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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두만 Mar 05. 2023

산 넘어 산



  과연 욕심이 고통을 불러일으킨다. 하고 싶은 일들이 너무 많으니 무언가를 해내고 난 후에도 성취감 대신 두려움이 앞선다. 목적지는 저 멀리에 있고 난 이제야 겨우 고비 하나를 넘겼는데, 얼마나 더 우여곡절을 겪어야 만족할만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을까. 적당한 욕심은 행위의 동력이 되지만 과하면 그 자체만으로도 고통이다. 욕심의 크기만큼 놓여있는 괴로움의 실루엣을 유추하는 것만으로도 현기증이 난다.  


  공연장을 대여해서 공연을 진행했다. 클럽에서 공연할 때보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주었다. 클럽 공연과의 가장 큰 차이는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진행되는 공연은 일종의 평가를 받는 무대 같다.  그중에서는 나보다 음악을 잘하는 사람들도 부지기수다. 그들이 일반 관중보다 훨씬 날카로운 시선으로 내 실수를 파악하리라 생각하니 긴장이 배로 되었다. 


  다행히도 공연은 큰 실수 없이 마무리되었고, 조금은 아쉬웠던 모니터에 비해 밖으로 빠지는 사운드도 나름 준수했다. 공연이 끝난 후에는 같이 공연을 진행한 팀들과 뒤풀이를 했다. 분명 성취감을 느낄만한 하루였다.


  하지만 당장 드는 생각은 막막함이다. 이 정도 규모의 공연에서도 이렇게 긴장하고 만족스럽지 않은 소리를 뽑아내면 어찌 더 큰 목표를 이룰 수 있을까. 역경을 극복하고 원하는 바를 이루는 이야기는 감동을 주지만 현실에 처한 당사자가 돌파하는 과정은 그리 아름답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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