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을 떨어트렸을 뿐인데
실로 오랜만의 독서다. 찾아보니 브런치에 업로드한 마지막 서평이 작년 8월이다.. 나름 여러 일로 바빴다지만 책 읽을 시간은 충분히 있었는데, 반성하고 넘어가야겠다. 오늘 소개할 책 <스마트폰을 떨어트렸을 뿐인데>는 영화의 원작인 책일 뿐 아니라, 최근 skt에서의 대규모 유심 정보 유출 사고와 어느 정도 주제가 관련이 있어 더욱 관심이 가 읽게 되었다.
현대 사회에서 스마트폰은 삶에서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었다. 내 손 안의 작은 기기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 보니 효율성, 편리성 면에서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시에 나의 모든 개인정보가 들어있기 때문에 잃어버리게 되면 매우 곤란해지며, 온라인 피싱, 파밍, 스미싱 등 각종 사기 수법들에 항상 노출된다는 문제점 역시 존재한다.
SNS의 확산 역시 양날의 검이다. 사람들과 관계를 유지하기 용이하고, 예전이었다면 알 수 없던 사람들의 근황을 알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SNS의 특성상 가장 반짝이는 모습들만 올라오다 보니 그것과 본인의 힘든 시기를 비교하며 우울감을 호소하기도 하며, 사이버 폭력이라는 형태로 현실에서의 폭력 이상의 파급력을 가지는 일들이 일어나기도 한다.
<스마트폰을 떨어트렸을 뿐인데>는 이 같은 현대사회의 문제에서 착안한 소설이다. 책의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스마트폰을 실수로 분실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이 서술되어 있다. 그러나 그 내용이 전혀 억지스럽지 않고, 꽤나 현실성이 있어서 그런지 더욱 몰입하여 읽을 수 있었다.
줄거리를 대강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스마트폰 습득자의 본명이 책에 나오지 않아 편의상 A라고 하겠다.) A는 우연히 습득한 스마트폰의 배경화면에서 폰 주인의 여자친구, 이나바 아사미를 보게 되고, 그녀에게 빠지고 만다. A는 이미 여러 명의 여성을 살인한 연쇄살인범인데, 이번에는 아사미가 타겟이 된 것이다. 다행히도 이런 과정 중 A가 파묻은 시체들 중 일부가 발견되고, 본격적인 수사가 진행된다. 경찰은 실종 신고가 들어온 여성들을 위주로 조사했지만, 시체들의 신상을 파악하지 못한다. 이는 A가 피해자들의 스마트폰을 통해 지속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아 실종 신고가 접수되는 것을 막았기 때문이다. A는 가짜 SNS 계정, 해킹, 랜섬웨어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아사미에게 접근하고, 점점 아사미에게 가까워지게 되는데...
책에 나와있는 범죄 수법들을 나 역시 접해봤기에 스마트폰을 쓰는 입장에서 매우 섬뜩했으며, 개인정보/SNS 관리에 좀 더 경각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또 당한 사람이 바보인 것이 아니라, 극한의 상황에 다다르면 어쩔 수 없이 함정에 빠지게 된다는 것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게다가 이제는 AI를 이용해 얼마든지 목소리/영상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에 더욱더 주의해야 할 것이다. 전화를 받으면 절대로 먼저 말하면 안 된다는 것도 혹시나 목소리가 유출될 우려가 있어서다.(실제로 최근에 전화 걸어놓고 내가 10초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먼저 끊은 경우가 있었다.)
수사과정 같은 부분들에서 사소한 아쉬움들은 있었지만, 두어 시간 만에 다 읽었을 만큼 흡인력은 뛰어난 소설이었다. 미스터리/추리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한 번쯤 읽어봐도 좋은 책인 것 같다.