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무늬 연분홍 원피스
친구와 함께 커피를 마시러 가는 길에 지나친 옷가게에서 정말 마음에 드는 옷을 발견했다. 살까 말까 고민했다. 왜냐하면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나는 옷이 충분히 있고, 저 옷은 나에게 만족감을 줄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이걸 삼으로써 내가 다른 물건을 포기하는 일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는 신용카드를 쓰지 않기 때문에 한 달에 쓸 수 있는 돈이 나에게 굉장히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당시 나는 조금 슬프고 우울했다. 친구는 그런 나를 보고 “너를 위해 선물해.”라고 말했다. 나는 “아니야.”라고 말했다. 그러자 친구가 나의 눈치를 보더니 “며칠 뒤에도 이 옷이 생각나면 이 옷을 사러 와.”라고 말했다.
나는 사진만 찍어 두었다. 그리고 며칠 뒤에도 계속 생각이 나서 ‘그래. 그 옷은 내꺼야’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기억을 더듬어 그 가게를 찾아갔다. 그런데 위치를 도무지 모르겠다는 사실. 분명히 이쯤이었는데 가게가 나타나지 않았다. ‘그 사이에 폐업을 했나. 왜 없지. 그 옷은 내 옷이 아닌가 봐’라고 생각하며 그 주변을 세 바퀴 돌았다.
쉽게 포기가 되지 않아서 그 당시 찍어둔 사진을 찾아보았다. 사진 속에는 옷 옆으로 어렴풋하게 주소가 보였다. 주소를 검색해서 찾아갔는데도 그 옷 가게는 없었다. 하. 꼭 포기하고 돌아가면 그때쯤 원하는 게 나타나는 그런 법칙이 있던데, ‘나 포기했으니까 제발 나타나.’ 그렇게 우역곡절 끝에 가게를 찾았다. ‘연분홍 벚꽃 원피스’만 사러 들어갔는데, 귀걸이 한 개, 티 한 개, 카디건 한 개, 원피스 두 개를 사서 나왔다. 사기 전까지 고민했지만, 사러 들어가서는 고민하지 않는 나. 왜 그랬니.
집에 가서 사온 옷들을 꺼내서 보고 있는데 그런 나를 보며 동생은 “언니는 스타일이 한결같다.”라고 말하며 지나갔다. 그리고 한마디 더 했다. “비슷한 옷 많은데 왜 또 샀어?” 빠직. “다 달라. 넌 모르겠지만.” 기분이 살짝 상했지만도 나는 그날 매우 행복했다. 다만 내일은 덜 행복할지도 모르겠다. 내가 쓸 수 있는 돈이 줄어 들었으니까.
아무튼 ‘연분홍 벚꽃 원피스’를 입고 다니면 사람들이 너무 예쁘다고, 너랑 너무 잘 어울린다고 매번 칭찬을 듣는다. 역시 계속 생각나는 이유가 있었다. 그래, 고민하고 사길 잘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