터에서 한창 갈증을 느끼고 있던 때였으므로 어떤 조건이든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어떤 조건'에는 월급 뿐만 아니라 회사 위치도 한 몫했는데 3호선의 한 쪽 끝에 집이 있었고 다른 쪽 끝에 회사가 있었다. 그러니까 나에게 이직을 통해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그 동안 갈증을 느꼈던 부분에 대한 해소였다. 다행히도 당시 그 회사는 이제 막 설립되었던터라 주기적으로 해야하는 업무가 많지 않았고, 때문에 나는 마음껏 데이터를 만져볼 수 있는 시간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당시에는 몰랐는데 지나고 보니 그게 나에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당시 몇 달 간 데이터를 이리 저리 돌려본 끝에 내가 내린 결론은 'SNS는 반드시 데이터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물론 SNS 데이터가 갖고 있는 역량과 환경이 그동안 가졌던 갈증을 전부 다 해소시켜주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 데이터 안에서 새로운 것들이 보였고, 그 무한한 불규칙성들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 그리고 특히 SNS 데이터를 다루는 회사들은 많았지만, SNS 데이터를 제대로 분석해 활용하고 있는 회사들과 분석가들은 내 눈에 띄지 않았다. 그래서 해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고, 무엇보다 그 일이 즐거웠다.
그 이후로 회사를 참 많이 옮겨다녔는데 짧게는 1년, 길게는 2년 정도를 한 회사에 다녔다.
처음 입사한 컨설팅 회사에서 6년을 넘게 보내고 나머지는 1~2년 터울로 회사들을 옮겼으니 내 이력서는 그야말로 엉망진창이었다. 남들이 보기에 그렇다는 것이다. 나는 그 당시에도 이력서 상의 경력관리에 대해서는 크게 생각하지 않고 직장생활을 했다. 내가 보기에 지금은 동일 업종의 많은 회사들이 어떤 데이터를 갖고 어떤 분석 방법을 활용하는지 경험하고 배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은 대체로 1~2년 안에 습득하고 경험하는 것이 가능했다. 1~2년을 겪고 나면 나머지는 그저 반복적인 일상이었고 새롭게 분석 가능한 방법론을 연구해도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새로운 데이터와 접근 방식이 있는 곳을 찾아 이직했으며, 면접에서 내 이력서 상의 잦은 이직을 우려하는 질문은 늘 받았지만 그렇다고 그것 때문에 탈락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나는 늘 면접에서 내가 찾는 데이터가 당신들에게 있는지를 물었고 그들은 늘 그렇다고 대답했으나 실제로 그런 경우는 거의 없었다. 지내보면서 안 것이지만 그들이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었다. 그들에게는 있었으나 내가 보기에는 없었으니까.
최근에도 SNS 데이터를 가진 많은 회사들이 내가 업계에 처음 발을 들여놨던 때와 다르지 않은 결과들을 시장에 내 놓는다. 한 가지 달라진 점이 있다면 데이터를 표현하는 그래픽이 진화했다는 것. 그런 결과들이 시장에 나오면 늘 우려스럽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SNS 데이터의 가치를 높게 보지 않는 상황에서 "역시나~"하는 또 하나의 증거로 작용할까봐.
물론 현업에 계신 몇 몇 분들을 보면 나보다 훨씬 더 많은 연구 성과를 올리는 분들이 계시고 나름의 관점과 혜안이 뛰어난 분들이 있다. 그리고 그런 분석 결과들은 이미 수 많은 기업에 긍정적으로 납품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SNS를 기반으로 한 빅데이터 시장은 국내에서 아직 걸음마 단게라고 생각한다. 초기에 SNS 게시글들을 수집하고 기술적으로 가공한 결과들을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고, 심지어 그것을 '분석했다'는 말로 포장하고는 한다. 그게 현업에 있는 분석 담당 연구원들이 퇴사를 하면서 "SNS 데이터는 거짓말이다."라고 혀를 차는 이유이다. 그래서 나를 포함한, 유사 경력을 가진 많은 분들이 실제 SNS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왜 SNS가 데이터가 되어야 하는지를 설명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그러한 명분 하에 이 같은 책을 작업하게 되었다.
앞서 얘기했지만, 나는 '작가'로 불릴만큼의 글재주는 없다. 유려하지도 매끄럽지도, 그렇다고 읽기에 편하거나 재미가 느껴질만큼의 글투를 가지고 있지 못하다. 아직 나는 Maven, 즉 '지식을 전달하는 사람'이 되고자 하는 것이며 따라서 조금은 재미없게 느껴질지 몰라도, 필요한 사람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놓을 수 있는 글이, 또 책이 되고자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